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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맹 Jun 17. 2024

회사의 유기농 악질 빌런 공략하기

오피스 빌런 Part 3. 회사에 서식하는 육식 동물들


빌런은 도와주는 게 아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빌런들을 마주한다. 그러나 착각한다.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면 빌런으로 생각한다. 아니다. 빌런은 모두에게 해악을 주는 존재들이다. 전편까지는 전투력이 다소 약한 빌런들을 다뤘다. 이번에는 육식 빌런들의 공략법이다.


빌런은 공략하기 전에 찾아내고 테스트하는 게 먼저다. 초식 빌런들은 중독성이 있다. 빌런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육식 빌런은 말 그대로 대놓고 해를 끼친다. 마구 물어뜯는다. 육식 빌런은 찾기 쉽다.


파이터 : 뭐? 한번 해 보자는 거야? 뭐야?

거칠다. 눈매가 매섭다. 웃지 않는다. 맨날 인상 쓰고 있다. 늘 화가 나 있다.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의자에 삐딱하게 앉아 있다. 고개는 한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다. 마치 나 원래 삐딱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래서 지금 뭐 하자는 건데요?"

"그쪽에서 일처리를 똑바로 해줘야 될 꺼 아냐!"

"한번 해 보자는 거야? 뭐? 현피 뜰까?"


사람들은 이들을 피한다. 가오 잡고 화내는 모습이 싫어서다. 소위 인성이 파탄난 자들이다. 이미 주위에서 싸움꾼이나 분란제조기로 유명할 것이다.


이게 그냥! 한번 해 볼래? 너 거기서 기다려!


왜 이러는 걸까? 파이터들의 발달사를 보면 크게 2가지의 루트를 거친다. 첫째는 학창 시절 쫌 놀았던 경우다. 쫌 놀다가 사회에서 낙오된 자들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 깡패 같은 사회적 해충이 된다. 근데 어쩌다 오패스 게임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둘째는 노는 코스프레를 했던 경우다. 평소 동경했던 판타지나 내면의 상처들을 쎄 보이는 이미지로 극복해 보려는 것이다. 이 케이스는 그래도 착하다.


결론은 오피스 게임 부적응자들이다. 어쨌든 어둠의 나락으로 가지 않고 오피스 게임에 잘 입성했다. 근데 사람들이 죄다 좁쌀밥으로 보이는데 이 게임이 적응되겠는가? 저들 딴에는 답답함을 느낀다. 할 줄 아는 게 화내는 거랑 남 억누르는 거다. 그래서 그 표출이 쎄게 나올 뿐이다. 실은 아프다고 샤우팅 진하게 외쳐대는 거다. “나 아파요! 나 아프다구!”


파이터는 굳이 내 손을 거치지 않더라도 이미 낙인이 찍혀있다. 게임 오버는 정해진 수순이다. 언제냐의 문제일 뿐. 그럼 피해 가는 게 제일 좋다. 피할 수 없다면 어찌해야 할까? 보통은 무섭다고 숙이고 들어가거나, 같이 싸우는 경우도 있다. 그럴 필요 없다.


의외로 해법은 쉽다. 단순하기 때문이다. 가끔 뜬금포를 날리는 워킹맘들에게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얘기 끊어서 미안한데, 귀에 살이 좀 찐거 같애!


"아니 일을 왜 이 따위로 해서 주냐구요! 한번 엿 먹어 보라는 거지? 지금 사람 무시하는..."

"아유~ 내 정신 좀 봐.. 어? 근데 목이 좀 쉰 거 같네요? 병원 가봐야 되는 거 아냐? 이런 거 오래 냅두면 안 돼! 아~ 해 봐요."

"네? 아... 아니.. 뭐... 흐음..."


아무 상관없는 대화로 화제를 돌리며 챙겨주는 척하면 된다. 걸쭉하게 슬쩍 말 놓는 게 포인트다. 상사라 말 놓기 그렇다면, 말끝만 살짝 흐려주면 된다. 중간에 화를 내든 말든 끊어치고 들어가자! 끊어칠 땐 뭔가 보고 화들짝 놀라야 한다.


"어? 근데 과장님 시계 이거 사과 워치에용? 멋있다~ 얼마에요? 우리 애가 자꾸 사달래서.."

"아! 내용이랑 상관없는데 넘 눈에 뗘서요. 이거 초맹이도 입는다는 그 티 아냐? 어디서 샀어요? 색깔 좋다. 함 일어나봐요."


이런 식으로 하면 된다. 일단 당황하며 기세를 이어가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파이터가 화내는 포인트를 찾아서 같이 화내주면 된다.

"우리 어디까지 얘기했드라? 아 맞다! 자료 전달이 안 됐구나.. 얼마나 고생했겠어요? 나 같음 가만 안 있었을껴! 누가 저래놨어?!"


