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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맹 Jul 04. 2024

험난한 회사의 마법사 도우미들 모음

일단 바지 가랑이부터 잡고 보자!


오피스 덱을 완성할 시간이다!


전편 : 회사에서 가까이 하면 유리한 사람

참고 : 회사에서 무조건 친해져야 하는 사람


회사는 생각보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친해질 사람들을 공략하고 있는가? 근데 그렇게 큰 도움이 안 되는가?


일당백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매지션들이 있다. 무조건 공략하여 내 편으로 만들자! 이들과 함께라면 사냥의 난이도가 줄어든다. 레벨과 능력치가 쉽게 쌓인다. 이들까지 합류할 때 오피스 게임의 최종 덱이 완성된다. 어떤 빌런들이 와도 이겨낼 수 있다.


이 덱의 조합은 과연 무엇일가?


조정자 : 얘들아 싸우지 마! 내가 정리해 줄께!

약육강식의 오피스 세계관. 때로는 논리에 막힌다. 역할 갈등에 막힌다. 지위나 상대의 억지에 막힌다. 빌런들의 음해공작이 난무한다. 무엇을 하든 막힐 일은 많다. 이때 가장 빛이 나는 자가 있으니 바로 조정자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일을 잘 하는 것은 기본. 현안 파악력이 뛰어나다.


혼자 하는 일보다 회의나 협업에서 능력치가 극대화 된다. 상대를 기분 나쁘지 않게 그럴싸한 논리를 펼친다. 결국 상대의 손에는 일을 들려있다. 일을 같이 나눠 가져야 하는 상황.. 빠르게 득실과 강약점을 따진다. 그리고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일을 가져온다.


자아! 싸우지 마! 내가 잘 나눠 볼께.


"저희가 다 해도 되는데 그렇게 되면 전체적인 일정 차질이 불가피해져요. 이 일은 여기까지가 한 파트를 이루는 특성을 볼 때, R&D팀에서 마저 마무리를 지어주시면 어때요? 그 다음 단계부터 저희가 넘겨 받는게 양측 다 수월할 것 같습니다. 이제 됐죠? 끝!"


이들의 장점은 매우 합리적이면서도 상황과 상대를 잘 파악한다는데 있다. 특히 3자의 관점에서 사안을 파악하고 선을 잘 구분짓는다. 조정자는 답 안 나오는 회의, 타 부서와의 실랑이, 업무 떠밀기와 같은 상황에서 매우 뛰어나다.


나무를 보지 않고 숲을 보는 이들의 시야는 험한 분위기를 쉽게 중재해 낸다. 이들은 하나를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하나는 취한다. 이들과 함께라면 독박을 쓸 일은 없다는 것이다.


조정자의 최대 강점은 양측 모두의 니즈를 파악하는 눈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양측이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그 상태에서 절충안을 제시하기 때문에 보통 이에 수긍한다. 양측 모두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서로 한 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하게 된다. 상대는 당황할 때도 많다. 마음을 읽힌 듯 하기 때문이다.


조정자가 사람을 대할 때는 일단 다 들어준다. 이들도 처음부터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전에 어느 정도 윤곽을 잡고 나머지는 들으며 생각한다. 출제자의 의도가 무엇일까? 대개 정답으로 가는 공식을 찾으려는데 반해, 이들은 출제자의 반응을 살핀다. 절충 카드는 기본 2개 이상 미리 준비해 둔다. 그렇다. 상대의 반응에 따라 적절한 카드를 꺼내는 것이다.


자아! 어때? 이러면 모두 해피하지?


해결책이나 대안 제시를 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성은 똑똑한 척 하다가 스스로 무덤을 판다는데 있다. 준비한 2가지 해결책을 미리 깐다. 그리고 거기서 답이 안 나오거나, 제시한 일을 다 하게끔 주변 분위기에 떠 밀린다. 결국 자폭하게 된다.


