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사가 들려주는 맨발걷기의 모든 것(8)
맨발걷기의 효과, 네 번째
통증이 있는 분들에게 맨발걷기를 권할 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통증의 배경이 되는 진단명도 사람마다 다 다르고 설사 진단명이 같더라도 통증은 상당히 주관적인 경험이기에 저마다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은 양말을 벗고 맨발이 대지 위에 닿는 그 느낌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환하는 색다른 느낌이어서 '우와~'하면서 환호성을 지르기도 합니다. 조심성이 많고 불안한 사람들은 처음 맨발로 흙과 만날 때의 그 낯선 느낌이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통증이 있는데 '내가 이런 이상한 운동을 해야 하나?'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환자들에게 맨발걷기를 권하면서 관찰한 결과 특수한 상황에 있는 몇몇 분들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통증이 있는 분들에게도 맨발걷기를 자신있게 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접지가 통증을 개선한다는 것을 확인한 실험이 있습니다. 혈압계를 팔에 감아서 압력을 올리면 일정 정도 압력을 넘어서면 누구나 통증을 느낍니다. 혈압계를 종아리에 감아서 어느 정도 압력이 올라갈 때 통증을 느끼는지 확인하는 실험이 있었는데 접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압력계의 압력이 올라가더라도 이런 통증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일간 접지를 했는데 접지하는 날이 길어질 수록 26%, 29%, 45% 좀 더 통증에 잘 견딜 수 있었습니다.
굳이 이런 실험적인 자료 외에도 실제 맨발로 꾸준히 걷는 분들 중에서 통증이 좋아졌다는 분들은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허리디스크를 포함하는 만성적인 허리통증, 무릎통증, 목, 어깨가 묵직한 통증을 가진 분들이 좋아졌다는 사례가 정말 많습니다. 의뢰로 맨발로 땅을 디디면 신발을 신는 것에 비해 충격흡수가 잘 되지 않아서 발바닥 통증이 생길까봐 걱정했던 분도 막상 맨발걷기 후에 발바닥 통증이 좋아졌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족저근막염이나 티눈이 좋아졌다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수술이나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와 같은 현대의학의 표준치료법을 따를 수 없을 정도로 암이 진행된 경우에도 맨발걷기 후에 통증이 좋아졌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맨발걷기만으로 모든 통증이 좋아진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대체로 구조적인 문제가 없는 경우에는 통증이 좋아지는 경우가 분명히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상황에서는 맨발걷기로 통증이 좋아질 수 없으니 주의하시고 주치의와 반드시 상의하시기를 바랍니다.
- 수술이 필요한 경우
- 인대가 약해서 관절이 불안정할 때
- 관절의 마모가 심해서 관절 안에 반복적으로 물이 차거나 염증이 생길 때
- 심한 염증이 있을 때
- 감염이 있는 경우
이런 분들이 안전하게 접지 효과를 누리려면 걷지는 말고 발바닥이 흙에 닿는 정도만 하셔도 됩니다. 맨발걷기는 접지 효과에 풋코어 근육강화, 지압효과까지 모두 누릴 수 있지만 이런 환자분들이라면 접지효과만을 목표로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하나 통증과 관련하여 주의할 점은 모든 통증은 개인차가 크다는 점을 주의하셔야 합니다. 진단명이 같다고 똑같은 경과를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의 체력과 면역력, 운동능력, 감정패턴, 수면의 질 등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어떤 분이 맨발걷기로 나아졌다는 말을 듣고 무조건 맨발걷기로 다 낫는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무작정 따라 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자신의 체력상태와 발바닥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시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맨발걷기를 할 때 자신의 건강상태에 따라 운동시간을 적절히 조절하고 바닥을 자신에게 맞는 곳을 선택하신다면 부작용이 거의 없고 숙면, 스트레스 감소, 혈액순환 개선 등 다양한 작용용을 통해 통증이 개선될 여지가 많은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만성통증에 맨발걷기가 도움이 되었다는 사례는 무척 많습니다. ‘내 병은 맨발걷기로 반드시 다 나을거야!’ 라는 과도한 기대보다는 ‘맨발로 한 걸음 한 걸음 더 나은 삶을 살아보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걸으신다면 한결 더 좋은 날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어느 순간 더이상 통증에 묶여 있지 않는 자신을 알아채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