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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훈 Dec 27. 2023

두 번째 화살, 만성통증의 치료

만성통증의 민낯을 만나는 길


통증기능분석학회 추계 학술대회 강의록 초록 : 만성통증 증후군, 세 번째 화살의 비밀(6)



3) 두 번째 화살, 만성통증의 치료



만성통증은 3개월 이상 추가적인 조직의 손상이 없는 상태에서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이다. 물론, 반복되는 동작에 의한 미세한 조직손상(microtrauma)은 있을 수 있으나 외견상 뚜렷한 조직손상(macro injury)은 관찰되지 않는다.


그러나 3개월 이상의 통증이라 하더라도 통증의 원인을 정확하게 감별하지 못하고 관행적인 치료로 통증이 방치된 경우도 적지 않다. 통증기능분석을 통한 치료 메커니즘은 이러한 반복적인 미세손상이 가져오는 기능적 통증에 탁월한 치료효과를 나타낸다. 힘줄의 견인에 의한 periostitis(TTP : Tendon Traction Point), 근전도상 정상소견을 보이지만 근육의 과도한 긴장에 의해 신경포착 상태 nerve entrapment point(NEP), 척추 주변 근육의 과긴장에 의한 자율신경 포착 상태 sympathetic nerve entrapment point(SNEP) 등은 영상의학적 검사로 뚜렷하게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통증기능분석학회의 관점으로 만성통증을 접근할 때는 다른 병원에서 다양한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모두 참고 사항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MRI, CT, X-ray와 같은 영상의학적 검사를 가지고 온 환자라면 통사적 치료에 적절하지 않은 골절이나 종양 Tumorous condition 등 위험한 상황 Red flag sign을 파악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반가운 느낌이 든다.


두 번째 화살의 타깃은 몸이 아니라 정신이다.


만성통증 환자라도 처음부터 통증기능분석적 접근에 입각하여 정확한 Physical Examination을 통해 통증의 위치와 양상, 통증 유발요인 등을 집요하게 확인해야 한다. 상당수의 만성통증 환자들은 통사의 기본 치료법인 TTP, NEP만으로도 호전을 보인다. 자율신경계 증상이 동반될 때 자율신경계치료 SNEPI를 추가하여 치료를 마무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렇게 3개월 이상 된 통증이 단 한 두 번의 치료로 증상이 완전히 소실되는 어이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치료하는 사람도 치료받는 사람도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마는 일들이 통사치료를 제대로 하는 진료실의 흔한 풍경이다. 그러니 만성통증이라도 기본적으로는 통사적 접근법을 이용하여 원칙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성통증 환자들의 통증이 좋아져도 꾸준히 추적관찰해야 하는 3가지 이유


만성통증 환자들은 완전한 증상소실이 있다 하더라도 추가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한 세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반복적인 미세손상을 일으키는 생활 속 환경을 아직 완전히 개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척추나 골반, 견갑대와 같은 축을 이루는 근골격계의 구조적인 불균형이 반복적인 미세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런 위험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어이없게도 그동안 미뤄두었던 업무나 스포츠 활동을 갑작스럽게 많이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세 가지 이유들이 중복되면 애써서 치료해 놓은 결과가 유지가 되지 않아서 환자와의 Rapport가 깨어지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그 병원은 치료할 때 뭔가 센 진통제를 써서 잠깐 좋아지다가 결국 다시 통증이 생긴다고 오해하여 다시는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증상소실이 치료의 최종목표가 아니라 완전한 기능의 회복이 최종목표가 되어야 한다.


환자의 개인적인 치료목표가 증상만 회복하는 것이라면 증상이 다시 악화되는 위의 세 가지 경우를 반드시 주지 시키고 일정 정도의 통증이나 기능제한이 있다면 다시 병원을 방문하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Doctor의 어원은 가르친다(doct)는 뜻이다. 치료 이전에 환자 교육을 잘하는 것이 doctor의 임무라 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도수치료나 재활치료를 통해 axial skeletal system의 정렬을 회복하면서 일상생활 중에서 반복적인 미세손상을 일으킬 만한 요소들을 찾아내어 교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만성통증의 치료라 할 수 있다.



