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2_본질로 뛰어들 용기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의사의 수행과 경영에 관한 이야기. 들어가는 글-2
제가 의과대학을 막 졸업하고 인턴 때 이야기입니다.
인턴 때는 특정한 과에서만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내과, 외과, 응급실 등을 다 돌아가며 일을 하게 되는데 제가 주로 당뇨 환자들을 많이 보는 내분비 내과의 인턴을 할 때였습니다.
전공의 선생님들은 교수님의 아침 회진을 위해 밤늦게까지 환자 상태를 정리하고 아침에 다시 한 번 점검합니다. 인턴은 입원한 환자분들의 새벽 공복 혈당을 재서 5시 반 정도에는 자료를 넘겨 드려야 되는데 제가 맡은 환자가 한 4~50명 정도 되었습니다.
그렇게 입원한 환자들의 혈당을 재려면 인턴은 새벽에 4시쯤 일어나서 일을 시작해야 됩니다.
그런데 내분비내과 병동의 환자들의 혈당검사를 하려고 가면 한 방에 보통 한 대여섯 명 정도 누워 계십니다. 전부 다 내분비 내과 환자면 괜찮은데 당시는 다른 과 환자들과 섞여 있었습니다. 순환기 내과, 소화기 내과 환자분도 한 방에 섞여 있었던 거죠.
그러니까 다섯 명이 한 방에 있다면 이 다섯 명을 다 혈당 검사를 하는 게 아니고 그중에 한 세 명만 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검사를 받아야 되는 내분비내과 환자라면 등을 켜더라도 불편하지 않겠지만 다른 과 환자분들은 새벽 한 네 다섯시 쯤 인턴이 들어와서 등을 환하게 켜니까 자다가 깨게 됩니다. 그러면 누구라도 굉장히 불편하겠죠.
병원에 입원한 분들이니까 뭐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게 좀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그 때 생각해낸 게 써치라이트를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수련했던 동산병원 앞에 서문시장이라고 큰 시장이 있습니다. 틈날 때 서문시장에 가서 써치라이트를 사왔습니다. 머리에다 서치라이트를 쓰니까 방에 통째로 불을 켜지 않고도 제 환자들만 찾아다니며 혈당 검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불을 다 켜는 것보다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리죠. 그렇지만 30분 더 일찍 일어나면 불을 다 켜서 다른 환자분들을 깨우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무척이나 뿌듯했습니다.
물론 아무도 모릅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저 혼자 한 일이니까요. 저 스스로가 제게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의 그 경험이 지금까지도 무척이나 제 삶을 풍족하게 해 주고 있습니다. 잠을 30분 줄인 대가치고는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제 가슴을 따뜻하고 폭신하게 하니 엄청난 보상인 셈입니다.
모두가 잠든 캄캄한 새벽 병동에서 써치라이트를 켜고 방방마다 돌아다니는 제 모습은 지금 제가 생각해도 대견하고, 그 날을 떠올리는 지금도 참 행복합니다.
이런 경험이 기업의 스케일업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저는 이것이 직원들의 성장과 함께 조직을 성장시키는 흔들리지 않는 조직의 씨앗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본질로 뛰어드는 용기가 당신이 속한 조직의 크기와 삶의 질을 결정한다!
의사로서 환자의 검사와 치료를 하는데 가급적 그 분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고 싶은 열망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흰 가운을 입은 사람의 본질과 관계되는 것입니다. 본질로 뛰어드는 용기와 열망의 크기가 그가 속한 조직의 크기와 삶의 질을 결정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전문의 자격증을 따고 1년간 재활전문병원에서 월급받는 의사로 생활하다가 개원을 하게 됐는데 개원하고 계산해 보니까 빚만 잔뜩 안고 있었습니다.
10년이 좀 더 지난 지금은 대구 수성구에서 14층 규모의 재활전문병원을 건축 중입니다.
10년 전 직원 4명의 작은 병원에서 내년에 병원이 완공이 되면 약 직원이 100명이 좀 넘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렇게 약 10년 만에 스케일업 하는 과정을 여러분들과 함께 생생하게 공유하고자 합니다. 꼭 병원을 경영하는 분들이 아니라도 조직의 성장과 직원의 성장을 함께 고민하는 분들에게 작지만 팁이 되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이 행성에서 가장 행복한 의사 김정훈입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 - 2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