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쓰는 편지:두 개의 게임(5)
1 사분면에 있는 사람들과 같이 경쟁 게임과 행복 게임 모두에서 승자가 된다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아빠는 메모를 많이 하긴 하지만 재정리하여 활용하는 데는 약해서 이 부분을 좀 더 연구해야 할 것 같다.)
“돈의 속성”의 저자인 김승호 회장님도 그렇고 “돈의 역사”시리즈를 쓴 홍춘욱 박사님, “돈의 미래”의 저자인 짐 로저스도 경쟁 게임에서 꼭대기에 올라간 사람들인데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이 사람들의 본업이 투자자나 기업가라기보다 철학자나 역사가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그분들의 부의 원천은 요행이나 개인의 능력 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역사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문명과 사람들의 심리 변화를 이해하게 해 주고 철학은 지금 이 순간,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지혜를 기르게 해 준다. 역사와 사람에 대한 호기심, 그 본질에 대한 집요한 탐구가 그분들이 누리는 경제적 자유의 핵심이라고 아빠는 느낀다.
경쟁 게임과 행복 게임 모두에서 승자가 되는 사람들이 즐겨 읽는 책들은 역사, 심리, 철학, 문화 등 인간과 사회를 움직이는 큰 흐름과 감정을 읽어 내는데 도움이 되는 책들이다.
몇 가지만 예를 들자면 데일 카네기의 3가지 저서(인간관계론, 자기 관리론, 성공 대화론)나 장자, 한비자, 곰브리치 세계사,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 사피엔스, 관계의 물리학 등과 같은 책들은 그들의 사고의 폭과 깊이를 기르기 위해 즐겨 읽는 좋은 책들이다.
원시사회에서의 위험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니 일단 피하고 보는 것이 낫다고 사피엔스의 DNA 속에 깊이 박혀 있다. 그러나 문명사회에서의 위험은 언뜻 보면 사람을 위협하는 것 같으나 그 뒤에 대체로 큰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이들은 꿰뚫고 있다.
이들은 위험을 볼 때 마치 포수가 투수의 공이 코 앞에 올 때까지 놓치지 않고 똑바로 보는 것처럼 위험과 그 뒤에 따라오는 기회를 함께 볼 줄 아는 지혜를 가졌다.
이들은 큰 흐름 속에서 개별적인 사건의 표면과 이면을 모두 보는 지혜를 통해 불황 때 오히려 더 큰 기회를 잡아 누리고 10~15년 간을 세계경제가 또 한 번 요동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며 투자를 하며 자기 삶을 풍성하게 한다.
위험을 보고 움츠리는 것은 사피엔스의 본능이지만 본능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본능은 유전자에 코딩된 거부하기 힘든 경향성이지만 사피엔스의 유전자는 주인의 행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네 몸속의 유전자는 후세를 많이 퍼뜨리는 데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지 네가 오랫동안 삶을 풍성하게 누리도록 발전한 것은 아니란다. 그러니 많은 본능이 네게 다 유익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최근에 깨닫게 된 것인데, 누군가 나의 잘못을 지적할 때 설명하고 싶은 욕구를 내려놓고 상대가 지적한 내용보다 더 크게 나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훨씬 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었단다.
한참 지난 이야기이지만 미국에서 타이레놀을 먹은 사람이 사망하는 사건이 몇 건 발생했단다. 처음에는 약의 부작용인 줄 알고 조사해 보니 그 지역에서만 일어난 일이라서 법원에서는 약물의 부작용은 아니라고 판단했었다. 알고 보니 그 지역에 사는 누군가가 타이레놀에 독극물을 넣어 둔 것이었지.
그러니 타이레놀 회사에서는 그 지역의 타이레놀 제품을 회수하면 되는 셈이었어. 근데 그 회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단다. 미국 전역에 있는 타이레놀 전량을 회수해서 폐기하고 포장방법까지도 모두 바꾸어 버렸지. 작은 손실로 끝날 것을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마무리 한 셈이야. 그런데 그 후에 타이레놀 회사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엄청난 신뢰를 얻게 되었단다.
네가 알다시피 아빠는 엄마 외에는 아빠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이 잘 없어. 그래서 이제껏 억울한 마음에 해명을 하려고 애를 썼단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래, 듣고 보니 당신 말이 맞네. 내가 어쩌자고 그렇게 했을까?"라고 솔직하게 시인하고 나니까 엄마의 마음이 훨씬 빨리 가라앉게 되더구나. 타이레놀 회사의 문제 해결 방법을 벤치마킹 한 셈인데 꽤나 효과가 있더구나.
누군가 나의 잘못을 지적하면 위험이라고 생각하고 움츠리며 해명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것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시인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두 개의 게임에서 모두 승자가 되는 이들의 특징이란다.
분명한 것은 2 사분면과 3 사분면은 지옥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2 사분면과 3 사분면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인생을 허비한다. 이것이 사탄의 계략이 대부분 효과가 있다는 증거란다.
사탄은 언제나 모델하우스 HOUSE만 만들어 놓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겉보기는 그럴싸하다.
사람들은 멋진 장식품들로 치장된 모델하우스를 가지려고 자기 일생을 허비한다. 문제는 사탄은 진짜 집 HOME은 짓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족들이 함께 살며 행복이 샘솟는 진짜 집은 한 번도 만든 적이 없고 만들 수도 없다. 왜냐하면 행복은 좋은 관계에서 나오기 때문에 사탄은 좋은 관계를 만들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은 일생을 이 HOUSE를 가지려고 에너지와 시간을 소비하다가 결국 HOME은 누리지 못하고 행복과는 멀어지게 된다.
네가 기억할지 모르겠구나.
아빠가 전공의 1년 차로 퇴근이 따로 없는 당직 생활을 거의 1년 가까이하고 2년 차가 되었을 때 경기도에서 대전으로 이사오던 때 기억나니?
이사날짜가 맞지 않아서 우리 네 가족이 그 좁고 낡아 빠진 전공의 숙소에서 몇 주간 같이 지냈었잖아. 그렇지만 오늘도 엄마와 함께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했는데 집이 좁아서 힘들거나 불행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더라. 그 좁고 낡은 곳에서도 가족이 오랜만에 다 같이 모여 있으니 가슴이 뿌듯하고 부자가 된 느낌이었어. 그곳에서 엄마가 해주는 저녁밥을 먹고 코딱지만 한 베란다에 숨어서 숨바꼭질도 하고 같이 놀았던 그곳은 HOUSE로는 볼 품 없지만 정말 멋진 HOME이었다는 느낌이 들어.
아빠는 행복을 떠올릴 때면 언제나 좋은 관계에 관심을 가진단다. 바로 거기서 행복이 샘솟기 때문이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좋은 관계, 사람과 자연과의 좋은 관계가 바로 모든 것의 모든 것이다.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네가 이것을 깊이 알면 좋겠다.
네 옆의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며 너에게 능력을 갖추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미래에 대해 염려하는 것은 사탄의 계략에 걸려드는 함정이다.
지금 주어진 환경, 네 앞에 있는 사람들이 너와는 다른 감정,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환경과 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행복에는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아빠의 젊은 시절을 돌아보면 능력을 갖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희생하는 일은 정말 지옥문을 열어젖히는 것이었단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아빠의 삶에 전환점이 되었던 기민이 삼촌의 육체는 이제 내 옆에 없다.
언젠가 아빠의 육체도 네 옆에 없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날을 준비하며 다음 시간엔 능력과 행복의 혼돈에 대한 글을 마무리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