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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훈 Aug 16. 2022

부자로 가는 길에서 만난 수행자(7)

본문1-4 멈추기 - 사피엔스의 정보처리 특성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의사의 수행과 경영에 관한 이야기. 본문 1-4 사피엔스의 정보처리 특성]


1-4. 멈추기 止 - 사피엔스의 정보처리 특성



긍정어를 사용하여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왜 중요한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사피엔스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피엔스의 기억과정



사피엔스가 감각을 통해 기억하는 전체과정은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모든 기억은 감각을 통해 입력되고 뇌의 여러 부위에서 분산하여 저장됩니다. 최초의 기억은 단기기억인데 그 중에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들은 장기기억으로 넘어갑니다. 단기기억에는 부정어가 효과가 있지만 장기기억에는 목적어가 이미지로 각인될 뿐 술어인 부정어가 남지 않습니다. 정보를 저장할 때 그 당시의 상황과 감정에 따라 각각의 사건을 점수를 매겨서 가중치가 높은 것을 저장합니다. 기억의 출력과정은 입력되었던 정보를 꺼내는 것인데 이 때도 역시 상황과 감정에 따라 다시 한 번 각색됩니다.



감각 오류


감각을 통해 입력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별 관계가 없거나 익숙한 것은 아예 입력하지도 않습니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처럼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없다면 아예 감각조차 하지 못합니다.



자신과 무관하거나 익숙한 것은 아예 입력되지 않아!



이것을 불교에서는 五蘊皆空(오온개공)이라고 하여 色受想行識(색수상행식) 다섯가지 마음의 작용이 모두 空(공)하다고 합니다. 마음의 다섯 가지 작용 중에서 두 번째 受(수)가 바로 오감을 말하는데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혀로 맛보고, 몸으로 접촉하여 감각으로 아는 모든 것들(眼耳鼻舌身안이비설신)이 사실은 뚜렷한 실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피엔스의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현대의 과학적 정보처리 관점에서 보아도 사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창사 10주년 기념식이 CEO에게는 엄청난 감격이어서 오랜 뒤에도 생생한 날이었을지 몰라도 직원들에게는 그저 귀찮은 행사로 아침부터 좀 더 피곤한 여느날과 똑같을 수도 있습니다. 같은 사건을 겪었으니 똑같이 보았을 것이라는 것은 무척이나 순진한 생각입니다.



이와 같이 감각에서 첫 번째 정보의 비대칭성이 생깁니다.



저장 오류


설사 의미없는 것이 감각기관을 통해 뇌로 들어왔다 하더라도 저장하는 과정에서 탈락하기 마련입니다. 뇌의 용량에 한계가 있고 뇌는 무척이나 게으른 기관이기 때문에 지루하거나 의미없는 것은 아예 무시하거나 압축해 버리는 것이죠.


두 친구가 똑같은 졸업식을 경험했더라도 한 사람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한 기억이며 하룻밤 내내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한 것이 다른 친구에게는 그냥 딱 한 줄 짜리 기억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이미 정보의 두 번째 비대칭성이 발생합니다.


기억의 저장은 컴퓨터처럼 저장된 파일이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후의 경험이나 생각에 따라 계속 숙성되기도 하고 변질되어 부패하기도 합니다. 기억의 변질은 늘상 일어나는 일이지만 우리는 쉽게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이 과정이 감각 기억이 단기 기억으로 넘어가고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는 과정인데 첫 번째 감각 자체에도 오류가 있고 저장하는 과정에서 다시 오류가 있다는 것입니다.



흔히 "눈으로 보는 것은 곧 사실이다." 라는 의미로 "Seeing is Believing" 이라고 얘기하지만 부분적으로만 맞습니다. 어쩌면 사피엔스의 여러 감각 중에서 시각적 감각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성을 나타낸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 것입니다.




오히려 “Believing is Seeing”이 더 사실에 가까울 때가 많습니다. 믿는 것만 보는 겁니다. 믿는 것이 아니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매우 흔합니다. 내가 믿고 있는 관념과 경험에 의해서 감각적인 정보들이 모두 필터링되고 있습니다.



굉장히 큰 충격적인 사건이 아니면 대체로 보는 대로 믿기 보다는 믿는 대로 보게 됩니다. 실제로 보고도 인식이 되지 않기에 믿기는 커녕 봤다는 사실 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력오류


저장된 기억을 꺼내 쓸 때 또한번 오류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과거란 현재의 기억입니다. 그러니 과거는 현재라는 색안경에 의해 다시 한 번 변색될 수 있습니다. 현재가 만족스럽고 행복하다면 어려웠던 과거의 경험이 오히려 소중한 추억이 되어 빈티지같은 고급스러운 긍정적인 느낌으로 변합니다. 현재 시점이 우울하다면 좋았던 과거의 기억은 현재를 더욱 비참하고 부정적인 느낌이 들게 만듭니다. 그러니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것이 불행한 과거를 구원하는 길입니다.


현재에 만족하는 것이 과거를 구원하는 길!



