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어떻게 밥을 먹여주나.
사랑은 육이 아닌데.
사랑이 영은 채워줘도
육은 밥심으로 살아야지.
사랑이 무슨 밥을 먹여주나.
사랑이 밥 먹여줬다.
밥 먹을 힘도 마음도 없던 어느 날,
누군가 날 사랑한다는 음성이
숟가락 들 힘을 주었다.
먹어야 한다고,
먹어야 산다고,
사랑한다는 음성이.
사랑받는 줄 몰랐다.
아니,
사랑에는 조건이 붙는 줄 알았다.
그리고, 기브 앤 테이크.
언제든 뒤돌아 설 수 있는 나를
한결같이 사랑한다는 건 불가능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 때마다 들리는 음성은
사랑한다.
군더더기 없이 사랑한다.
그 사랑이 밥 먹여줬다.
그 사랑이 밥 먹게 해줬다.
그래서 떠날 수 없다.
내가 사는 길이니까.
사랑받을 때 살아나는 게 나, 인간이니까.
난 그만큼 사랑해줄 수 없다.
내 생명과 바꿀만큼 소중한 내 딸도
내 사랑 너무 몰라주면 버겁다.
그래서
그 음성을 듣게 하는 수 밖에.
영원하고 변함없는 그 사랑.
내가 없어도 밥 먹여 줄
그 미세한 음성을 듣게 할 수 밖에.
이 사랑을 나는, 은혜라 말한다.
서나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