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이기심, 나를 살리는 길
스님이라는 직함 앞에 붙은 ‘이기적’이라는 수식어가 낯설고 당혹스럽다. 하지만 저자 탐디 스님은 이 불편한 고백을 구도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출가 수행자라는 겉모습을 내려놓고,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본능을 정직하게 대면하는 일,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수행의 시작이다. 이기심을 억눌러야 할 결함이 아닌 존재의 기본 조건으로 수용할 때, 고통이 시작되는 이유를 선명하게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괴로운 가
이 수행의 길에서 가장 먼저 직면하는 지점은 아무리 채워도 허기진 마음의 생리다. 저자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이 지독한 결핍의 구조를 들여다본다. 생존과 복제에만 몰두하는 유전자의 본능은 붓다가 통찰한 고통의 근원인 '갈애'와 결을 같이 한다. 끊임없는 갈증이 일상의 평온을 흔들어 놓지만, 그 흐름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욕망은 제거해야 할 악이 아니라 다스려야 할 대상이 된다. 본능을 억누르는 무모한 금욕 대신, 마음이 요동치는 순간을 투명하게 살피는 지혜가 번뇌로부터의 자유를 열어준다.
어떻게 놓을 것인가
욕망의 근원을 찾아 시선을 내면으로 돌리면, 그 끝에는 견고하게 버티고 선 ‘나’라는 상이 있다. 기억과 환경이 빚어낸 허상에 불과한 것을 실상이라 믿으며 안주하려 하지만, 사실 그 안에는 지켜낼 무엇도 남아있지 않다. ‘참나’라는 거창한 이름에 매달리는 것조차 소멸의 공포가 만든 또 다른 집착일 뿐이다. 고정된 자아가 없음을 자각할 때 비로소 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비교의 늪에서 벗어난다. 나를 증명하려 애쓰던 긴장이 사라진 자리에 타인을 품을 여유가 그제야 생긴다.
행복이라 착각한 것이 사실은 괴로움이다
결국 ‘현명한 이기주의’란 나를 살리는 길이 타인을 살리는 길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해가는 과정이다. 스스로 괴로움의 원인을 파악하고 평온을 찾을 때, 타인에게 건넬 진정한 자비도 가능해진다. 누군가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자신의 행복을 정직하게 추구하는 ‘깨어 있는 이기심’은, 각박한 일상을 버텨내는 현실적인 기준이 된다. 이기심이 지금 어느 방향을 향해 깨어 있는지 묻는 것,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곧 공생으로 나아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