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지 않기를

by 나무


닿지 않기를


빛이 낮게 머물던 시간. 눈을 떠보니 당신이 어느새 와있었다.

멀리서 어루만지는 손이 닿지도 않았는데 벌써 기쁘더라.

건조해진 몸을 감싸고 웅크리고 숨어 당신을 몰래 읽었다.

부스럭부스럭 마른 천이 부딪히는 소리만 들리던

온기 속에 숨이 막힐 때까지 되뇌었다.

있다가도 아무것도 없던 날을 지나 다시 선명해지는 당신.

소리로 당신의 손을,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던 나날.

부질없는 욕심을 품은 채 다시 당신을 마주한다.

감싸기 위해 자라온 걸까. 알아채지 못하게 투명해진 걸까.

애정과 염원이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지도 자르지도 못한 채

여전히 당신 앞에 머물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