저는 인턴이 끝나고 전공을 선택할 때 처음에는 성형외과를 선택했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미술을 하기도 했고 수술방에서 어시스트하면서 봉합하는 일을 해보니 상당히 재미있기도 했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만 그 당시에는 전공의 시험을 치기도 전에 어느 정도 당락이 결정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시험을 하루 이틀 앞두고 시험을 쳐봐야 어차피 탈락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것은 상황파악을 제대로 못한 제 어리석은 욕심이었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이고 한 가정의 가장에게 갑자기 길이 없어진 셈이니 황망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 때 당시는 그런 상황이 무척 원망스러웠습니다. 그 이후 부랴부랴 다른 과에 지원을 했지만 모두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올해 전공의 지원은 물건너 간 셈이니 내년에 다시 지원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이듬해 지원을 하기로 하고 몇 달간 응급실 당직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전공의 1년차가 한 달을 못채우고 도망친 대전의 종합병원 재활의학과에 결원이 생겨서 제가 추가로 합격을 하여 수련을 하게 되었습니다. 1년 차 생활을 시작하자 마자 뇌졸중, 척수손상, 외상성 뇌손상 환자 등 주로 마비가 있는 환자들의 주치의가 되어 그 분들을 돌보게 되었습니다.


재활의학과 전공의로 1주일이 지난 뒤 하늘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마비가 있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을 돕는 것이 너무도 보람있고 스스로 뿌듯했습니다. 1년차의 어설프고 보잘 것 없는 실력에도 불구하고 저를 믿고 몸을 맡겨 주시는 환자분들이 너무도 소중하고 감사했습니다. 가슴에 무언가 가득찬 것 같았습니다. 그 때 깨닫게 되었습니다. 성형외과에서 조기탈락한 것은 나에게 이런 큰 축복을 주시려고 하늘이 예비한 길이라는 것을...



불과 몇 달 전 하늘을 원망하고 비참한 기분으로 여기 저기 병원에 지원서를 들고 돌아다니던 무채색의 과거가 올컬러 화보로 바뀐 것입니다. 과거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달라질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가 만족스러우니 과거는 모두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현재가 만족스러우면 과거의 비통한 경험이 큰 배움의 계기가 됩니다.


과거는 현재라는 필터를 통해 볼 수 밖에 없어



우리는 과거를 과거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라는 필터를 거쳐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현재에 얼마나 만족하는지에 따라 기억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조됩니다.



조직의 성장은 CEO의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나온다.


이처럼 사람은 기억 자체에 오류지대가 있다는 걸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감각을 통해 단기 기억으로 넘어가는 것은 때때로 부정어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급박한 상황에서 누군가 위험한 실수를 하려고 할 때 소리를 치면서 하지 말라고 멈출 수도 있습니다. 그 후에 이렇게 하지 말라고 경고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단기적인 효과는 확실히 있죠.


그러나 이것이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장기기억으로 남게 하기 위해서는 그 실수에 대해 스스로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가 스스로 경험하고 그 중요성을 이해해야지만 그 상황이 장기 기억으로 넘어갈 확률이 높아집니다. CEO가 직원들이 스스로 오류지대를 점검하도록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배려해야만 직원도 성장할 수 있습니다. 실수를 감추고 눈치를 보게 하는 조직문화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실수가 끊이지 않습니다. 다만,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가려져 있을 뿐입니다.



CEO가 마음공부가 되어있지 않다면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야단을 치거나 화를 내는 등 감정적 반응을 보이기 쉽습니다.



실수는 기회다. 직원도 리더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다!



조직의 성장이 CEO의 머리에서만 나와서는 모래위에 성을 쌓는 것처럼 위태롭습니다.


조직의 성장은 CEO의 가슴에서 나와야만 합니다.


CEO의 열린 가슴이 없다면 조직의 성장은 이내 한계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CEO도 사람인지라 실수에 대해 부정적 감정이 올라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때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즉각적이고 충동적인 감정적 반응이 올라오는 것을 차분하게 인지하고 살펴보아야 합니다.



나는 감정 그 자체가 아니다. 그 감정을 바라보는 관찰자이다.



나는 감정 그 자체가 아닙니다. 하지만 때때로 우리는 감정의 화신이 되기도 합니다. 감정의 화신은 문제해결력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감정의 화신은 오히려 문제를 확대하기 쉽습니다. 감정은 구름처럼 바람이 임의로 불면 어느 방향으로든 움직이는 것처럼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바람따라 움직이는 구름을 잡으려는 것처럼 내 속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붙잡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나는 내 속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바라보는 관찰자입니다. 부정적 상황을 마주할 때 CEO가 그 부정적인 감정에 끌려가면 조직의 성장은 고사하고, 욕심의 열매가 어떠한지를 여실히 실감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실수! 그 자체보다 실수를 감추려는 조직문화를 더욱 경계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용기있게 실수를 노출하고 허용할 만큼 CEO의 마음그릇이 커야만 합니다. 두려워할 것은 실수가 아니라, 그 실수를 통해 배움의 기회를 놓치는 것입니다.




이번 한 주도 감정에 끌려가지 마시고 고요하게 관찰하며 감정의 흐름을 통해 마음그릇을 키우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아름다운 지구별 여행자 행복한재활의학과 김정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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