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몸과 마음, 따로 또 같이
"몸이 아프면 살고 싶고, 마음이 아프면 죽고 싶다."
1부. 몸과 마음, 따로 또 같이
우리 몸을 자율주행 차량이라고 보면 두 페달이 있습니다. 교감신경은 액셀, 부교감신경은 브레이크라고 할 수 있죠. 액셀은 도전과 위기에서 속도를 올리고, 브레이크는 휴식과 회복을 위해 속도를 줄입니다.
교감신경이 활발할 때 몸속에서 벌어지는 일
교감신경이 활동하면 모든 에너지가 근육에 몰립니다. 근육에 긴장이 올라가면서 에너지를 잔뜩 모았다가 폭발적으로 터뜨리는 거죠. 마치 사자를 마주칠 때 사람의 반응과 같습니다. 부리나케 도망을 가거나 눈을 부릅뜨고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죠. 도망가거나 맞서 싸우는 것은 즉각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반응이고 여기서 근육은 잔뜩 긴장하게 되고 자세는 약간 구부정하게 됩니다.
교감신경이 활발해지면 에너지가 무척 많이 소모됩니다. 휴대폰으로 치자면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는 과정입니다. 교감신경이 활동할 때는 스트레스 호르몬이란 별명을 가진 코티졸이라는 호르몬이 부신에서 온몸으로 퍼져갑니다. 코티졸은 염증을 줄여주고 단기간에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반면, 면역은 억제가 됩니다. 그러니 교감신경이 오랫동안 항진되어 있다면 면역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쉽게 혈당이 올라가고 혈관은 좁아집니다. 소화기관은 모두 올스톱입니다. 교감신경이 활발하면 우리 몸은 응급상황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소화를 하거나 배설할 여유가 없는 것이죠.
부교감신경이 활발할 때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
반대로 부교감신경은 에너지를 모으는 과정입니다. 근육은 부드럽게 이완되고 혈액이 소화기관과 배설기관에 몰립니다. 깊은 수면을 취하도록 도와주고 온몸 구석구석 에너지를 충전하는 과정이 바로 부교감신경이 하는 일입니다. 사자를 물리친 뒤 사과나무 밑에서 땀을 닦으며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 노을을 바라보는 상태와 같습니다.
자동차로 치자면 속도를 줄이고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는 것이 부교감신경이 작동할 때의 상황입니다. 온몸의 장기가 평화로운 상태로 돌아옵니다. 아쉽게도 현대인들에게는 부교감신경이 제대로 작동하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조화
교감신경만 항진된다면 하루 종일 사자와 마주치는 것처럼 지쳐서 쓰러지고 말 것입니다. 부교감신경만 쓰는 사람이 있다면 몇 날 며칠 나무 그늘 밑에서 쉬기만 하고 있다가 굶어서 쓰러지고 말 겁니다. 건강이란 한쪽 페달을 끝까지 밟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춰 부드럽게 바꾸는 기술입니다.
중대한 발표 전엔 자동차의 액셀을 밟듯이 열심히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심장이 조금 빨라지고 근육에 힘이 들어가야 집중력이 생깁니다. 하지만 발표를 마친 뒤에도 액셀을 계속 밟고 있는 것처럼 두근거림과 예민함이 가라앉지 않는 분들도 있습니다. 브레이크로 전환해야 소화가 잘 되고, 깊은 잠을 자고, 내일을 위한 에너지가 충전됩니다.
식사 전 30초의 감사기도, 식사하면서 눈을 마주치며 편안한 대화, 취침 전 불빛을 줄이고 잔잔한 음악을 듣는 것 등—이 작은 선택들이 부드럽게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부교감신경을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낮엔 액셀, 밤엔 브레이크. 낮이라도 집중할 땐 액셀, 쉬는 시간엔 브레이크. 이 단순한 리듬이 혈압·맥박·소화·수면·면역·통증·정서의 기본값을 평화롭게 유지해 줍니다. 상황에 맞추어 부드러운 리듬을 타고 자율신경이 조화롭게 활동하면 몸과 마음은 저절로 편안해집니다.
반대로 한쪽 페달만 계속 밟으면 몸은 균형을 잃게 됩니다. 교감신경이란 액셀만 밟고 있으면 과민해지고 피로가 쌓입니다. 반대로 부교감신경이란 브레이크만 밟고 있으면 무기력에 빠집니다. 통증은 더 크게 온몸에 퍼져 나가고, 감정의 파도도 높아집니다.
안타깝게도 병원에 오는 분들을 검사해 보면 8:2 정도의 비율로 대개 교감신경이 항진된 경우가 많습니다. 하루에 대부분 액셀을 밟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죠. 어디를 향해 그리 바삐 달리는지는 모르지만 다들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빨리 달리는 사람이 이 경주에서 승자가 된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핵심은 "얼마나 부드럽게 전환하는가?"입니다. 교감신경이든 부교감신경이든 필요할 때 올리고, 필요 없을 때 내리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 능력은 사람이라면 태어날 때 누구나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이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 바로 자율신경실조입니다.
몸과 마음의 평화는 자율신경이 상황에 맞게 얼마나 자연스럽게 변환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자율주행 시스템의 상태를 확인하는 계기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