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쓰는 편지:두 개의 게임(4)
인생을 꼬이게 하는 첫 번째 방법 : 능력과 행복의 혼돈(4)
2 사분면, 혼돈 속의 능력자 - 능력이 있어 편하지만 연결이 없어서 불행한 사람들
3 사분면에서 절망적인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2 사분면에 있는 사람들을 보자.
정말 우리를 혼돈스럽게 하는 것은 바로 2 사분면에 있는 사람들이란다. 분명히 능력은 있어서 많은 것을 소유했고 편하게 사는 것 같은데 결코 행복하지는 않은 사람들이지. 예를 들면 갑질 하는 대기업 사모님이나 그런 사람들의 자녀들이 좀 더 가지기 위해 법정다툼도 불사하는 경우지.
능력이 있으면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 얻고, 예쁜 부인 혹은 멋진 신랑을 만나고 큰 집에 큰 자가용에.. 등등 행복할 만한 모든 조건들이 따라올 것 같은데 결말이 좀 다르더구나. 이 사람들을 자세히 보면 늘 헉헉대고 뭔가 허전하고 모자란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구나. 이런 사람들은 늘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서 현재에 대해 만족할 줄 모른단다. 물론 능력이 있다는 전제하에 하는 이야기야. 사실 많은 사람들은 능력이 없어서 실제적으로 많은 소유를 가지지도 못하고 이런 사람들을 부러워만 하는 것이 현실이란다. 실상은 그 내막을 깊이 알지 못하면서 말이야. 이것이야 말로 혼돈 그 자체가 아닐까?
2 사분면의 그들은 경쟁 게임에서는 분명한 승자이다. 그러나 행복 게임에서도 반드시 승자인 것은 아니다. 언뜻 보기에 그들은 능력자이니 당연히 행복해 보일 수도 있어. 그러나 능력자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상당수는 전혀 행복하지 않단다. 실제로 국가마다 좀 차이는 있겠지만 연봉이 8천만 원 정도가 되면 돈을 더 많이 가져도 행복도가 거의 증가하지 않는다는 연구가 있단다.
아빠가 신입사원 시절 우리 사무실의 전무님이 바로 2 사분면에 있는 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그분은 서울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하여 전무까지 되었고 똑똑할 뿐 아니라 인품도 좋고 일도 너무나 깔끔하게 해내는 능력자였지. 그는 큰 아파트가 있었고 기사가 딸린 자가용에 자녀들은 유학을 보냈단다. 아빠가 보기에 그분은 아무것도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은 정말로 환상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어.
어느 날 아침 차를 마시며 그분의 이야기를 듣다가 내가 너무도 부러운 마음에 물었지.
전무님은 정말 행복하시겠군요?
그분은 잠깐 깊이 생각하는 것 같더니
이건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삶이 아니야. 다시 태어난다면 이렇게 살지는 않을 거야.
라고 말씀하시고는 한 동안 창밖을 바라보셨다.
나는 충격이었다.
그토록 우상처럼 보였던 거대한 분이 갑자기 초라해 보였다.
나는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그만큼 전무님의 대답은 내게 큰 충격이었단다.
그분은 2 사분면에 있는 중국의 장자에 나오는 동물처럼 큰 덩치에 날개가 4개, 다리가 6개나 있는 대단한 능력자이지만 머리가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 그러니 향방이 없는 셈이지. (물론 아빠가 보는 관점에서 그랬다는 것이지, 실상 지금 만나서 여쭤보면 또 다른 삶을 살고 계실 수도 있을 거야.)
능력만 있고 향방이 없는 이 신비의 동물 이름은 혼돈 混沌이다.
사탄이 속여 놓은 2개의 게임에서 제일 혼란스러운 사람들이다. 비록 대단한 능력을 가졌지만 자신의 인생은 왠지 허무하고 뭔가 꼬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들이 바로 이 사람이란다.
4 사분면, 가진 것은 없어도 만족할 줄 아는 사람 : 능력은 없으나 행복의 맛을 아는 사람
4 사분면에 불편하지만 행복한 사람들도 있단다. 비록 능력은 없어도 만족할 줄 아는 사람들이지. 스스로 족한 줄을 아는 사람도 멋지긴 하지만 누구에게나 권할 만큼 쉬운 일도 아니란다.
자연으로 돌아가서 살면 큰 능력이 없어도, 대단한 소유를 가지지 않더라도 자족하면서 살 수도 있을 거야.
아빠가 본 사람 중에는 기민이 삼촌이 4 사분면에 있는 사람이었다. 비록 대기업에 다니기는 했으나 IMF 사태가 터지자 일순위로 정리해고되었다. 그러니 능력 면에서는 부족한 사람이었다. 집도 한 칸 없어서 영채 삼촌네 작은 방에서 나와 함께 지낼 정도로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다. 그러니 경쟁 게임에서는 패배자였다. 그러나 그는 행복 게임에서는 완전한 승리자였다.
