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장(2) 순진하고 단순한 첫 번째 마음

1부. 몸과 마음 따로 또 같이

by 김정훈


"몸이 아프면 살고 싶고 마음이 아프면 죽고 싶다."


1부. 몸과 마음, 따로 또 같이


2장. 세 개의 마음


2장 (2) 순진하고 단순한 첫 번째 마음




SE-e1cd5043-abb2-47ab-95e4-77f6336e34f4.png?type=w1
첫 번째 마음은 느끼고 반응한다.



첫 번째 마음의 집, 몸!



첫 번째 마음의 집은 몸입니다. 장기로 치자면 심장이 첫 번째 마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피부로 느끼는 모든 감각의 총합이 바로 이 첫 번째 마음의 먹이입니다. 통증, 불편함, 차가움과 따뜻함 같은 아주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감각들이 이 마음을 길러냅니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없듯이, 우리의 몸 또한 저마다 다릅니다. 같은 자극에도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신경계의 센서가 품질이 좋은 것입니다. 통증을 느끼는 형태와 강도도 모두 다릅니다. 지구에 80억 인구가 있다면, 80억 개의 첫 번째 마음이 있습니다.



이처럼 몸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자극을 감지하고 그에 대해 적절하게 반응합니다. 이것이 몸이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외부의 자극 중 생존에 유리한 것을 쫓아가고 생존에 불리한 것으로부터는 피하려는 단순한 행동이 첫 번째 마음의 기본적인 속성입니다. 생존에 유리한 것은 먹이와 배우자이고 불리한 것은 포식자 또는 천적입니다. 어린 아이 시절에는 우리가 이 마음을 사용하여 세계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고 만끽하죠.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적절한 반응을 하는 것이 첫 번째 마음의 기능입니다.



이 때 반응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이 감정입니다. 특히 포유류는 감정을 통해 행동을 즉각적으로 유발하는 체계를 갖추었습니다. 즉 감정과 경험에서 비롯되는 즉흥적인 반응이 첫 번째 마음의 특징입니다.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이 따라주지 않으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처럼, 이 첫 번째 마음은 감정에 의해 더욱 강렬하고 빠른 반응을 할 수 있게 합니다. 감정이라는 영어단어는 이 첫 번째 마음이 행동으로 옮겨질 때 감정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아주 직접적으로 말해 줍니다. emotion이라는 단어에서 e는 '유발하다, 끌어내다'라는 뜻입니다. 동작motion을 직접적으로 촉발하는 것이 감정이라는 뜻이죠.



실제로 인간이 감정을 사용하여 구체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것은 군대가 행진할 때 분명히 드러납니다. 군인들이 죽음을 무릎쓰고 전쟁터에서 앞으로 나아갈 때 북소리를 울려서 심장을 뛰게 합니다. 그 큰 무리가 북소리에 맞춰 전진하면서 두려움을 이겨내고 그들의 연대의식은 한껏 고취됩니다. 그런 감정이 고조될 때 군인들은 생존의 본능보다 더 큰 어떤 힘을 느낍니다. 그 힘은 군인들의 몸에 움직임을 만들어냅니다. 죽음의 두려움보다 더 큰 감정이 전쟁터를 뒤덮습니다.



'사피엔스는 우리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특별한 사회적 감정을 통해 지구에서 가장 지배적인 종種이 되었습니다. 자연생태계에서는 150 이상의 개체가 서로 밀접한 상호작용을 하면서 무리를 이루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사실 한 무리 안에 100 이상의 개체를 구성하는 경우도 잘 없습니다. 보통은 15~30 개체 정도죠. 피를 나눈 혈족 중심의 사회는 이렇게 소규모 집단을 구성할 수 밖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사피엔스는 특이하게도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과 같은 다른 인류종들과는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많은 수의 무리를 이루었습니다. 사피엔스의 감정적 연결을 통한 연대의식이 사회를 더 크고 단단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요?



감정이 첫 번째 마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두 번째 마음에도 관여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번째 마음은 감정의 힘과 가치를 종종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은 데카르트가 사람을 두 가지로 나눠버린 데서 나온 생각입니다. 데카르트가 분리해 놓은 이런 방식의 관점을 '심신이원론'이라고 하는데 몸과 마음은 서로 다른 작동원리를 가지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몸은 물리적 실체로써 하드웨어처럼럼 작동하며 기계적인 작동원리를 따른다고 보았습니다. 이성은 그와는 대조적으로 하드웨어를 통제하는 소프트웨어의 작용을 하며 고결한 인간의 가장 핵심가치로 본 것입니다.



물론 데카르트가 암흑기의 중세를 끝내고 근대적 이성의 시대를 열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가 지나치게 이성중심의 가치를 드높인 결과가 과학과 산업의 발달을 가져온 반면, 인류의 풍요로운 삶과 행복에는 분명히 큰 상처를 냈고 그 반흔은 너무도 깊고 단단합니다. 데카르트의 관점을 그대로 따르는 사람들을 카르테지앙이라 하는데 현대사회는 온통 카르테지앙의 전성시대입니다. 사람도 사회도 모두 이렇게 둘로 나누고 경쟁하며 더 많이 가지고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을 이 지구별 소풍의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넘쳐 납니다. 잠시 소풍나온 이 지구별을 온통 전쟁터나 각박한 승부의 장으로 만들어 버린 이들이 정치, 경제, 교육, 문화예술계에까지 뻗쳐져 있습니다.



데카르트가 나뉘어 놓은 두 가지 마음도 엄밀하게는 그렇게 완전하게 독립적으로 작동하지는 않습니다. 서로 매우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감정, 분위기 등은 첫 번째 마음과 두 번째 마음이 서로 공유하는 공동경작지와도 같습니다.



만성 통증을 겪는 분들에게 이 첫 번째 마음은 때로 원망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아픔을 호소하는 몸은 때때로 나를 가두는 감옥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몸은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합니다. 첫 번째 마음은 좋고 나쁨을 떠나,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현실 그 자체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첫 번재 마음은 외부자극을 감지하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즉각적인 행동으로 반응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현실적이고 물질적이고 감각적입니다. '몸'이라는 집에 살고 있으니까요. 허리의 뻐근함, 손끝의 저림, 따뜻한 햇살이 모두 첫 번째 마음이 느끼는 것입니다.



첫 번째 마음의 관심은 오로지 생존 또는 안전입니다. 늘 물리적인 실체에 관심을 두며 공기, 물, 음식과 같은 물리적인 실체를 공급해 주어야 살아 갈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마음은 대체로 순진하고 단순합니다. 어떻게든 살아 남으려고 그렇게 한 것입니다.







다음에는 현대인들에게게 가장 자주 고장나는 두 번째 마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5화2장. (1) 세 개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