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장(4) 자율신경의 고장

1부. 몸과 마음, 따로 또 같이

by 김정훈

"몸이 아프면 살고 싶고, 마음이 아프면 죽고 싶다."


1부. 몸과 마음, 따로 또 같이



3장(4) 자율신경의 고장


자율신경은 우리 몸이 자동차라고 할 때 자율주행시스템과 같습니다. 운전자가 평생 잠시도 쉬지 않고 운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자율주행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자율주행시스템이 고장나는 사람들이 최근에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브레이크(부교감신경) 고장 나면 생기는 일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를 떠올려 보세요. 계속 액셀만 밟고 속도만 올리면 엔진이 과열되겠죠?


watercolor_01_car_brake.png?type=w1


아래 그래프는 4) 교감신경(SNS)만 과도하게 쓰이고 5) 부교감신경(PNS)은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태를 나타냅니다. 붉은색 그래프(교감신경:액셀)는 천정을 뚫고 나갈 기세입니다. 파란 색 그래프(부교감신경:브레이크)는 바닥에 머물고 있죠. 부교감신경의 에너지 저장상태인 3) HF는 같은 나이대의 평균선인 분홍색 그래프의 하한선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교감신경의 에너지 저장상태인 2) VLF와 LF도 에너지가 넉넉하진 않지만 HF보다는 상대적으로 좀 낫습니다. 자율신경계의 전체적인 힘 1) TP도 평균선의 하한에도 못 미칠 정도로 낮아진 상태입니다.



이 분은 두근거림, 어지럼, 안면홍조, 손발 차가움, 소화불량, 불면, 두통, 만성피로를 안고 저희 병원에 오신 분입니다. 전형적으로 부교감신경이 저하된 상태이며 브레이크가 고장 난 상태라고 할 수 있죠. 쉬어도 회복이 안 되고 식사를 해도 체하거나 늘 더부룩합니다. 잠이 얕아서 아침에 일어나도 여전히 피곤한 상태가 가시질 않습니다.



과열된 엔진을 제대로 식혀주지 못한 탓이죠.



이 분은 좀 더 진행하면 교감신경의 에너지 레벨(VLF, 3) LF)도 떨어지면서 완전히 탈진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몸이 “늘 비상상태”로 학습되어 만성 통증, 만성피로에 젖은 채 살아가야만 하죠. 자율신경계의 균형도를 나타내는 9) SDNN은 정상이 50~100인데 15.97로 많이 낮아진 상태입니다. 10) RMSSD는 부교감신경의 활동 수준을 나타내는데 30 이상이 정상입니다. 이 분처럼 5.04 정도 수준이라면 심장질환의 발생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watercolor_02_stressed_person.png?type=w1


6) 스트레스 지수를 보면 7) Pressure Index(신체/정신적인 모든 스트레스의 총합)가 붉은색에 머무르면서 상당한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8) Emotional State(현 상황에 대한 감정반응)입니다. 자율신경계가 안정적인 사람이라면 스트레스 수준에 맞는 감정반응을 보여야 합니다. 그런데 이 분은 스트레스도 높지만 그 스트레스보다 더 과도한 감정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짜증과 불만을 폭발하기 쉬운 상태라는 것입니다. 물론,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져서 본인의 몸이 몸이 엉망인데 어쩌겠습니까? 이 그래프를 보면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이 분의 자율신경계가 얼마나 엉망인지 알 수는 없죠. 그러니 이 분을 이상한 사람 취급하기 쉽습니다. 괜히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고 걸핏하면 싸우려는 사람 취급을 합니다. 이 분은 그런 분위기에서 억울하고 속상해서 더 폭발하고 맙니다. 이런 악순환이 몇 번 반복되고 나면 회사생활도, 가정생활도 점점 나락으로 빠져가는 느낌이 듭니다.



이 분도 스스로 좀 참고 진정해 보려 하지만 몸도 말을 안 듣고 마음도 말을 안 듣습니다.



정말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죠.



이건 모두 자율신경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출발합니다.




액셀(교감신경) 고장 나면 생기는 일




이번엔 액셀(교감신경)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를 살펴봅시다. 액셀이 고장 나면 차가 추진력이 없어서 제대로 달리지를 못합니다. 마치 연료가 떨어져 털털거리는 모양으로 자동차가 잘 굴러가지 않습니다.


watercolor_06_car_accelerator.png?type=w1


현대인들이 교감신경을 대체로 더 많이 쓰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작정 계속 쓸 수는 없습니다. 교감신경은 에너지를 쓰는 반응이기 때문에 에너지가 그만큼 저장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제대로 충전을 하지 않고 무턱대고 쓰기만 하다 보면 1~2년 사이에 에너지가 고갈되고 맙니다. 교감신경의 에너지가 고갈되고 나면 액셀이 고장 난 자동차처럼 제대로 달리지 못하게 되죠.