그분은 늘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빠를 반겨주었고 만두 두 봉지를 사들고 와서 밤새도록 자신이 목사님과 함께 살아온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자신의 행복한 삶은 격정적으로 말하고 어쩔 수 없이 지나와야 했던 고난의 시간들은 담담하게 말했었지. 그분의 아름다운 삶은 내 목표가 되었단다. 기민 이형을 보고 난 뒤 혼돈 속에 있는 경쟁 게임에서의 승리는 그렇게 중요한 목표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아빠는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수능 공부를 한 뒤 기민이 삼촌이 먼저 내려온 대구로 다시 오게 되었지.
몇 년 전 기민이 삼촌이 간이 파괴되는 병 속에서 혼수상태를 왔다 갔다 하면서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을 때 "나는 다시 태어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다시 목사님을 만나고 형제들, 자매들을 만나서 꼭 이렇게 다시 살고 싶다." 고 그는 자신의 삶을 이끄신 분에게 최고의 찬송을 했단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꼭 이렇게 살고 싶다!
by박기민
이 생을 마치기 바로 전 날 그에게 중환자실로 찾아온 친구가 말했다.
"기민아, 교회 식구들이 저기 밖에서 너를 응원하고 있다. 한 마디 좀 해보렴."
온몸에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치렁치렁 휘감긴 줄들 속에 그는 말할 힘도 없었다.
그는 힘겹게 오른손을 들어 V를 만들어 보였다.
그의 손짓은 예수님의 죽음 이후에 2천 년 만에 보는 것이었다. 그는 죽음에 매여 종노릇 하지 않는 사람의 표상이었다. 초라한 생명, 꺼져가는 마지막 순간에도 그는 자신의 삶을 이끄시는 분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육신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에게 그는 더 큰 생명을, 어쩌면 영원한 생명을 보여주었지.
2 사분면에서 혼돈 속에 있던 전무님과 기민이 삼촌은 너무도 대비가 되었다. 나는 25년 전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 그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선택한 삶이 행복 게임에서 이기는 방법이었음을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1 사분면, 행복한 능력자 : 경쟁 게임과 행복 게임 모두에서 승자가 된 사람
지금 아빠는 1 사분면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경쟁 게임의 룰인 미래를 위해 절제하고 노력하고 자신의 한계를 끝없이 개선하는 일에 게으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행복 게임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인 현재를 인정하고 공존을 위해 연결이 잘 이루어진 사람은 1 사분면에서 살 수 있단다.
우리나라에서 옛날에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없었는데 가장 비슷한 단어가 쾌! 족! 이란다.
유쾌, 상쾌, 통쾌 뭐 이런 말로 대표되는 마음이 가볍고 얽매이지 않은 상태를 快라고 한다. 현대의 단어로 매칭 시키자면 자유로움이 가장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
다음 글자는 足인데 이것은 말 그대로 滿足이란다. 만족이란 지금 이대로 좋다는 것이다.
법륜스님이 언젠가 하신 말씀인데 "깊은 산에 가서 도를 닦아도 지금이 좋은지 모르면 그 사람은 수행을 하는 것이 아니고 열심히 일하다가 논두렁에서 잠깐 드러누워 쉬고 있는 농부라도 지금이 좋은 줄 안다면 그것이 수행이고 그 사람이 승려다."
지금이 좋은 것을 아는 것을 수행이라고 한다.
by 법륜스님
아빠는 기민 이형이 IMF 때 회사에서 해고되고 드디어 대구로 가서 목사님 집 옆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했던 그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아빠도 그와 함께 살고 싶었고 엄마의 권유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수능 공부를 해서 대구에 있는 의과대학에 진학해서 대구로 다시 내려오게 되었다. 아빠는 능력이 얼마나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환자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 즐거웠고 흥미진진했다. 지금은 꽤나 잘 치료하는 의사로 알려지게 되었고 병원도 커져서 많은 직원들과 함께 행복하게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지금은 방도 꽤 많고 거실도 널찍하고 안락의자도 있는 집에서 살고 있지. 그러나 지금의 행복의 크기가 반드시 그때 그 시절 콧구멍만 한 방에서 기민이 삼촌의 침대 아래에서 요를 깔고 잘 때 보다 더 크다고는 할 수 없단다. (물론 아빠가 전공의 시절 네가 초등 2학년 정도 되었을 때 온 가족이 열 평 남짓되는 낡은 빌라에서 함께 잠깐 산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역시 행복했었어.)
1 사분면에서 사는 행복한 능력자들이 4 사분면에서 좀 불편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얕잡아 볼 수는 결코 없어. 사실 세상을 완전히 바꾸는 사람들은 1 사분면의 사람들보다 4 사분면의 사람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으니 어쩌면 4 사분면의 사람들이 행복에 관한 진정한 의미를 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쟁 게임과 행복 게임에서 모두 승자가 되고 싶니?
경쟁 게임과 행복 게임 모두에서 승자가 된다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다음 시간에 좀 더 이 내용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