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먹었어야 했다. 벌써 오전 7시가 다다른 시간이 되었다. 나는 또 몇 시에 잠들어 일어날까. 하루의 반나절이 지나 기울어진 해에 그림자는 저만치 길어져있겠지. 어둠과 빛이 공존할 때 하늘은 차디찬 파랑 빛이 돌았다. 손을 대면 얼음장처럼 차가울 것 같은 색이다. 어둠이 걷히고 있는 창을 보고 있었다. 봄이었다면 잠깐 창을 열고 공기 냄새를 맡았을 텐데. 매일 꿈을 꾼다는 그 사람은 꿈속에 있겠구나. 건넌방에 들려오는 아버지의 마른기침소리에 다시 누웠다. 이번엔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이렇게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면서 식사시간도 제멋대로 고장이 나버럈다. 틈만 나면 배가 고팠다. 그냥 자질 말까. 아까 마신 커피 때문일지도 모르겠어. 지금이라도 약을 먹고 자는 게 나을지 고민했다.
차가운 푸른빛이 중화되고 있는 세상. 손을 뻗으면 그 빛에 물들어 퍼렇게 될 것 같았다. 날씨, 미세먼지 경계단계. 예전엔 있지도 않았던 미세먼지가 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하늘을 덮는다. 글을 쓰기 위해 외출을 할 생각이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네. 나는 결핵을 앓았던 적이 있어 공기가 나빠지면 남들에 비해 예민하게 반응한다.
푸른빛은 내 하얀 이불에까지 번졌다. 나는 이대로는 잠들 수 없을 거라고 짐작했다. 약을 먹기로 했다. 책상이고 어디고 약은 없었다. 찾는데만 30분을 꼬박 쓰고 마지막으로 시선을 둔 침대 밑 끄트머리에 먼지들과 함께 있은 것을 발견했다. 손이 닿지 않아 꺼내는데만 또 30분을 꼬박 썼다. 약을 입에 털어 넣고 숨이 막힐까 호흡기를 크게 두 번 불고 입을 헹궜다. 이제 곧 30분 이내로 나는 몽롱해짐을 느끼며 잠에 들것이다. 눈을 떴을 때 제발 붉은빛의 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눈을 감고 있자. 더 빨리 잠이 올 거야. 나는 자야 해. 요 며칠 동안 알 수 없는 꿈만 꿨다. 나는 꿈을 꾸면 늘 아침이 찌뿌둥해 싫었다. 사랑하는 사랑했던 이가 꿈에 나와도 이젠 싫었다. 이게 거짓이란 걸 꿈속에 있는 나조차도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기뻐해 봤자 소용없으니까. 차라리 꿈꾸지 않는 게 좋았다.
깊은 숨을 두세 번 들었다 내쉬니 잠이 오는 것 같았다. 그래 이대로 편안하게 숨을 쉬자. 곧 잠들 수 있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결국 나는 그렇게 원하지 않았던 시간에 눈을 떴다. 일어나자마자 밥을 쑤셔 넣었다. 건조해진 입은 엄청난 마찰력을 작용하며 음식물을 목구멍 반대 방향을 밀어내는 것 같았다. 열심히도 구겨 넣고 있는데 어느새 옆에 앉아 누군가 꾸증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약이 아직도 내 몸 어딘가를 회전하고 있는 듯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었다. 미세하게 손이 떨리기도 했다. 손 끝에 그 약들이 쏠려있는 것 같았다. 무엇을 먹고 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그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구겨 넣기 바빴다. 술을 먹으면 물을 엄청 많이 먹는다. 그러면 알코올 배출이 빨라져서 술이 덜 취한다고 어딘서 들은 것 같다. 왠지 지금 내 몸에 있는 이약이 그렇게 빠질 것 같아. 그제야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더러운 나의 밤. 난 또 제대로 잠들지 못하겠지. 침대에 앉아 더러운 이 방을 천천히 훑어봤다. 뭉친 고양이 털. 종이 부스러기. 꺼졌는지 알 수 없는 노트북. 출처를 알 수 없는 담요들. 제자리가 없어 쌓여있는 책. 나 같네. 그리고 내 머리맡에 놓여있는 푸른색 작은 알맹이. 새벽 푸른빛과 닮았네. 망할 푸른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