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사가 들려주는 맨발걷기의 모든 것(6)
맨발걷기를 하면 혈액의 점도가 낮아져 혈액흐름이 개선됩니다. 혈액이 묽게 되는 효과는 고지혈증으로 고민하던 저에게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였습니다. 제가 처음 고지혈증 때문에 맨발 걷기를 시작한 게 3년 반 전입니다. 그때 당시에 맨발걷기를 하면서 과연 이게 어떤 효과가 있는지 궁금해서 논문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눈에 가장 크게 들어왔던 것이 맨발로 땅과 접지를 하면 혈액이 묽어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고지혈증이 혈관을 망쳐놓는 과정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거든요.
혈액이 엉겨 붙을 때 혈관을 보호하려면 점도가 높아진 혈액을 묽어지게 하는 약을 먹어야 합니다.
심혈관계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 바로 혈액이 끈적끈적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적혈구가 뭉쳐서 돌아다니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나 심장혈관이 막히는 심근경색, 대동맥 협착 등 각종 혈관질환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등 만성적인 생활습관병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가장 치명적인 질병이죠. 우리가 땅과 맨발로 만나게 되면 접지 효과 때문에 이런 혈액의 점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제가 맨발 걷기에 푹 빠지게 된 효과입니다.
맨발로 땅과 만나 접지를 하게 되면 적혈구의 전기적 성질을 중화시켜서 적혈구의 덩어리가 따로 떨어져 움직입니다. 결과적으로 혈액을 묽게 하여 흐름이 원활해집니다. 논문에는 “접지는 가장 간단하게 심혈관계 위험성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접지가 우리 몸의 다양한 세포들의 전기적 성질을 바꾼다면 혈액의 전기적 성질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에 착안하여 실제 적혈구 표면의 제타(zeta) 전위를 측정한 실험이 있습니다. 제타전위는 입자 사이에서 음전하가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서로 밀어내는 성질을 말합니다. 제타전위가 클수록 분산상태가 좋다는 뜻이며 결국 혈액이 응집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뜻입니다. 10명의 건강한 성인이 2시간 동안 접지를 하기 전, 하고 난 후 혈액검사를 했습니다. 접지 후에 검사한 적혈구의 제타전위가 더 크고 적혈구들의 점도가 낮아져 응집이 더 적었습니다. 이 논문은 접지를 통해 혈액의 점도가 줄어든다는 결과는 심혈관계 질환뿐 아니라 염증과 당뇨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당뇨가 있는 분들이 제타전위가 낮아서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아래의 적혈구 그림을 보세요. 좌측은 적혈구가 하나하나 분리되어 움직이니까 아주 부드럽게 진행이 잘 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우측은 적혈구의 제타전위가 낮아서 응집되어 덩어리째 움직이기 때문에 굉장히 천천히 흘러가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혈액의 흐름이 느려질 때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는 뇌혈관이 조금씩 막히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의 맨 왼쪽이 정상 뇌 모습입니다. 바로 우측의 두 번째 그림은 소혈관질환이 아직은 가벼운 상태를 보여줍니다. 뇌척수액이 모여 있는 까만 색의 뇌실 주변으로 뭔가 하얗게 보이는데(화살표 영역) 이것은 뇌에 있는 작은 혈관들이 막히면서 뇌세포들이 일부 죽어 나가는 것입니다. 이 상태가 진행되면 맨 우측의 그림과 같이 하얗게 뇌세포들이 죽어 나가는 영역이 굉장히 넓어집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치매도 올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한꺼번에 조금 더 크게 오면 바로 뇌경색이 되는 거죠. 그러면 한쪽 팔다리에 힘이 떨어지는 편마비가 오거나, 말이 둔하게 되거나, 감각이 둔하게 되는 충격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런 일이 생기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몸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심각한 사태가 작은 뇌혈관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끈적끈적한 혈액, 느려진 혈류 속도가 이런 문제들의 시작단계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은 혈관의 단면도를 간단하게 그린 것입니다. 혈관 안에 적혈구가 평화롭게, 부드럽게 흐르도록 혈관 내부 표면에 막이 있습니다. 이 막에는 부드러운 젤 타입의 구조수라는 물이 있고 이 구조수 안에 다당외피라는 혈관을 보호하는 작은 털 같은 게 있습니다.
그런데 정제된 탄수화물(흰 쌀, 흰 밀가루, 설탕, 액상과당 등)을 많이 드시게 되면 젤 타입의 구조수라는 물이 전기적으로 불안정하게 됩니다. 전기적으로 불안정하게 되면 구조수 중간에 있는 다당외피가 떨어져 나가 혈관을 더 이상 보호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혈관은 딱딱하게 되고 혈액흐름이 거칠어지면서 혈관벽에 쉽게 상처가 납니다. 상처 난 부위에는 혈액이 소용돌이치면서 더욱 두터운 피딱지들이 만들어집니다. 결국 죽상동맥경화가 진행되어 혈액이 좁아진 혈관을 지나가느라 혈압은 높아집니다. 더 심한 경우 혈관이 터지거나 때로는 막히게 되는 비극적인 일들이 발생합니다. 이런 일이 뇌에 생기면 뇌출혈이나 뇌경색이 되고 심장에서 생기면 심근경색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심혈관질환은 암과 더불어 한국인의 가장 흔하고 중요한 사망원인입니다.
이런 혈관이 딱딱해지고 취약해지는 위험한 현상을 막는 것이 바로 항산화제입니다. 비타민 A, C, E 등과 아연, 셀레늄 등과 같은 미네랄들이 항산화제 작용을 합니다.
그러나 항산화제를 반드시 입으로 먹거나 주사로 맞아야 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맨발로 지구와 만나면 가장 완벽하고 부작용이 없는 항산화제와 연결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맨발로 접지하고 나면 자유전자들이 들어와서 혈관 안에 있는 젤 타입의 구조수와 다당외피들을 보호하고 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하게 돕습니다. 이것이 맨발걷기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