뜬금포로 기세가 꺾였다. 아프다는 마음의 외침에 동조해 주었다. 파이터들은 더 이상 화내지 못한다. 이런 연속 스킬로 적당히 마무리하고 빠져나오면 된다. 명심하자! 워킹맘의 뜬금포와 모성애 넘치는 마더십 스킬은 파이터와 상성 관계다.


옳거니 : 내가 다 맞아! 넌 다 틀렸어!

반듯하다. 완벽하다. 답답하다. 옳거니들은 완벽주의자 성향이 강하다. 이들은 꼰대층보다 젊꼰이들에게서 많이 발견된다. 이들의 완벽주의 성향과 세상을 옳고 그름으로 나누는 이중잣대가 유기농 꼰대의 길로 이끈다. 꼰대랑 젊꼰이가 뭐가 다르냐고? 다르다. 꼰대는 보통 인내가 있다. 그러나 젊꼰이는 급하다. 꼰대보다 피해야 하는 게 젊꼰이다.


옳거니들은 원리원칙을 좋아한다. 완벽하고 싶어 한다. 자신은 늘 옳아야 한다고 여긴다. 인생이 맞다 틀리다 둘 중 하나다. 어찌 보면 자신에게 조차도 가혹하다. 그러나 남에게는 더욱 가혹한 잣대를 들이민다. 이들이 빌런으로 전락하는 이유는, 사람이 누구나 불완전함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자아방어 키워드는 바로 내로남불이다.


이거 계산 틀렸잖아! 내 계산이 맞아!


옳거니들에게 주로 많이 당하는 부류는 신입이나 저연차 직원들이다. 이들은 남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한다. 앞에서는 다른 직원들의 성장에 관심이 많다고 하겠지만, 무지하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은 자기가 즐기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자. 부모의 잔소리도 계속되면 듣기 싫은 법이다. 하물며 남에게 듣는 잔소리가 좋겠는가?


옳거니들은 아닌 척하려 애쓰지만 표정관리를 잘 못한다. 이들이 참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적으로 화를 쉽게 내면 안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게 올바른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면의 분노가 많다. 이게 쌓이면서 이들은 폭발한다. 내용을 들어보면 다 옳고 그름에 관한 것들이다. 심지어는 정답이 없는 것도 정답을 제시한다.


"이렇게 해야 돼!", "저렇게 하면 안 돼!" 이런 류의 옳고 그른 가치판단과 되는 것 안 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젊꼰이들은 나대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지적이 많다. 급하다. 비난이 많아진다. 따라서 이들과 함께라면 언제나 숨이 텁텁 막힌다. 말 한마디로 할 일도 형식을 갖춰야 한다며 문서로 정리한다. 요청은 반드시 메일로 한다. 정해진 절차를 확인하는데 시간을 다 소비한다. 즉, 효율성과 융통적 사고가 현저하게 그닥이란 말이다.


너 계산기 쓸 줄 모르지? 자 함 해 봐!


이들의 공략은 시간이 좀 필요하다. 일단 듣고 알겠다고 해라. 그리고 옳거니가 한 일 중 완벽하지 않은 점, 잘못된 점을 찾아서 킵해놓자. 나중에 이걸 들이밀고 궁금하다는 식으로 똑같이 옳고 그름의 잣대로 되물어보면 된다.


"저번에 만드신 예금 상품 이자 계산이 기준보다 높던데 이거 맞나요? 시뮬레이션 공식 안 맞던데요?"

이들이 가장 수치스러워하는 약점이 있다. 바로 자신의 잘못과 불완전한 점이 드러나는 것이다. 만약 이를 인정하고 이후 태도가 바뀐다면 아직 빌런에 들어서지 않은 자다.


빌런에 들어선 옳거니들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다른 핑계로 둘러친다. 자기 잘못이 아니라 남을 끌어들이거나 상대방을 비난한다.


"그럼 비교치 말고 절대치를 알려 줬어야죠! 상대치로 계산하면 이게 맞다구요!"

"아.. 이것도 제 탓이군요! 알겠습니당! 헤헤"


그럼 더 따지지 말고 그냥 알겠다고 하면 된다. 이후 다른 일도 마찬가지로 이렇게 서너 번 반복하면 된다. 혼자 할 필요 없다. 주변 동료들을 같이 활용하자. 옳거니들은 참지 못한 나머지 알아서 광기를 부리다 스스로 자폭할 것이다.


액션이 : 빨리 해 달라구요! 저희 팀장님께서 기다리시잖아요!

전형적인 눈 가리고 아웅이다. 액션이들은 찾기 쉽다. 속이 뻔히 보인다. 하는 짓도 보인다. 업무력은 그닥 좋지 않다. 착하고 식물 같은 초식이들에게 기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들의 모든 안테나는 오직 상사를 향해 있다.


제가 말했잖아요! 저희 팀장님도 기다리세요! 빨리요!


드라마에서 전화하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꼭 일부러 시청자들에게 들으라는 것 같이 통화한다.

