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중심으로 콘텐츠 만들려면 (4)
이번 콘텐츠에서는 스타트업 에디터가 가설문을 정교하게 짜는 법을 안내한다. 이전까지 발행한 콘텐츠에서 가설 중심 마인드셋을 차근차근 키워나가는 법을 안내했다면 이제는 실전 수준으로 해볼 차례다.
지금까지는 가설문 짜는 법을 익히기 위해 ‘변화A가 발생하면, 결과X가 나올 것이다’ 방식으로 짜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환경 콘텐츠를 발행하면 평균 조회수가 상승할 것이다’ 같은 식이다. 하지만 예시로 든 가설문은 가설-검증 중심의 사고법을 차근차근 익히기에는 적당하지만 업무에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어딘가 두루뭉술하다.
업무에 실제로 적용할 수준의 가설문은 두루뭉술하면 안 된다. 가설을 검증하려고 실행에 옮겼을 때 성공인지 실패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해서다. 예시로 든 문장을 뜯어보며 그 이유를 짚어보자.
‘환경 콘텐츠를 발행하면 평균 조회수가 상승할 것이다.’는 세 가지 지점에서 보완해야 한다.
1. 평균 조회수가 얼마나 올라야 가설 검증이 성공한 것인지 정해놓지 않았다. 1000이 올라야 하는지 100이 올라야 하는지 기준을 알 수 없다. 가설문에는 원하는 수준의 성장이 어느 정도인지 정해야 한다.
2. 평균 조회수를 측정할 범위를 정해놓지 않았다. 최근 발행한 콘텐츠 5건의 평균 조회수를 측정할 것인지, 10건의 평균을 낼 것인지 알 수 없다. 기존에 발행한 콘텐츠의 성과와도 비교해야 할 텐데 이 범위도 정해놓지 않았다. 실험 직전에 발행한 콘텐츠 5건인지, 작년 같은 기간에 발행한 콘텐츠 5건인지 정해야 한다.
3. ‘환경 콘텐츠’가 지칭하는 범위가 너무 넓다. 환경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 하더라도 모든 주제에 고른 선호도를 보이지는 않는다. ‘비건 지향 레시피’나 ‘올바른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처럼 일상생활에 밀접한 주제가 독자층의 폭이 넓다. 반면 ‘철강 산업이 온실가스에 미치는 영향’ 같은 주제는 환경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진 독자층에 소구력이 있는데, 이런 독자층의 폭은 좁다. 어느 정도 깊이의 주제로 어느 정도 타깃을 공략할지 정해야 한다.
정교한 가설문을 쓰는 방법은 딱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변화A’와 ‘결과X’를 자세히 쓰면 된다. 자세히 쓰는 방법은 앞서 언급한 3가지 한계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가능하다. 변화A와 결과X 자세히 쓰는 법을 각각 알아보자.
가설-검증 프로세스에 능한 그로스 마케터나 프로덕트 매니저들은 ‘육하원칙’ 요소를 최대한 녹여서 쓰라고 강조한다. 경험상 여섯 가지를 꼭 다 넣을 필요는 없고, 자세히 쓸 수 있는 만큼 쓰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좋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자세해야 할까. 꼭 가설문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쓰는 문장으로 충분히 연습해볼 수 있다.
아래 세 문장을 비교해보자.
나 밥 먹었어.
나 어제저녁에 파스타 먹었어.
내가 어제 퇴근하자마자 고등학교 친구 셋이랑 오랜만에 만나서, 저녁 7시에 예약해둔 파스타 맛집에 갔어. 거기서 나는 시즌 메뉴를 주문했어.
한눈에 보기에도 알 수 있듯, TMI라고 생각될 정도로 해상도를 최대한 높이는 방식이다.
가설문으로도 연습해보자. 변화A를 자세하게 쓰는 것에 대한 내용이므로 이 부분을 자세히 쓰는 데 집중하겠다.
환경 콘텐츠를 발행하면 평균 조회수가 상승할 것이다.
비건 지향 식사법을 알려주는 콘텐츠를 발행하면 평균 조회수가 상승할 것이다.
자사 미디어의 핵심 타깃인 27~29세 사회초년생 여성 중 비거니즘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고 싶어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주말 아침 식사 비건 지향 레시피를 콘텐츠로 5건 발행하면 평균 조회수가 상승할 것이다.
어떤 느낌이 드는가. 콘텐츠 기획안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콘텐츠를 중심에 둔 실험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고 싶다면, 하고 싶은 바가 뚜렷해야 한다. 하고 싶은 바가 뚜렷해지려면 기획이 명료해야 한다. 그러기에 기획안과 비슷한 수준의 가설문을 써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 정도로 자세한 가설문을 쓰려면 다양한 정보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자사 미디어의 핵심 타깃이 누구인지나, 타깃 독자가 비거니즘을 주제로 한 콘텐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적 있는지 등이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각을 가볍게라도 검증해보아야 한다. 작은 가설-검증 프로세스가 모여 더 정교한 수준의 가설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결과X에는 실험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구체적인 지표로 나타나야 한다. 구체적인 지표는 100이든 100만이든, 5%든 20%든 성공·실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걸 말한다. 즉 결과X란 성공의 가늠자여야 한다.
그렇다면 이 지표의 기준은 어떻게 정할까? 예를 들어 조회수라면 얼마나 올라야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공 여부는 각자가 정하기 나름이다. 미디어마다 성격과 핵심 독자층, 비즈니스 모델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핵심적으로 확인하는 지표도 다르고, 확인하는 지표가 같더라도 독자 규모에 따라 지표 상승량에 차이도 있다. 무엇보다 ‘어떤 변화를 줬을 때 지표에 얼마큼 변화가 있는지’는 전적으로 각 미디어가 쌓아둔 데이터와 경험에 달려 있다.
