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랑이 밥먹여주냐

by 서나송

사랑이 어떻게 밥을 먹여주나.

사랑은 육이 아닌데.

사랑이 영은 채워줘도

육은 밥심으로 살아야지.

사랑이 무슨 밥을 먹여주나.


사랑이 밥 먹여줬다.


밥 먹을 힘도 마음도 없던 어느 날,

누군가 날 사랑한다는 음성이

숟가락 들 힘을 주었다.

먹어야 한다고,

먹어야 산다고,

사랑한다는 음성이.


사랑받는 줄 몰랐다.

아니,

사랑에는 조건이 붙는 줄 알았다.

그리고, 기브 앤 테이크.



언제든 뒤돌아 설 수 있는 나를

한결같이 사랑한다는 건 불가능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 때마다 들리는 음성은

사랑한다.

군더더기 없이 사랑한다.


그 사랑이 밥 먹여줬다.

그 사랑이 밥 먹게 해줬다.



그래서 떠날 수 없다.

내가 사는 길이니까.

사랑받을 때 살아나는 게 나, 인간이니까.


난 그만큼 사랑해줄 수 없다.

내 생명과 바꿀만큼 소중한 내 딸도

내 사랑 너무 몰라주면 버겁다.


그래서

그 음성을 듣게 하는 수 밖에.

영원하고 변함없는 그 사랑.

내가 없어도 밥 먹여 줄

그 미세한 음성을 듣게 할 수 밖에.



이 사랑을 나는, 은혜라 말한다.






서나송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와 '빠'사이,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