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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1)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1부. 몸과 마음, 따로 또 같이

by 김정훈


"몸이 아프면 살고 싶고, 마음이 아프면 죽고 싶다."


1부. 몸과 마음, 따로 또 같이



3장(1)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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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삶의 숨은 주인공, 자율신경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우리에게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문학적으로 대답할 수도, 철학적으로 대답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 몸의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그 답을 찾아본다면 바로 자율신경계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율신경이 묵묵하고 조용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주지 않는다면 단 한순간도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끝이 보이지 않는 만성통증으로 고통받는 분들이라면, 이 보이지 않는 생명의 지휘자인 자율신경계를 이해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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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숨을 쉬고, 잠을 자고, 아침이면 눈을 뜹니다. 이 당연한 일들이 매일 실패 없이 이어지도록 뒤에서 은밀히 지휘하는 지휘자가 바로 자율신경입니다. 나의 의지로 움직이는 팔·다리와 달리, 자율신경은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심장 박동, 호흡, 체온, 소화, 면역을 24시간 조용히 조율합니다.


이 시스템이 고요히 리듬에 맞춰 흐르면 삶 전체가 부드럽게 굴러갑니다. 반대로 흐름이 꼬이면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 통증, 불면, 두근거림, 예민함이 일상적으로로 곳곳에서 튀어나옵니다. 그래서 사람의 삶을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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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신경의 안정이 곧 삶의 안정이다.
만성통증과 감정의 바탕에는 자율신경의 리듬이 있다.




삶의 두 가지 운전 방식: ‘운전자’와 ‘자율주행’



사람의 몸을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신경계입니다. 신경계는 크게 두 가지 신경체계로 나눕니다.



1) 체성신경계



자신의 의지를 발휘해서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신경계를 체성신경이라 합니다. 자동차로 치자면 운전자와 같죠.



이 체성신경계는 걷기, 뛰기, 손들기처럼 “운전자가 의도하는" 움직임을 담당합니다. 체성신경의 운전자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마음이죠. 현재의 생존을 위해 몸을 움직이며 반응하는 첫 번째 마음과 미래를 대비하여 뭔가를 계획하는 두 번째 마음이 부지런히 일을 합니다. 맛난 음식을 먹고 편안한 잠을 청하는 것은 첫 번째 마음이 하는 일이고 집을 장만하기 위해 돈을 모은다거나 현실에 대한 해석과 미래에 대한 예측은 두 번째 마음이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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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성신경은 두 번째 마음에 의해 잘 통제되지 않으면 현재에 몰두두하는 첫 번째 마음의 속성 때문에 익숙하고 편안한 행동을 선택하기 마련입니다. 체성신경의 가장 상위 센터는 전전두엽입니다. 상황을 보고 판단하여 데이트 장소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뇌의 운동영역에 명령을 내립니다. 운동영역에서 신호를 보내 척추를 거쳐 팔과 다리가 움직이고 눈이 방향을 판단하여 데이트 장소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렇게 내가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는 신경계를 체성신경계라 합니다.



2) 자율신경계


자율신경은 말 그대로 나의 의지와 크게 관계없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신경계를 말합니다. 자동차로 치자면 자율주행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죠. 자율신경계의 가장 상위센터는 뇌하수체입니다. 잠이 들 때 심장에게 내가 자는 동안 몇 번을 뛰어야 한다거나 더우니까 체온을 1도만 내려달라고 부탁해도 소용없습니다. 자율신경은 내 의지와는 거의 무관하게 자기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자율신경은 주변의 환경을 자기 나름대로 받아들여 판단하고 거기에 맞게 재빨리 미세하게 조정하면서 체온, 심박수, 호흡수, 소화의 속도, 수면의 깊이 등을 조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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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이 사람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 같지만 그 의지라는 것조차 자율신경의 도움 없이는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당장 호흡이 단 3분만 멈추면 어떤 굳은 의지도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자율신경은 생명의 가장 근본적인 토대가 됩니다. 그러나 과학자들과 의사들조차 이 자율신경계에 대해 아직은 모르는 것이 참 많습니다. 그러니 고통 속에 빠진 사람들이 제대로 진단받고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3) 체성신경과 자율신경의 관계



두 시스템은 늘 함께 달립니다. 체성신경의 도움이 없다면 자율신경도 금세 시들어지게 될 것입니다. 내가 식당을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면(체성신경) 심장은 자동으로 속도를 올리고, 체온은 안전한 범위에서 조절됩니다(자율신경). 식당에서 숟가락으로 밥을 떠서 먹으면(체성신경) 위와 장이 움직여서 적당히 소화를 시킵니다(자율신경). 소화된 음식은 다시 체성신경을 유지하고 활동하기 위한 에너지의 형태로 저장되고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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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은 이 두 시스템의 조화로운 협업에서 시작합니다. 사람은 자신의 의지를 발동하여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 잘 사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 의지가 발휘되는 밑바탕에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자율신경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실제 우리 몸의 에너지 중 40%만 체성신경이 쓰고 60%는 자율신경이 쓰고 있습니다. 열심히 팔과 다리를 움직이며 운동을 해도 피곤하지만, 자율신경이 리듬을 잃으면 훨씬 더 피곤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자율주행의 두 페달에 대해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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