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인지 필연인지,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던 오늘,
김춘수 시인의 “꽃”을 필사한다.
죽음이라는 깊은 단절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치열하게 확인하며 산다.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어한다.
나의 이름을 불러 준 그대에게로 가서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존재에 대한 고찰이 깊게 느껴지는 문장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꽃의 소묘(素描), 백자사, 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