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쓰는 편지: 두 개의 게임(6)
인생을 꼬이게 하는 첫 번째 방법 : 능력과 행복의 혼돈(6)
젊은 날, 아무리 능력을 추구했지만 다다를 수 없었던 안락한 삶...
행복에 늘 목마르던 아빠의 젊은 날...
그러나 우연히 알게 된 소박한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에서 흘러나오는 행복...
그 캄캄한 날들은 이제 보니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분께서 준비한 큰 그림이고 돌아보니 반드시 그러해야만 하는 과정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좋은 관계 속에서 내게 주어진 일을 최대한 즐겁게 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지. 다른 이들이 볼 때 좀 다를지는 모르지만 아빠는 1사분면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아빠의 경우에는 능력이 내게 행복을 준 것이 아니라 행복의 결과로 내게 능력이 부산물처럼 주어진 것이다.
마치 두부를 만들면 비지가 생기는 것처럼 말이야. 비지를 추구하는 두부집은 좀 이상하게 보이지 않니? 부산물처럼 따라오는 것을 추구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는 것 같아.
인생은 시간이라는 재료(콩)로 가치(두부)를 만드는 과정에서
성취(비지)가 따라오는 게임이야.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의 목표를 헷갈린 채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 처럼 보여. 성취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가치있고 행복한 삶은 되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
성공도 행복도 멀기만 하다면 가치와 의미, 좋은 관계와 현재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것이 오히려 성공의 확률을 더 높인다는 것을 아빠의 경험으로 말할 수 있어.
내 젊은 날, 그 캄캄한 날에 기민이 삼촌이 나를 찾아오셨고 오랜 시간 나는 역경속에서 음식처럼 준비되었다. 돌아보면 아빠는 어려움을 마치 요리과정처럼 지나올 수 있었단다. 때론 거칠게 문지르고 소금에 절이고 시련과 고난이라는 불 위에서 구워 훌륭한 요리를 만드는 것 같았다. 그대로 내 모습을 유지하려고 버텼다면 이 정도의 요리가 완성되진 않았을 거야. 네 주변에 훌륭한 쉐프들이 반드시 부드러운 위로와 설탕처럼 달콤한 말만 하진 않을 것이다. 어떤 과정을 거치면 더욱 누군가에게 부드럽고 영양가있는 음식이 될 수 있다. 사람도 음식처럼 누군가에게 서빙되어 그 삶을 풍성하게 할 때 가치가 높아지더라.
행복을 찾으면서도 능력만을 쫓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나 죽음 뒤의 세계를 마치 경험하고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는 혼돈처럼 보인다. 모르는 것을 스스로 믿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모르는 것으로 누군가를 설득하는 것은 때로는 위험한 폭력일 수도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믿음의 크기가 아니라 삶의 맛이다.
다행히도 아빠는 능력과 행복에 관한 큰 혼돈을 지나오면서 시원한 생수가 흐르는 사람을 만났다.
이 아름다운 세계에는 다채로운 사람들이 있다. 아빠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도 가장 불행했던 순간도 언제나 사람을 만날 때였다. 화살표가 언제나 자신을 향해 있는 사람들, 욕망과 불안에 젖어 헐레벌떡 어디론가 쫒아가는 사람들과 부딪힐 때는 슬펐다. 반면 인생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너머에 있는 미지의 절대자 앞에 겸허하게 서서 자신의 삶과 만물을 조화롭게 연결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큰 기쁨이었다.
지금 까지의 이야기를 한 번에 나타내면 이런 표가 된다. (아빠는 그래프를 좋아해서 앞으로도 그래프가 종종 나올거야.ㅎㅎ 이 그래프를 그려 놓고 얼마나 흡족한지 ㅎㅎ 아! 아름다운 그래프다! ^^)
아빠도 3사분면에 있다가 4사분면에 있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 그 후에 좋은 책을 만나고 이제 1사분면으로 옮겨진 것처럼 누구나 자신의 위치를 바꿀 수 있단다.
2사분면에 있는 사람들도 4분면의 사람들이나 1사분면의 삶을 보면서 통찰을 얻는다면 1사분면에 있는 사람들처럼 행복해질 수 있을거야.
행복은 좋아하는 일을 찾아 평생을 여기저기 기웃거리기 보다 당장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잘하려고 조금씩 노력하는 것이 더 좋더구나. 아빠는 지금 내게 주어진 일, 그 안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아나가는 것이 좀 더 행복할 뿐 아니라 능력을 기르는 면에서도 효과적이더라.
지금!
여기!
에 촛점을 맞춰서 감사하고 행복할 만한 가치들을 찾는 것이 나의 행복에는 훨씬 유리했었어. 아빠의 이야기니까 절대적일 수는 없어. 그렇지만 언젠가 네가 인생이 꼬여간다고 느낄 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아빠는 너 뿐만 아니라 이 땅의 청춘들이 누구나 좋은 관계 안에서 행복을 가꾸어 나가고 자신의 능력만큼 편안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경쟁게임과 행복게임 둘 다 잘 할 수 없다면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너도 행복게임을 먼저 택했으면 좋겠다.
능력자들만 숭배하는 세계에서 버려진 3사분면의 사람들도 참된 행복을 맛보게 되면 새로운 힘을 얻고 그 힘으로 위기 가운데에서도 기회를 볼 줄 아는 여유가 생길 테니 말이다.
인생을 꼬이게 하는 12가지 중 이제 겨우 하나가 끝났네 ㅠ.ㅠ
아빠가 말을 줄여서 간단하고 쉽게 해야하는데 너무 길어졌구나. 다음부턴 좀 더 잘 정리해서 짧게 끝내보도록 할께. ^^
다음 시간에는 두번 째 이야기 “애매함을 견디는 힘”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중첩)에 대해 이야기 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