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드리븐 콘텐츠 세번째: 가설의 우선순위 정하기

데이터 중심으로 콘텐츠 만들려면 (3)

by 최창근


콘텐츠 데이터를 관찰하고 기록하면 다양한 인사이트를 발견한다. A라는 특징을 가진 콘텐츠는 조회수가 오른다든가, B라는 특징을 가진 콘텐츠는 체류 시간이 길다든가 하는 식이다. 콘텐츠 성장에 대한 여러 힌트를 손에 쥐면 이런저런 노력을 해보고 싶어진다. 성과가 잘 나온다는데 물불 가리지 않고 시도해보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것저것 해본다는 뜻은 한 가지에 화력을 집중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났을 때 뚜렷한 성장을 단 하나도 이루지 못한 상황을 마주한다. 그렇다면 어떤 데이터에 집중해 콘텐츠의 성과를 높여야 할까? 집중할 가설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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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드리븐 콘텐츠 두번째: 가설-검증의 기초



어떤 데이터에 집중할까?
: 데이터 우선순위는 경영 관점에서

싹이 보이는 데이터를 이것저것 키워보고 싶다는 말은 무엇부터 해야 할지 하나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업무 우선순위가 잡히지 않았다는 뜻이다. 스타트업에서 이럴 때 기준은 딱 하나다. 회사의 생존을 좌지우지할 지표에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의 생존을 좌지우지할 지표는 어떻게 판단할까? 경영 차원에서 엄청 복잡한 이야기지만, 이 글의 타깃인 실무형 에디터라면 쉽게 판단할 방법이 있다. 바로 CEO와 콘텐츠 리드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몸담은 회사 또는 콘텐츠 조직이 어떤 지표를 성장시키며 가야 할지 비전과 계획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현재와 미래의 회사에 가장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밥 먹듯이 고민하고 있으므로, 이야기를 나누면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 기업에서 뉴스레터 관련 지표인 구독자 수, 오픈율, 만족도 등을 두고 우선순위를 정한다고 가정해보자. 뉴스레터를 궤도에 올리는 데 모두 중요한 지표이지만 회사의 성장 단계에 맞춰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뉴스레터 발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구독자 수를 핵심 지표로 정할 수 있다. 구독자의 풀을 넓혀야 자사 홍보 메시지를 전하거나 광고 수주를 노리는 등의 효과도 커지기 때문이다.


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반대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구독자 수만 신경 쓰다가 잘 먹히는 메시지에 치중하는 것은 아닐까?’, ‘후킹한 방식으로 구독자를 끌어모으면 구독 의사가 낮은 이용자가 모여 오픈율이 금세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같은 의견이다.


물론 모두 타당하지만 구독자 수 상승에 대한 우선순위를 기각할 수준은 되지 않는다. 일단 지표 하나를 정해 밀어붙이고 부작용은 나중에 해결하면 된다. 회사가 무너질 수준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구체적인 성과를 한 단계 이뤄놓는 것이 스타트업의 목표 지향 방식이다.



어떤 가설에 집중할까?
: 가장 위험한 가설부터 검증하라

이렇게 구독자 수를 핵심 지표로 정했다면 이를 상승시킬 수 있는 가설을 세워야 한다. ‘A라는 변화를 주었을 때 구독자 수가 상승할 것이다’ 하는 식으로 짜면 된다.


그렇다면 A라는 변화의 목록은 누가 판단할 수 있을까? 그것은 현재 콘텐츠 실무를 맡은 에디터 담당자다. 콘텐츠 성과를 기록하고 관찰하며 밤낮으로 고민했을 것이므로, 가설의 목록을 가장 풍부하게 짤 수 있는 것이다.


위의 과정을 통해 가설의 목록이 여러 개 마련됐다고 가정해보자. ‘타깃 독자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주제의 콘텐츠를 지속 발행하면 구독자 수가 상승할 것이다’ ‘스마트폰 화면 하나에 딱 들어갈 정도의 요약 콘텐츠를 작성하면 구독자 수가 상승할 것이다’ 등의 가설을 나열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수많은 가설을 한 번에 다 검증하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때도 우선순위를 정해서 실행해야 한다. 검증할 가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은 스타트업에서 통용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가장 위험한 가설을 가장 먼저’ 검증하라는 것이다.


‘가장 위험하다’는 뜻은 가설의 검증 여부가 사업의 성패를 좌지우지한다는 뜻이다. 우선순위가 높은 가설은 검증에 성공하면 지표가 큰 폭으로 지속 성장하여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반대로 검증에 실패하면 가서는 안 될 방향이라는 레슨런을 얻을 수 있다. 실패할 확률이 큰 부분에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는 것도 생존의 위협에서 멀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검증할 가설의 우선순위는 콘텐츠 팀 리드와 함께 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스타트업에 콘텐츠 에디터라고는 나 혼자뿐이라면 CEO와 상의해도 좋고, 다른 팀의 리드와 상의해도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우선순위를 정했다면 빠른 속도로 검증해나가자. 스타트업에서는 역시나 시간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검증에 성공한 것은 콘텐츠 제작 방식에 녹여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실패한 것은 가설을 수정하거나 뒤도 돌아보지 말고 치우면 된다.


데이터와 가설의 우선순위 = 사업의 우선순위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을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관점에서 돌아보자. 상승시킬 데이터와 검증할 가설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기준을 회사의 생존에 두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의 개인 취향이라든가, 다른 회사의 콘텐츠 운영 방식이 아니었다. 회사의 성장에 대한 비전을 갖고 방향타를 쥔 CEO 또는 팀 리더와 상의하라고 안내했다. 한마디로 콘텐츠의 성장 목표를 회사의 성장 목표와 정렬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관점을 확장해보면, 데이터와 가설의 우선순위를 콘텐츠 팀의 분기 목표(KPI 또는 OKR)와 연결해서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분기에 뉴스레터 구독자 수를 5000명 늘린다는 목표를 잡는다면 이것이 자연스레 팀과 실무자의 우선순위가 된다. 콘텐츠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데이터 중에서 무엇을 먼저 성장시킬지 일하는 중간중간 상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가설도 자연스레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짤 것이므로 가설-검증 프로세스를 더 빠른 속도로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에디터가 데이터와 가설의 우선순위를 짤 수 있으면 비즈니스 관점을 탑재한 에디터로 성장할 수 있다. 에디터의 업무가 콘텐츠 작성, 교정교열, 콘텐츠 매니징 등에 한정되지 않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다른 콘텐츠에서 자세히 전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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