그에 반해 조정자는 상대가 원하는 것과 약점이 보일 때까지 카드는 미리 까지 않는다. 계속 대화를 빙빙 돌리며 같이 고민하는 시늉을 한다. 대화가 돌다보면 조급한 측은 결론을 내고 싶어한다. 그 때가 되면 은연 중에 자신의 니즈와 약점이 나오게 된다.


온화해 보이지만 날카로운 조정자는 이를 놓치지 않는다. '그렇지. 니가 원하던게 이거였구나!'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가지고 있는 카드 중 어울리는 카드 하나만 꺼내 제시한다.


"마케팅팀에서는 결국 연구과제를 저희와 같이 코웍한다는 자체가 성과잖아요. 근데 회의 한 두번 같이 하고 결과 자료만 요구하시면 같이 한게 아니겠죠? 그럼 뭔가 발을 담그셔야 되는데 사실 마케팅팀 일과 다르니까 어려움이 있으시겠죠? 현재 남은 과제에서 샘플 테스트 정도는 저희가 알려드리면 쉽게 하실 수 있을 거에요. 샘플 테스트랑 확인하는 작업도 연구과제 일부고 중요해요. 테스트 맡아주시면 공동수행으로 해드릴 수 있는데 어떠세요?"


그렇게 까다로운 빌런들이나 중간 보스의 공격을 무력화 시킨다. 업무 추진 난이도를 확 줄여버린다. 별 다섯개 퀘스트도 이들과 함께라면 별 세개로 낮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예리한 시야와 스킬셋을 배우고 익힐 수 있다. 이런 건 가르쳐 준다고 되는게 아니다. 같이 다니면서 관찰하며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이 부리는 마법은 오피스 게임의 난이도를 낮춰줄 것이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게 무엇인지 보여주는 자다. 무조건 잡아라!


현자 : 바보들. 왜들 저렇게 어렵게 일하는 거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이 주어지면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를 고민한다. 그게 당연하다. 근데 그렇지 않은 비범한 자들이 있다. 손을 별로 놀리지도 않는다. 가만히 앉아만 있는 시간이 많다. 노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다. 일을 할 때 생각하는 시간이 가장 많을 뿐이다.


현자. 이들은 모든 순리를 거부한다. 명제와 전제 자체를 뒤흔들어 버린다. 틀에 갖히지 않는 고유의 아이디어가 전매특허다. 뭐든 한방에 전세를 뒤집는 오피스 게임의 진정한 게임 체인저다.


현자는 앉아서 멍때리는 듯 보여도 이것이 현자타임이다.


팀장 : 다들 얘기 들었지? 사회적으로 청년들 지원해 줄 금융 상품 새로 만들어 출시하란 지시야! 어서 서둘러야겠어.

현자 : 출시 안해도 됩니다. 만드는 시늉만 적당히 하면서 다음 달까지 시간 끌면 됩니다.


팀장 : 그게 무슨 소리야? 위에서 시키면 해야지.

현자 : 다음달이면 그 실적 필요한 기관장이 바뀝니다. 이미 청년 금융 건은 공공에서 띄워주기 충분히 했고 그 많은 광고도 사라졌어요. 그 얘긴 이거 끝물이라는 거에요. 곧 정책기조가 바뀔 겁니다. 지금 저희가 보조 맞춘다고 출시했다가 안해도 되는 일만 하게 된 꼴이 될 겁니다. 출시하면 실적 내야 되는데 실적은 안 될 것이고, 출시 상품 거둬들이면 마이너스가 되겠죠. 그래서 해야 될 이유가 없는 겁니다.


그렇다. 이들은 까라면 까는 대전제도 부정한다. 판 자체를 흔들어 버린다. 할 일을 안 해도 되게 만든다.


바보들아! 이렇게 하면 되잖아! 뭐 어렵다구.


팀장 :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위에서 생산단가 절감책 마련하라는 군. 단가를 어떻게 낮출 수 있을까?

