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를 에너지로 활용하는 법
반드시 멋진 휴양지에서 보내는 맛난 음식과 여유로운 시간만이 가족의 행복은 아닙니다.
아이들과 함께 세상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함께 책을 읽으면서 자기의 느낌을 표현하고, 문제를 찾아내어 적어보고, 그것을 단계별로 쪼개어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게임처럼 만든다면 우리 가정만의 멋진 MONEY STORY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과정을 재미있게 할수록 멋진 휴양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 수도 있습니다.
뿌리 깊은 공포 뒤에는 분명히 자신의 오래된 기억이 있습니다. 그 기억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쓴 뿌리처럼 뒤얽혀 있습니다. 불안하고 불편했던 그 상황은 내가 어찌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어린 나로서는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고 그 느낌 뒤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그 느낌은 그대로 둔 채 높이 떠올라 다시 한번 바라봅시다.
저의 경우는 몹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그것이 별로 상처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집안은 맨 위에 누나, 그리고 삼 형제가 있었고 저는 막내로 태어나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비록 가난한 집안이라 풍족하게 먹을 것이 있거나 원하는 장난감을 가질 수 없었지만 그 사랑 덕분에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 보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가난하기 때문에 결핍감을 느낀 것은 고등학생이 된 이후였습니다. 그 당시 한창때인 삼 형제가 하도 밥을 많이 먹으니 우리 집안은 늘 정부미를 사서 먹었습니다. 정부미는 정부가 비축용으로 쌀을 미리 사 둔 것인데 몇 년이 지나서 거의 찰기가 없어서 아무리 많이 먹어도 금세 배가 꺼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 다른 친구들은 작은 도시락을 싸 오는데 저는 찬합에다가 밥을 꽉꽉 눌러 담아 갔습니다. 그리고 반찬은 늘 김치뿐이었습니다. 가끔 멸치볶음이나 콩자반을 싸가기도 했지만 소시지나 계란프라이는 어림도 없었죠.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펼쳐 놓고 함께 밥을 먹는데 어느 날 한 친구가 물었습니다.
야, 왜 넌 매일 김치만 싸 오냐?
나는 별로 할 말이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결핍에 대한 약간 부끄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던 다른 친구가 얼른 끼어들었습니다.
야, 다 똑같은 김치가 아냐. 정훈이네 김치 되게 시원하고 맛있어.
그때 얼굴이 화끈거렸던 느낌이 그 친절했던 친구 덕분에 금세 가라앉았고 저는 끝까지 눈치 보지 않고 밥을 먹었습니다.
그 당시 집에 돈이 좀 있는 친구들은 저녁시간에 우리 학교 담벼락에 있는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이나 짬뽕을 먹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어처구니없지만 나는 그때 저녁 도시락을 들고 친구들을 따라 중국집엘 갔습니다. 저는 용돈을 따로 받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짜장면이나 짬뽕은 엄두를 낼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친구들에게 짬뽕국물을 좀 달라고 해서 제 도시락의 밥에 말아서 먹었는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돌아보면 내가 눈치가 없었는지... 친구들이 정말 친절하고 멋졌던 것인지... 분명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일들이 그렇게 부끄럽거나 심한 결핍으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아주 어릴 때 사랑을 많이 받아서 그런 걸까요? 최근의 뇌과학과 심리학, 불교적 통찰을 종합해 보자면 만 3세 이전에 제게는 이 세상이 참 따뜻하고 재미있는 곳이라는 신호를 끝없이 받은 것 같습니다. 때로는 끼니가 어려울 때가 있었지만 그것이 내가 사는 세상이 생존의 문제가 걸린 전쟁통이라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따스한 해석은 분명 어린 시절 따스한 양육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위에서 확인한 공포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미래로 나아가는 첫 단추입니다.
과거를 바꾸지 못하면 미래도 바뀌지 않습니다.
과거란 실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과거란 현재 내가 가진 기억을 말하는 것입니다.
시점은 언제나 현재입니다.
과거란 말은 단어가 주는 착각 때문에 마치 분명하게 있었던 사건이고 변할 수 없는 팩트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과거는 팩트가 아니라 기억입니다. 기억은 현재의 감정에 물들어 있음을 잊으면 안 됩니다. 내가 현재 만족하기에 과거 고등학생 시절 김치만 싸왔다고 눈치를 받는다거나 짬뽕국물을 얻어먹겠다고 친구들 사이에 꼽사리 끼던 일이 추억이 되는 것입니다. 내가 현재 비참한 감정에 빠져 있다면 과거의 그런 기억들은 다시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지질했던 사건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기억을 추억으로 바꾸는 것은 현재의 감정입니다.
현재 만족하면 과거의 기억을 새롭게 할 수 있습니다.
감정은 기억이라는 재료를 손질하여 요리하는 셰프입니다.
과거를 비참하게 느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일입니다. 그 기억과 얽힌 상황을 생각해 보세요. 그때의 나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나의 부모님도 더 맛난 밥과 반찬을 싸주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그때 그럴 형편이 못되었던 것이고 부모님은 나름 최선을 다해서 저를 기르신 것입니다. 나의 과거와 화해할 수 있다면 우리는 새로운 스토리를 쓸 수 있습니다.
오늘같이 더운 날, 집에서 이 글을 읽고 부부가 함께 이전 글(아래 링크로)의 그래프를 인쇄해서 함께 원하는 것과 피하고 싶은 것들을 적으면서 공포의 뿌리를 확인해 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 두려워하는 것(2 사분면과 4 사분면의 상황)의 밑바탕에 어떤 기억이 있는지 살펴보면 어떨까요?
https://brunch.co.kr/@nothing8/206
문제해결의 첫 단추는 있는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
흘긋 보지 말고 제대로! 정면으로 마주 보는 것입니다.
공포의 뿌리도 그 끝까지 파고 들어가 끝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는 사랑스럽게 그 느낌에 새로운 거름을 주는 것입니다. 지금껏 힘들게 지탱해 온 그 느낌을 안아주고 과거의 기억과 화해하는 것입니다. 뿌리가 건강하면 좋은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감정은 의식과 에너지, 종교가 있는 분들이라면 영성과도 맞닿아 있는 연결점입니다. 데이비드 호킨스의 관점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부정적 감정이 창조적 에너지로 넘어가는 과정에 '용기'가 있습니다. 나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이 꼭 한 사람은 있어야 합니다. 실생활에서 그런 사람이 없다면 책을 통해서라도 내게 용기를 주는 멘토가 있어야 우리는 지치더라도 멈추지 않고 삶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내가 가진 공포의 뿌리가 무엇인지 깊이 바라보고 우리 가족은 무엇을 원하고 어떤 것은 피하고 싶은지 의논해 보면 어떨까요? 아이들에게도 자신만의 목표를 가다듬어 보게 한다면 더 멋진 우리 가족만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글을 맺으면서 보니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임상사례를 더 모아서 좀 더 친절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입니다.
다음 시간에 더 좋은 내용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