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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식은 정말 희소식일까

안부를 묻는 일

by 서나송

이 말이 편했다.

오랜만에 내 안부를 묻는 이에게 쉽게 답할 수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이잖아~'


다른 이의 안부가 궁금하기 무섭게, 당장 해결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러다 문득 '잘 지내나' 생각나면 손가락이 핸드폰을 여는 속도보다 빠르게 당장 내 몸이 필요로 한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래서 늘 안부 전화를 받는 쪽이다. 잘 지냈냐고, 몸은 건강하냐고. 그럼 마치 내가 할 일을 끝낸 것처럼 마음이 가볍다. 수동적으로 내 안부를 전했기에 부담이 덜어졌나 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며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달갑지 않다. 전하고 나누며 살 수 있는 나의 안부, 나의 삶. 이게 뭐 그리 힘들다고 당장 눈앞의 불만 끄며 정신없이 살까? 가까운 이의 안부조차 물어보기 빠듯할 정도로 지내는 내 모습이 가끔은 얄밉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은 위로처럼 들리지만, 동시에 나의 무관심을 합리화하는 변명일지도 모른다. 정말로 상대가 괜찮다는 믿음에서 나온 말일까, 아니면 내 형편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의 합리화일까?


안부를 묻는 건 단순한 형식이 아니다.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틈을 만들어 내가 그 속에 들어가는 일이다. 그 짧은 시간이 모여, 우리는 서로의 삶에 닿는다.


이제는 내게 "무소식이 희소식이었다"는 말을 하지 않기로 한다. 대신 "네가 궁금했어"라는 안부를 먼저 전하며, 내 삶에 따뜻한 다리를 놓고 싶다.




건반 밖 엄마, 서나송




Dear 독자님


새해에는 부디 건강하시고 평안하세요.
감사할 수 있는 일들이 훨씬 더 많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그리고 우리 각자의 소망이 더 큰 감사로 이어지기를,
함께 격려하며 살아가기를 바라요.


서나송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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