초맹 : 원자재 업체에 대량 매입이나 계약 보장 조건으로 사정사정하면 네고 좀 해주지 않을까영?

김대리 : 원자재 항목 중에 대체 가능한 저렴한 원료로 변경해도 됩니다.

박과장 : 포장재에서도 조금 줄일 수 있습니다.


팀장 : 그래 좋아. 더 쥐어짜 보자. 또 뭐 있을까?

현자 : 원자재 가격은 매번 올랐다 내렸다 하고, 뭐만 오르면 경영지원은 단가 낮추라고 합니다. 업체 쥐어짜면 갑질론 나오구요. 지금 나온 얘기들은 다 제품력 깎아먹는 얘기에요. 결국 다운그레이드 하는건데 퀄리티 안 나올 겁니다. 쥐어짜기도 두 세번 더 하면 한계 옵니다. 그때가면 고객 다 떨어져 나가구요. 경쟁력 그렇게 나락 가요. 원자재 바꾸면 샘플링부터 다시 해야 되구요. 설비 변경도 체크해야 됩니다. 그걸 언제 해요?


팀장 : 아니 그럼 뭐 어떻게 하자는 거야?

현자 : 결국 현금흐름 만들고 이익 유지하고 싶은거잖아요? 하던 거 다 유지하고 생산량 조금 낮추면 됩니다. 포장 디자인만 바꿔서 가격 살짝 올리구요. 그럼 재고 손실 메꿔지면서 현금흐름 수월해집니다. 꼭 원가를 낮출 필요는 없죠.


유유자적. 현자타임은 계속된다.


현자. 생각의 차원이 기본적으로 다르다. 사고가 오피스의 영역을 넘어선다. 진정한 게임 체인저란 이런 것이다. 기본 명제를 뒤흔들어 버린다. 프레임에 갖히지 않는다.


몇개월 들어갈 일을 단 며칠 짜리로 만들어 버린다. 100번 손이 갈 일을 아예 안 해도 되는 일로 바꿔 버린다. 사고 방식과 시야 하나가 이토록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자다.  


현자는 당연히 옆에 붙잡고 있으면 10명의 일잘러가 부럽지 않은 자다. 무조건 잡아야 한다. 이들을 잡는 방법은 평범하게 맛집투어 정도로는 어렵다. 저들은 사고가 남다르다. 이를 이용해서 공략해야 한다.


어떤 일을 할 때 다가가서 물어봐라. 단 방법을 묻지 말고, 접근 방향이나 일의 전제와 목적 같이 근본을 찌르는 질문을 해야 한다. 그러면 한 두마디로 끝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티타임으로 이어진다. 저들과 친해지는 동시에 그 지혜와 혜안을 배워나갈 수 있게 된다.


오피스 세계관에 있기 아까운 자들이다. 저들은 회사에 목을 매지 않는다. 회사가 그렇게 아쉽지 않다. 이미 오피스 세계관 이상의 혜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 각성해서 떠날지 모른다. 최대한 빨리 잡자.


최강의 덱을 구성했을 때 찐 보스를 공략할 수 있다.


오피스 게임의 중반은 덱 구성에 신경써야 한다. 파티원을 잘 들이는 것만으로도 내 레벨과 아이템에 큰 동반 버프 효과를 불러온다.


조정자, 현자, 장인, 부캐, 소장파, 묵묵이, 참사람 이 정도 덱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경우라도 오피스 게임에서 망할 일이 없다. 저 중 절반만 있어도 웬만한 보스들이 공격해 와도 쉽게 밀리지 않는다.


나중에 게임이 맘에 안 들거나 망할 각이 보인다면, 저 덱을 그대로 가지고 나와 하나 차리면 새로운 회사가 된다. 그만큼 막강하다. 지금껏 나의 능력치에만 치중해 왔다면, 지금부터는 오피스 게임 덱 구성을 신경쓰도록 하자.


단, 그 전에 똥인지 된장인지 확실하게 구분할 줄 아는 안목을 키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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