아래 그래프를 보면 부교감신경(PNS) 은은 에너지도 있고 실제로 잘 쓰기도 하지만 교감신경(SNS)은 이미 너무 많이 써버려서 에너지가 고갈(VLF, LF)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분홍색 평균선 보다 막대그래프가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 있죠.




총 스트레스 지수에서 중간 정도의 심리적/신체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데 감정적 반응은 미약합니다. 이것은 교감감신경 에너지가 고갈되어 스트레스에 적절하게 대응할 힘이 없는 상태를 나타냅니다. 힘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대처를 하는데 만사가 귀찮을 정도로 에너지가 고갈되어 제대로 대처를 못한다는 뜻입니다.



watercolor_03_exhausted_person.png?type=w1


이 환자분은 무기력하고 우울한 상태입니다. 쉽게 잠이 들지 못하고 뒤척거리기 일쑤죠. 매사가 귀찮고 만성피로에 절어 있습니다. 사람이 마치 물에 젖은 솜처럼 축 쳐져 있습니다. 말수가 적어지거나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무척 힘이 듭니다. 어쩌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사람은 에너지를 마구 방출하면서 정신없이 달리는 데 비해 액셀이 고장 난 상태에서는 사람으로서의 사회적 기능을 다 상실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액셀이 고장 난 사람은 갑상선 기능저하가 동반되어 있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혈액검사로 갑상선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데 갑상선 문제를 확인하지 않고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잘못 알고 치료하면 환자는 상당 기간 고통을 더하게 됩니다. 반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사람은 갑상선 기능항진이 동반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자율신경 실조증이라고 처음부터 단정 지을 것이 아니라 혈액검사를 통해서 다른 문제가 없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율신경계의 균형


watercolor_04_balanced_person.png?type=w1



아래는 비교적 자율신경의 균형이 잘 맞춰진 보기 드문 사례입니니다. 이 분은 자율신경계의 잠재력이 평균 수준이고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가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가 있지만 적절한 감정반응을 보이며 일상을 평화롭게 유지하고 있는 상태입입니다.


자율신경 실조증의 다양한 증상


자율신경은 우리 몸의 내부 장기 대부분과 근골격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 번 자율신경이 고장 나기 시작하면 몸도 마음도 다 고통에 빠지는 경우가 많죠. 여러 기관에 문제를 일으키는 상태에서 특정 병원을 찾아가면 대체로 한 분야의 전문의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특성상 자신이 전공한 분야만 집중하기가 쉽습니다. 예를 들어 신경과 전문의라면 두통과 어지럼증에만 신경을 쓴다든지 소화기 내과 전문의는 명치끝이 꽉 막힌 것 같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증상에만 관심을 두는 식입니다.


watercolor_05_medical_journey.png?type=w1



사실 환자는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증상이 있는데 모든 증상을 얘기하려고 하면 의사가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신경과, 소화기내과, 심장내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등 수많은 병원을 전전하다가 결국 해결되지 않으니 이런 수많은 증상을 다 치료하는 곳을 찾게 되는데 바로 한의원입니다. 한의원에서는 이 모든 증상을 다 치료할 수 있다고 하기 때문에 몇 달 혹은 몇 년간 치료를 받습니다. 그러다 그것도 잘 안되면 마지막엔 대체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서 불안, 불면, 공황, 우울 등의 증상을 치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물에만 의존하는 것으로는 증상조절에 도움을 받을 수는 있어도 자율신경 실조증의 뿌리를 뽑을 순 없습니다.



watercolor_07_symptoms.png?type=w1



아래는 우리 병원에서 자율신경실조증 환자에게 묻는 설문지입니다. 47가지 증상 가운데 5개 이상이라면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하고, 10가지가 넘는다면 적극적으로 자율신경의 문제를 확인해 보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습니다.


%EC%9E%90%EC%9C%A8%EC%8B%A0%EA%B2%BD%EC%83%81%EB%8B%B4%EB%AC%B8%EC%A7%84%ED%91%9C.jpg?type=w1


다음 시간에는 자율주행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1화3장(3) 자율주행 계기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