"네? 우리 애가 지금 그 먼 버스정류장에 있다구요? 네? 혼자 자기 발로 갔다구요? 아.. 버스 기사님이 찾아주셨군요! 제가 얼마나 걱정했다구요."


이들은 드라마의 장면을 그대로 따라 한다.

"네? 제가 어제 요청드렸잖아요! 오늘 담당자가 휴가라서 안 된다구요? 저희 팀장님이 신경 쓰시는 건이라 제가 계속 챙기는 거에요!"


맞다. '나 일하고 있어요 + 이거 들어보세요'를 합쳐서 사용한다. 이 드라마 전화 스킬은 상사가 있을 때만 발동한다. 듣는 사람이 상사일 때만 일하는 티와 생색이 나기 때문이다. 메일은 상사를 참조해서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 이유는 같다. 말 안 해도 알지? 그리고 상사가 없을 때는 보통 쇼핑하거나 논다. 일하는 티는 다 냈기 때문이다. 임원 결재 기안이라도 써서 올리는 날에는 일주일 치 일 다 한 거다.


액션이의 진가는 단체 채팅방에서 나온다. 리액션이 아주 찰지고 대화도 나이스하다. 근데 자세히 보면 지가 뭘 해주겠단 내용은 없다. 영혼 없는 리액션은 다 기억나지 않는 법. 머리가 나빠 금방 까먹는다.


난 몰라요! 니가 액션질 했으면 알아서 하세요!


얌체공 통통거리는 액션이들이 빌런인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내면이 항상 두렵다. 능력 없는 게 탄로 나서는 안 된다. 거기까지는 이해한다. 능력이 부족할 수도 있겠지..


문제는 이들이 성공 전략으로 자신의 실력을 쌓기보다는 남을 까내리기를 선택한다는데 있다. 그리고 기회를 엿본다. 즉 비교우위를 점하려고 한다.


비교우위에는 2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나를 업그레이드하여 상대보다 돋보이는 것. 다른 하나는 상대를 깎아내려 내 아래로 떨어뜨리는 것. 둘 중 후자를 택한다. 인성이 썩어빠져 글러 먹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빌런이다.


이들이 남을 깎아내리는 방법이다. 협업 중 남이 잘못 처리한 일은 큰 소리로 말한다.

"김대리님. 아까 설계도 주신 거 자재 항목이 잘못되었어요. 수정해 주세요!"

그때는 어김없이 상사가 앉아서 듣고 있을 때이다. 만약 김대리가 자리를 비우거나 부재중이라면, 상사에게 직접 찾아가서 말한다.


"지금 설계도 발송하면 안 될 것 같아요. 김대리님이 잘못 처리해 놨는데 당장 수정이 어려워서요. 필요하실 것 같아 참고 차 보고 드립니다."

반대로 자신이 실수했거나 불리할 때는 조용히 뒤에서 메신저로 도움을 요청한다. 들키면 안 되니까.


액션이들은 만행을 딱 걸리게끔 만들면 된다.


이미 이들에게 당한 적이 있다면, 남들도 똑같이 당했을 것이다. 액션이 공략은 쉽다. 어차피 업무력이 딸린다. 실수하게 되어 있다. 뒤에서 조용히 메신저를 울려댈 것이다. SOS라고. Help me라고.


이때다. 상사가 없다면 답하지 마라. 급하면 직접 오게 되어 있다. 상사가 듣고 있다면 크게 똑같이 허공에다 드라마 전화 스킬을 사용하면 된다. 남들 다 듣게. 단전에 기를 모아 쩌렁쩌렁한 울림으로. 그래. 나는 막장 드라마 연기자다!

"네? 이대리님 메신저 내용 이거 뭐에요? 비용 잘못 올리셨다구요? 어쩌죠? 지금 전산 수정도 안 돼서 도와드릴 수가 없는뎅.. 팀장님 아직 모르시죠?"


여기서 핵심은 도움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난감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럼 다른 캐릭터에게 갈 것이다. 거기서 2 콤보가 작렬한다. 이후 상사에게 불려 가서 알아서 깨질 것이다. 이게 3번 반복되면 상사는 그동안 액션으로 눈가림질 한 것을 알게 된다.


나머지는 상사에게 맡기자. 알아서 처단할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따로 가서 일러바치는 우를 범하지만 않으면 된다. 대게 자꾸 상사와 면담할 때 실은 어쩌구 저쩌구 얘기한다. 고자질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상사는 니 편이 아니다. 빌런이 상사에게도 해악이라는 것만 보여주면 할 일은 끝난다.


빌런과 똑같이 하면 빌런이 되는 것 아니냐구? 빌런은 구제해 줄 필요가 없다. 안 그러면 내가 당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저들에게 도움받을 일은 없다.


자본주의 냉정하다. 괜한 데서 동정심 발동하지 말자. 다음부터는 안 그러겠지? 구해주는 순간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할 것이다. 차가운 오피스 게임에서 동정심을 발동해야 하는 이들은 따로 있다. 다만 그 대상은 빌런이 아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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