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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훈 Aug 22. 2022

부자로 가는 길에서 만난 수행자(8)

본문1-5. 멈추기 - 멈추지 못할 때 벌어지는 일


1-5. 멈추기 止 - 멈추지 못할 때 벌어지는 일




시스템 없는 믿음은 안일함




몇 년 전 저는 자동적 사고에 빠져 있었고 부정적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병원의 규모가 커져 나가고 있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신기한 일인데 마치 풍선을 끝없이 부풀리는 것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조마조마한 상황이었죠. 그때 뭔가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았던 것은 직감적으로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은연중에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당시 직원들이 40명이 조금 넘었습니다.



이때가 제일 직원도 많고 환자수도 많아서 겉으로 볼 땐 병원이 잘 운영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겉으로 볼 때 좋았던 이 시절, 속으로 상처가 곪아 들어가고 있는 줄을 그 당시 저는 몰랐습니다.



병원의 초창기부터 제가 공을 들여 성장을 돕고 개인적으로도 무척 아끼던 직원이 있었는데 그에게 치료뿐 아니라 병원의 행정, 마케팅 모든 분야의 노하우를 공유했었죠. 저와 함께 6년 정도 일을 했는데 초창기 급여보다 마지막엔 3배 정도 급여가 인상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만큼 능력도 있었고 저도 그를 신뢰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직원이 자기보다 어린 젊은 직원들이 자기 말을 듣도록 한 뒤에 이 유능한 젊은 직원들이 갑자기 일제 퇴사를 한 것입니다. 그 직원도 횡령을 한 것이 드러나 잇따라 퇴사를 하게 되었죠. 몇 개월 사이에 치료사의 절반 이상이 퇴사를 했으니 병원의 운영에 타격이 컸었지만 그것보다 더 큰 충격은 6년 간 고락을 같이 한다고 전적으로 믿었던 직원이 뒤로 다른 꿍꿍이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믿지 않으면 맡기지 말고, 맡긴 뒤에는 의심하지 말라!"



이 말은 무척이나 멋진 말이지만 한편으론 위험한 말이기도 합니다.




시스템 없는 믿음은 CEO의 무지와 안일함...




출처 입력







믿고 맡기는 것은 좋은 일이고 권한을 위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일어나는 현상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는 맡긴 뒤에 확인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CEO의 무지와 안일함을 뜻하기도 합니다.



저희 병원은 그때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흡했습니다. 제가 그를 믿은 것도 과거의 개인적 경험에 따른 것인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과거에 매여 자동적 생각에 빠져 있었던 것이 큰 패착이었습니다.



그 일 이후로 한 동안 그 누구도 믿기 어려웠고 그 일은 큰 상처가 되어 쉽게 아물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너무도 당연하게 그때의 상황에다가 '상처'라는 비관적인 이름을 붙였습니다. 감각적으로는 상처라는 말 외에 다른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허탈함, 배신감과 무력감, 우울감에 빠졌습니다. 늘 찾아오는 환자분들에게는 늘 하듯 성의껏 치료를 했지만 그 외에는 어떤 의욕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상처가 아닌 계시



그때 마치 하늘이 이때를 위해 준비했다는 듯이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된 한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그 선생님의 강연을 들었는데 “직원이 30명이 넘어가면 개국공신의 반란이 일어난다.”면서 그때의 대처가 그 조직의 장기적 성장을 좌우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그분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치 저의 사정을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하는 말 같았습니다. 별로 고민할 것도 없었습니다. 이미 지나간 것에 대해 연연할 에너지도 없었습니다.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저는 선생님의 경험을 흡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의 책과 강연, 개인적 만남을 통해 저는 그 고통에 대해 비로소 다른 이름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상처라고 이름을 지으면 나는 피해자로 살아야...



그것은 상처가 아니라 일종의 ‘계시’였습니다.



그 직원이 벌인 일련의 사건에다가 ‘상처’라는 이름을 붙이면 나는 ‘피해자’로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상처’ 대신 ‘계시’라고 이름 붙인 현실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그 나름대로의 계산이 있었을 테고 나는 그를 믿는다는 허울 좋은 명분 뒤에 나의 게으름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나의 부족함과 게으름, 시스템적 사고의 결여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함께 현실을 그대로 보기 위한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계시라는 말은 나를 피해자에서 선지자로 만드는 말입니다.


CEO는 선지자입니다.


비전을 먼저 보고 가치에 자신을 던지는 사람입니다.


직원들은 CEO가 본 비전과 가치를 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보더라도 일부만 볼 수 있을 뿐입니다. 먼저 본 이것을 그들의 언어로 풀어내어 이해시키고 그들의 생활에 녹아들게 하는 것이 CEO의 일입니다.



CEO는 지금 보기엔 막다른 골목 같지만 저 모퉁이를 돌면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입니다.



물론, CEO도 사람인지라 의식이 낮은 수준에 있을 때는 불편한 현재가 막다른 골목처럼 갑갑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때 신이, 온 우주가, 하늘이, 나보다 더 큰 지혜가 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렇게 말합니다. "그쪽이 아니야, 모퉁이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야 해." 때로는 바람결에 속삭임처럼, 때로는 천둥 같은 큰 목소리로 나에게 알려줍니다.




낮은 의식 수준에 머무는 사람에게 계시는 상처처럼 보이기도 해...



하늘이 더 좋은 길을 안내하는데도 나의 오래된 습관에 따라 자동적 사고에 머물러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때 내 걸음을 멈추도록 하는 신호를 ‘계시’라고 합니다. 그러나 내가 낮은 의식 수준에 머물러 있을 때 ‘계시’는 ‘상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비록 자발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 나는 비로소 멈추어 섰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네요.



어제가 끝이 아니었네요.


매일매일 기적 같은 삶이 눈을 뜨면 시작됩니다. 정말 설레는 날입니다.


행복한 한 주 되세요.



다음 주 월요일에 만나 뵙겠습니다.


저는 행복한 지구별 여행자 김정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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