디지털 관절각도계로 환자와의 공통목표를 공유하며 만성통증을 치료한 사례


다음 사례는 1년 전 교통사고 후에 우측 전완부의 절단(Below Elbow amputation)으로 의수를 착용한 후 팔을 사용하지 않아서 발생한 근위약 및 오십견 disuse atrophy and adhesive capsulitis로 내원한 환자이다. 최초 내원 시 shoulder forward flexion각도는 AROM 73도, PROM 100도였다. 총 19회 치료로 AROM 173도로 회복하는 과정을 강의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다. 디지털 관절각도계를 활용하여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면 치료의 참여도가 훨씬 높아지며 치료에 대한 신뢰도도 커진다. 주사치료 직후에 Scapular & GH joint mobilization을 추가하여 주사치료 전의 상태와 비교해서 보여주면 환자는 반복되는 치료에도 지루해하거나 의문을 품지 않는다.



디지털 관절각도계를 이용하여 오십견 각도를 측정하는 법

1.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디지털 관절 각도계'로 검색하면 무료 어플이 뜬다. 설치하고 카톡이나 구글로 로그인을 한다.

2. 오십견 환자라면 맨 아래 좌측의 측정 버튼을 눌러 굽히기와 벌리기만 측정해도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3. 암밴드(딸깍거리며 움직이면서 고정이 잘 되는 것)에 스마트폰을 장착하여 상완에 두르고 암밴드가 흔들리지 않게 고정한다. 일반적인 경우 굽히기나 벌리기는 측정시간을 5초에 맞추고 실행 버튼을 눌러 관절각도를 측정한다.

4. 몸이 좌우나 앞뒤로 흔들리지 않도록 한 상태에서 최대한 팔을 굽혀(뒤로 젖힘 : Forward Flexion-전방굴곡) 어깨의 관절가동범위를 측정한다. 5초가 지난 상태에서의 어깨 각도가 액정에 표시되며 가장 정확하게 측정한 값을 기준으로 한다. 비슷한 경우에는 3번 측정하여 평균값으로 관절가동범위로 잡는다.




만성통증 치료는 단 몇 번의 치료로 증상을 회복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완전한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를 치료에 참여시키고 치료의 주체를 의료인에게서 환자 스스로에게로 옮기는 것이 더 좋다. 만성통증을 가진 환자가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몸을 관리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진료현장의 시간 사정을 감안하면 이 모든 것을 의사가 직접 하기는 어렵다. 디지털 관절각도계를 활용하면 데스크 직원이나 간호팀원, 물리치료사가 관절각도를 재고 의사에게 보고하는 형식을 취해도 된다. 그러면 진료시간을 단축하면서도 더욱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으며 환자와의 Rapport도 개선되어 장기적인 치료를 끝까지 믿고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관절각도계는 치료의 결과를 향상시킬 뿐 아니라 의료진에 대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다.


병원의 치료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진에서 환자가 얼마큼 의료진과 치료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가지는가 하는 문제이다. 객관적인 평가로 환자의 현재상태를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공유하면 치료의 내실화와 함께 환자가 병원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갖게 할 수 있다.


우리 병원도 디지털 관절 각도계를 사용하기 전에는 오십견 완치율이 55%에 그쳤다. 디지털 관절 각도계를 사용하면서 현재 호전도와 앞으로 치료계획을 환자와 의사가 공유하면서 오십견 완치율은 81%로 47% 이상 상승했다.




디지털 관절각도계 사용하는 디테일한 방법


https://youtu.be/SkYgquJuU7A?si=nzyeVvASkXs3JxIX


(발표에서는 만성통증의 대표로 유착성 관절낭염을 선택했다. 유착성 관절낭염은 대체로 급성보다는 만성이 더 많고 치료적 접근법에 따라 치료경과가 많이 차이가 나는 질환이다. 유착성 관절낭염을 가진 환자가 디지털 관절각도계를 이용하여 꾸준히 치료와 재활에 참여하도록 하는 특별한 방법을 살펴보자. - 환자자료는 다음 포스팅에서)



- 7/14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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