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사가 들려주은 맨발걷기의 모든 것(7)
아래 그림은 스트레스 호르몬이라는 별명을 가진 코티졸의 분비를 나타내는 그래프입니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은 아침에 일어날 때 많이 분비됩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기본상태(default mode)는 잠자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배가 고프지 않고 생명에 위협이 없다면 사람에게는 잠을 자는 상태가 자연스러운 상태입니다. 맨발로 접지를 하면 좌측의 접지하지 않은 상태에 비해 아침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현대사회에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아침에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학교를 가거나 직장을 나가야 하고 무언가 활동을 해야 합니다. 계속 잠을 자는 사람에게는 게으른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사회적으로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런 일상은 어느 사회에서나 흔히 나타나는 일이지만 이런 일반적인 현상이 반드시 정상적인 상태(자연스러운 상태)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흔쾌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고 직장에 가서 일을 한다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상태이지만 억지로 졸음을 참고 누군가의 성화에 못이겨 겨우 몸을 추스려 학교에 가거나 직장을 나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상태는 아닙니다. 자연스럽지 않은 상태를 억지로 유지하기 위해서 스트레스 호르몬은 과도하게 분비됩니다.
잠에서 깨어날 때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 있던 스트레스 호르몬은 활동을 하면서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여 오후가 되면 절반 이하로 줄어듭니다. 몸이 어느 정도 스트레스 상황에 적응이 된 셈입니다. 이런 패턴은 누구에게나 매일 일정하게 반복되지만 사람마다 그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호르몬은 인체가 늘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조절되는데 이것을 항상성(homeostasis)이라 합니다. 접지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아침에는 엄청나게 높게 나왔다가 이내 뚝 떨어집니다. 호르몬이 이렇게 너무 과도하게 오르내리는 것은 별로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특별히 코티졸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은 혈압을 올리고 근육의 긴장을 높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늘 긴장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뒷목이 뻣뻣하고 어깨 위에 곰이 몇 마리 올라가 있는 상태가 계속된다면 나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너무 과도하게 분비하고 있지는 살펴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접지를 하고 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올라가긴 올라가지만 접지를 하기 전처럼 과도하게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접지를 한 사람의 코티졸 수준이 적당히 올라가고 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보아 접지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접지가 스트레스 호르몬의 하루 중 변동하는 폭을 줄여준다는 뜻입니다.
그 외에도 스트레스 감소를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예가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빨리 회복이 된다는 것입니다.
자율신경이란 우리 몸이 살아남기 위해서 내가 의지를 동원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보호하는 내 몸 안의 수호천사 같은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생존하기 위해 동물이 발달시켜온 아주 특별한 신경계를 자율신경계라고 합니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구성됩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눈을 동그랗게 크게 뜨고,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다리 근육에 힘을 불어 넣어 도망가거나 쫓아가도록 하는 것은 교감신경이 하는 일입니다. 이 때 소화나 생식기능은 별로 쓸 일이 없기 때문에 소화기나 생식기에는 일시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습니다. 반면, 스트레스 상황이 끝났을 때 느긋하게 음식을 먹고 배변을 하며 사랑을 나누는 일은 부교감신경이 주인공입니다. 이 때는 심장이 빨리 뛸 필요가 없고 호흡도 깊고 천천히 합니다. 소화도 잘 되고 잠도 깊이 잘 수 있죠. 만일 심장이 펌프질을 하거나 횡경막이 움직여서 호흡을 하는 등의 일을 내가 의지를 동원하여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잠을 자고 나면 이미 죽어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마음 편히 잠 한 번 자지 못할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그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몸 안에 깃든 수호천사인 자율신경계가 이 모든 일을 내가 잠을 자거나 술에 취해 쓰러져 있더라도 끊임없이 부지런하게 하고 있습니다.
몸이 쓰는 에너지 중에서 내가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의지를 발휘하는 경우를 활동대사량이라고 하고 내 의지와 관계없이 자율신경계가 알아서 내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쓰는 에너지를 기초대사량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활동대사량보다 기초대사량이 보통 두 배는 더 많습니다. 내가 일어나서 늦었다며 지하철을 향해 뛰어가고, 직장에 도착해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거래처 직원과 언쟁을 하면서 쓰는 에너지보다 그렇게 열심히 활동하는 나를 묵묵히 뒤에서 지원하는 몸 안의 수호천사인 자율신경계가 쓰는 에너지가 두 배는 많다는 뜻입니다. 이런 에너지 활용 면에서 보자면 우리 몸의 주인공은 의지를 발휘하고 생각으로 가득찬 내가 아니라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수호천사 자율신경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래 그림은 자율신경계의 균형상태를 확인하는 검사 중 하나인 심박변이도 검사결과입니다.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건강한 상태에서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힘이 엇비슷하게 나옵니다. 교감신경의 활동성이 높아져 있다는 것은 마치 눈 앞에 사자가 나타난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얼른 도망쳐야 하는 상황이죠. 눈동자는 커지고 팔 다리에 잔뜩 혈액이 몰리고 긴장도가 높아집니다. 소변이나 대변은 억제되고 소화도 억제됩니다. 긴장과 불안이 많은 현대인들이라면 자율신경계가 이런 불균형 상태에 머물게 되는데 대체로 교감신경이 항진된 상태입니다.아래 그림은 자율신경계 중에서 교감신경이 항진되고 부교감 신경의 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만성피로와 불안, 일에 쫒기는 현대인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건강하지 않은 자율신경계 상태입니다.
자연계에서는 스트레스 상황이 일시적으로 왔다가 사라집니다. 우리의 조상들은 먹을 음식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스트레스 상황이었습니다. 굶주림을 벗어나는 것이 일생동안 가장 큰 과제였죠. 추위에서 안전하게 몸을 보호할 장소를 찾고 불을 피워 사자와 같은 무서운 짐승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도 큰 스트레스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침에 눈을 뜰 때 마다 사자나 곰이 코 앞에 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눈만 뜨면 시간에 맞춰 무언가를 하기 위해 정신없이 달려 갑니다. 통장에 숫자가 줄어들거나 내가 투자한 주식의 시세표가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거나 시험성적표에 숫자가 낮아지면 마치 사자가 달려드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가기 싫은 직장과 학교 때문에 아침에 눈을 뜨고 싶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알람소리가 울려서 일어나 보면 벌써 늦었습니다. 눈을 뜨자 마자 사자가 코 앞에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많은 현대인들은 사자가 잡아먹기도 전에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결국 탈진하여 죽어가고 있습니다. 냉장고에는 먹을 것들이 가득하고 보일러가 훈훈하게 방안의 공기를 데워 주고 있는 아파트에 살면서 따뜻한 이불 속에서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이 지속적으로 분비되며 스트레스로 죽어가는 것입니다.
이런 스트레스 상황들이 맨발로 지구와 연결하고 나면 다시 균형점을 찾아 갑니다. 기능의학 검사를 하는 병원을 찾아가시면 심박변이도 검사를 통해 맨발걷기가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율신경계를 회복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