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고 싶은 글
오늘도 SNS를 열었다. 화면 속 인플루언서의 완벽한 일상이 눈부시게 빛난다. 수만 팔로워, 화려한 마케팅, 그리고 꿈의 숫자같은 조회수.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매력적인 썸네일과 숫자들에 빠져들다가 기운이 훅 빠진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저렇게 되어야 하는 걸까?'
SNS 속 세상은 마치 별들의 잔치 같다. 모두가 반짝이며 서로의 빛을 자랑한다. 그 속에서 나는 작은 촛불 같은 존재처럼 느껴진다. 트렌드에 맞춰야 한다는 압박,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는 강박이 밀려온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 한켠에서 묘한 이질감이 고개를 든다.
'과연 이 길이 나에게 맞는 걸까?'
사실 나에겐 이 모든 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다. 화려한 조명 아래 서는 것보다, 조용히 누군가의 마음을 비추는 작은 빛이 되고 싶다. 그래, 나는 '된장찌개 같은 글'을 쓰고 싶다.
누구나 쉽게 지나칠 수 있는 평범한 가게, 특별한 맛집도 아닌 곳. 하지만 허기진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한 숟가락 떠 넣은 된장찌개가 주는 위로. 그 따뜻한 국물이 그날의 나를 살게 해주는 힘이 되는 것처럼. 나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누군가가 우연히 내 글을 읽고 "고맙다"라고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음악을 가르칠 때도 마음은 같다. 화려한 무대에 서는 연주자보다는, 내가 만난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 사람이니까. 레슨을 받은 아이들이 조금 더 음악을 사랑하게 되기를, 조금 더 자신을 믿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금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 마음은 여전히 같다.
가끔은 스스로가 너무 작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한다. 더 크게 꿈꾸고, 더 멀리 나아가야 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곧 깨닫는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길이, 가장 나다운 길이라는 것을. 나에게 맞는 크기와 속도로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면, 나는 된장찌개를 끓이는 모습을 떠올린다. 신선한 재료를 다듬고, 불의 세기를 조절하며, 국물이 깊어지길 기다리는 시간. 한 번에 완벽한 맛을 내기는 어렵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우려내다 보면 어느 순간 익숙한 따뜻함이 배어 나온다. 글도 그렇다. 처음부터 반짝이는 문장을 써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진심을 담아 차근차근 쌓아가다 보면, 결국 누군가의 마음을 데워줄 수 있는 글이 완성될 거라고 믿는다.
나의 글이 누군가의 기억 속 작은 한 켠에 남아, 시간이 지나도 그날의 따스함으로 떠오르길 바란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누군가의 하루를 살아갈 작은 힘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SNS를 다시 열어본다. 이제는 타인의 빛나는 모습에 주눅 들지 않는다. 나는 나대로의 길을 간다. 된장찌개 같은 글을 쓰며, 조용히 누군가의 마음을 데우는 작은 불씨가 되기를. 그것이 바로 내가 가고 싶은 길이다.
서나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