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의 함정
아침부터 분주했다.
시간은 촉박했고, 마음은 초조했다.
어차피 내가 아는 길이라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더 빠른 길이 있을까 싶어
티맵을 켰다.
맵은 익숙하지 않은 길을 제안했다.
잠시 머뭇거리다 따라가 보기로 했다.
하지만 낯선 길을 달릴수록
내 마음 한편엔 의심이 피어올랐다.
“정말 이 길이 맞을까?”
결국 신호가 바뀌자마자 핸들을 꺾어
내가 아는 길로 들어섰다.
익숙한 풍경이 반가웠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길은 막히기 시작했다.
천천히 줄지어 멈추는 차들,
답답한 공기, 그리고 초조한 시곗바늘.
결국 도착은 예상보다 10분 늦어졌다.
마음속에 짜증이 치밀었다.
“괜히 티맵을 믿은 게 잘못이야.”
“맵이 나를 더 막히는 길로 인도했어.”
하지만 문득, 내 안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맵의 잘못일까?
아니면 선택을 믿지 못한 나의 문제는 아닐까?”
익숙함은 언제나 안전하고 편안하다.
아는 길은 눈을 감고도 갈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익숙함은 반드시 최선일까?
빠를 것이라고, 나를 안전하게 도착시킬 것이라고
내가 믿어 의심치 않던 그 길은
결국 시간을 더 허비하게 만들었다.
생각해 보면, 삶도 다르지 않다.
익숙한 선택이 편안한 이유는
그 속에 실패와 후회의 위험이 적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편안함은 가끔 성장의 기회를 막는 벽이 된다.
익숙함은 때로는 안식처지만,
때로는 진전을 가로막는 족쇄가 된다.
새로운 길은 낯설고 불편하다.
내가 한 번도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길에는
내가 예상치 못한 풍경,
새로운 가능성,
그리고 더 나은 결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티맵을 켜놓고도 그것을 믿지 않았다.
익숙한 길을 안내하면 똑똑하다고 칭찬하고,
낯선 길을 제안하면 타박했다.
결국 내가 선택한 길이었으면서도
막히는 길을 만났을 때는
책임을 티맵에 돌렸다.
문제는 티맵이 아니었다.
새로운 길이 아니었다.
그 길을 신뢰하지 못한 나였다.
그리고 더 깊이 들여다보니,
사실은 나 자신에 대한 신뢰 부족이었다.
내 선택을 믿지 못한 나.
내 능력을 의심한 나.
익숙함은 편안하다.
하지만 새로운 길은
익숙함이 줄 수 없는 가능성과 기회를 준다.
익숙함과 낯섦,
어느 쪽이 정답일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그저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을 한 나를 믿는 것이다.
다시 한번 묻고 싶다.
나는 익숙한 길에만 머무르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잃었을까?
얼마나 많은 기회를 놓쳤을까?
이제부터는
낯선 길이 주는 가능성을 조금 더 믿어보려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길을 선택한 나 자신을 믿어보려 한다.
서나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