그렇다고 아무 지표나 냅다 정하라는 뜻은 아니다. 미디어 내외부에서 근거를 최대한 긁어모은 뒤 기준을 정해야 한다. 러닝에 비유하면, 목표 거리를 얼마나 늘릴지 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3km씩 달리던 사람이 다음주부터 거리를 늘린다고 해보자. 이때 내부적으로는 주 3회 3km씩을 거뜬히 주파하는 자신의 체력 상황을 근거로 들 수 있다. 외부적으로는 여러 러닝 유튜버가 500m씩 거리를 늘리는 것이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좋다고 추천한 점을 근거로 들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하면 된다.
미디어 내부에서 근거를 긁어모으려면 그간 한땀한땀 기록해둔 데이터를 참고하면 된다. 자신의 러닝 기록을 데이터로 활용하는 것과 같다. 비거니즘 콘텐츠를 예로 들면 이렇다. 발행한 콘텐츠 중 환경을 주제로 한 것들의 데이터를 스프레드 시트에 정리한 뒤, 환경 하위 주제에 따라 세세하게 분류한다. 그중에서 비거니즘 관련 콘텐츠의 데이터를 분류해 평균을 낸다. 필요하다면 다른 환경 하위 주제 콘텐츠의 조회수도 정리하여 참고한다.
미디어 외부 데이터는 경쟁사의 지표를 가능한 수준에서 분석해 적용하자. 해외 미디어의 평균 데이터를 벤치마크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비거니즘을 발행하는 다른 매체 중 조회수를 표시하는 곳이 있다면, 콘텐츠 조회수를 스프레드 시트에 정리해 ‘이 매체에서는 이 정도 수준으로 나오니까 우리 매체에는 이렇게 적용하자’ 참고하는 식이다. 물론 러닝 유튜버의 조언을 듣는 것처럼, 해당 분야의 전문가 또는 선배에게 커피챗 등을 통해 조언을 구해도 좋다.
이런 식으로 내외부 데이터를 종합한 뒤 결과X로 얻고자 하는 지표를 정하면 된다. 위의 방법을 예시로 정리해보면 이렇다.
내부 데이터: 자사 미디어에서 그동안 발행한 콘텐츠의 조회수 평균과, 비거니즘 콘텐츠의 평균을 비교했을 때 비거니즘 콘텐츠의 조회수가 100 높다.
외부 데이터: 해외에서 자사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디어의 콘텐츠를 비교한 결과, 비거니즘 콘텐츠의 조회수가 일반 콘텐츠의 조회수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자사 미디어의 지표로 환산했을 때 150 정도 높다고 볼 수 있다.
결론: 그러므로 이번 실험에서는 좀 더 도전적인 목표를 잡아보고자, 비거니즘 콘텐츠의 평균 조회수가 다른 콘텐츠의 평균보다 200 이상 오르면 성공이라고 상정한다.
변수A와 결과X를 자세히 쓰는 방법을 각각 살펴봤다. 이제 둘을 합쳐 쓰면 정교한 가설문을 써볼 수 있다. 역시나 쓸 수 있는 가설문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예시1: 마음건강 앱 사용자 중 사주 타로에 관심이 있는 유저를 타깃으로 매일 1회 운세 콘텐츠를 제공하면, D+1 리텐션이 7%p 오를 것이다.
예시2: AI를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일하고 싶지만 생성형 AI 사용법이 낯선 스타트업 3년 차 콘텐츠 마케터를 대상으로 업무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가이드 시리즈를 런칭하면, 월 유료 멤버십 구독자 이탈률이 3%p 감소할 것이다.
예시3: 고물가 시대에 월 40만 원으로 네 식구 식비를 해결할 수 있는 집밥 레시피 도서를 출간하면, 35~44세 살림하는 사람들에게 5000부 이상 판매고를 올릴 것이다.
앱에 들어가는 간단한 콘텐츠에도, 콘텐츠 자체가 메인 프로덕트인 미디어 기업도, 전통이 깊은 출판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업무에서 확보한 여러 데이터 인사이트를 가지고 연습하기를 추천한다. 익숙해지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습관 자체가 가설문과 수치 중심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가설 중심의 아이데이션 습관이 몸에 배는 것이다.
가설문을 정교하게 짜라는 이야기를 했다. 왕도가 없는 일이다. 시간을 들일수록 최대한 정교하게 짤 수 있겠지만, 장인이 세공하는 수준까지 나아갈 필요는 없다. 너무 깊이 생각하면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하느라 제때 결정을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완벽하게 짤 필요는 없는 가설을 왜 최대한 정교하게는 짜라고 할까. 그래야 실패하더라도 돌아갈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두루뭉술한 가설은 실패해도 왜 실패했는지 모른다. 그럴 때마다 아무런 배움도 남기지 못한 채 가설을 밑바닥부터 다시 짜야 한다. 번복하는 비용이 비싸지는 셈이다.
반면 가설을 구체적으로 세우면 결과에 따라 미세하게 조정할 부분을 알 수 있다. 비거니즘이 주제일 때 조회수 상승이 시원치 않았다면, 환경 분야의 다른 소주제를 중심으로 가설을 변경하고 검증하는 것이다. 가설문에 환경 콘텐츠라고만 두루뭉술하게 적어뒀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가설문이 어느 정도 갖춰졌다면 빠르게 검증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성공이든 실패든 결과를 빨리 얻는 것이 더 중요해서다. 아예 뒤집어엎는 일이 생기더라도 옳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기꺼이 해야 한다. 가설을 정교하게 만드는 근육은 실전 경험에서 얻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