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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훈 Jul 31. 2024

대환장파티에서_들어가는 글

동네의사의 환자일기


어떤 의사는 환자에게 깊은 흔적을 남깁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환자는 의사에게 깊은 흔적을 남깁니다.


질병에 관한 지식이야 의사와 환자 사이에 차이가 크겠지만 한 인간으로서 겪는 고통과 좌절, 연민과 희망의 이야기는 서로 차이가 없습니다.


저는 언제나 질병 그 자체를 해결하는 것 보다 질병을 가진 그 사람에게 주목을 하려 합니다.



당분간 '동네의사의 환자일기'는 저에게 깊은 흔적을 남긴 한 환자와의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질병에서 벗어나는 것 뿐 아니라 자신의 참 모습을 발견하고 감정과 생각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감상하고 있습니다. 환자분이 자유롭게, 파랑새처럼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이것은 통증 뿐 아니라 고통에서 벗어나는 일이기에 이 일은 제가 한 일이 아닙니다.



의사면허에는 복지부장관의 도장이 찍혀 있지만 그는 내가 가는 길을 모릅니다.


내 가슴에는 하늘이 주신 면허가 있습니다.


그것은 붓다의 표현으로는 고통을 끝내는 일이고, 예수의 말씀으로는 생명을 얻게 하고 더욱 풍성히 얻게 하는 일입니다.


그 일을 위해 20년 간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 왔고 이 여정의 마지막까지도 우여곡절이 끝나지 않을 것을 압니다.


처음부터 이런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늘이 내게 허락한 분들, 고통 속에 하루 하루를 버텨야 하는 분들을 보면서 어느새 이런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어려운 일들이 있겠지만 어려운 만큼 기쁨도 크다는 걸 알기에 최선을 다해 하늘이 내게 허락한 분들과 함께 재미있게 살아보려 합니다.


지구별 소풍이 끝나는 그 날까지...





대환장파티에서... 들어가는 글



몇 년 전 목디스크로 우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환자분이 다시 오셨다.


직장이 서울에 있는 분이어서 직장에서 병가를 얻은 상태에서 대구까지 치료를 받으러 오신 것이다.


이번에는 고관절 통증이 문제였다.


통증도 문제지만 자꾸 넘어지는 것이 여간 위태로와 보이지 않았다.


몇 발자국 걷다가 병원에서도 수 차례 넘어지는데 마치 볏단이 넘어지듯 풀썩 쓰러지는 것이었다.


뇌졸중 환자, 척수손상, 근육병, 근무력증, 루게릭병, 다발성경화증 등등 온갖 마비환자들을 치료해 왔지만 굉장히 특이한 상태라고 판단이 되었다.



사직서를 냈습니다.




신경검사를 해 보았는데 정상이었다.


그러면 왜 이렇게 자꾸 넘어지는걸까?


물론, 통증 때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은 느낌도 있는데 몇 번 치료 후에 통증은 좋아지셨다.


그래도 힘이 빠지는 것은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


결국 서울에 있는 직장에 사직서를 내고 말았다.



워커 보조기를 샀어요.



수시로 넘어지기 때문에 다리에 상처가 그치는 날이 없었다.



어떤 날은 휠체어를 타기고 했다. 이번에는 워커라는 보행 보조도구를 사셨다고 한다.

신경손상이 없는 것은 분명하기에 자율신경의 균형을 회복하고 심리적인 저항을 해결하면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이 되었다.



체력도 회복하시고 다시 빛나는 모습으로 회복하실 거예요.



내가 자신있게 얘기한 그 후에 9개월 간 파란만장한 대환장파티가 시작된다...



단박에 쉽게 나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치료 초기에 환자분은 죽고 싶다는 말을 종종 했었다. 사정을 듣고 보니 그 마음이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그러나 "죽고 싶다"는 말은 "간절히 살고 싶다. 할수만 있다면 빨리 살려 달라."는 말의 다른 버젼일 뿐이다.


그렇게 파란만장, 기기묘묘... 대환장파티가 끝나가고 있었다...


7개월 정도 지난 비개인 어느 봄날 문득 메시지가 날아왔다.

오늘 구름보다가 원장님 생각이 났어요. ㅎㅎ 감정=구름



인간이 평생 만나야 할 사람은 너무 늦지도 않고 너무 빠르지도 않을 때 꼭 만날 수 있다.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놀랍게도 어디선가 조력자가 나타나 구해주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역시나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은 나라는 생각이 든다.


<운을 읽는 변호사> 니시니카 쓰토무



아직도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 상태는 아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 것은 벌써 좋아졌고 통증도 거의 없는 상태다. 통증의 문제에서 벗어나 이제는 감정을 흘러가는 구름처럼 바라보게 된 것이다. 물론, 단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은 아니지만 자신의 감정에서 떠올라 감정을 경험하는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면 완전히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대부분은 감정을 경험하기만 하지,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에 감정에 끌려다니며 일생을 허비하는 것이 일반적인 삶이다. 그러나 감정과 생각에 끌려가지 않고 바라볼 수 있다면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삶이다. 고통에서 벗어나고 생명을 더욱 풍성히 얻는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내가 대답했다.



그 구름을 움직이는 건 바람이죠.


OOO님 내면의 바람


어떤 삶을 바라시나요?


저도 한 때...

아니, 지금도 때때로...

지금을 떠나

어디로 가야만 한다는

헛된 바람으로

시간을 허비하곤 해요.


그러나

삶은 언제나

이대로가 진실이죠.


진실을 외면하는

바람은 결코

우리를 천국으로

데려가지 않아요.


바람이 잦아들면

때론 기쁘고

때론 슬픈 이대로...


뭉게구름도

검은구름도

모두

이대로 진실이며

나의 인식이 곧

천국임을 알게 되죠.


그래서 예수는

천국이 너희 가운데

있다고 했는지도 몰라요.


나의 인식

나의 바람


그것이

어떤 색깔의

구름이든

외면하지 않고

누리게 할 때

천국은

지금 여기.


오직 이곳이...

이 인식이

천국입니다.


OOO님이

바람을 잠잠케 하고

무심하게 바라 본

구름과 하늘이

천국의 풍경이네요.


... ...


그랬더니 OOO님 에게서 답이 왔다.

감정에 흠뻑 젖어도 금방 돌아오는 능력이 조금 생겼어요.


옛날엔 입원하면 그렇게 불만투성이였고 아플 때 또 불안과 나쁜 생각으로 우울했어요.


자율신경치료가 잘되고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잘나서가 아니고 순간순간 달라진 걸 느꼈어요.


왜 안좋은 일만 일어날까 억울했는데 소금이 짜고 설탕이 단 게 당연하듯 우리 인생도 당연히 꼬부랑길이라 여기니 지루하지 않다는 것도요.


제게 온 난관들 덕분에 배울 수 있었겠죠.


요즘은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요.



OOO님도 나와 같이 지구별 여행을 하게 되었구나!


각자도생의 전쟁터가 아니라 여행을 즐기는 초등학교 꼬마처럼 삶을 흥미롭게 바라보게 되었구나!



너무도 기뻤다.


왜냐하면 길지 않은 인생 여행에서 길동무가 생긴 것이니까.






앞으로는 OOO님과의 우여곡절, 파란만장 대환장파티의 과정을 함께 감상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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