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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누구나, 유튜버가 되고 싶은 꿈 하나 있지

국비지원으로 배워보자, 프리미어 & 에펙

#1

아픈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Make A Wish 재단 자원봉사.

5년 전, 자원봉사 시작한 초반부터 깜짝 놀랐다. 연예인 만나고 싶어요, 이런 소원은 예상가능했었는데, 아니 '유튜버' 만나고 싶어요라니. 병원 장기 입원한 아이들은 핸드폰이나 태블릿으로 유튜브 보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가? 아니 요즘 아이들은 원래 다, TV 대신 유튜브 보는 건가?

내가 처음 듣는 요리 유튜버, 게임이나 장난감 리뷰하는 유튜버, 이렇게 다양한 분야가 있다니. 이런 유튜버들 소속회사가 따로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됐다.


"아이가 항암치료 때문에 아픈데, XXX 유튜버님 채널 볼 때는 행복하게 웃더라고요. 그분처럼 요리도 직접하고, 음식 만드는 과정 소개도 하는 유튜브 채널 운영하고 싶대요. 자기는 항암치료 하는 아이들을 위한 음식 만드는 채널 만들고 싶다나. 그 유튜버  만나게 해줄 수 있을까요?"


아마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유튜버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누군가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유심히 보게 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2

어떤 알고리즘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날부터 내 인스타그램에 60대 여성의 유쾌한 릴스가 뜨기 시작했다. 매끈하게 잘 만든 영상은 아니지만, 솔직한 입담, 자신감 있는 생활태도 때문인 걸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저분은 어떻게 이 릴스를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지?


나처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는지, 어느 날 그분은 솔직하게 자신이 쓰는 앱, 핸드폰 기종까지 알려주셨다. 자신이 쓰는 폰트까지도.

덕분에 CapCut이라는 앱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 그렇게 하나씩 알아가다 보니 요즘엔 ChatGPT가 주제만 정해주면 필요한 영상 스크립트도 써주고, 필요한 사진들 찾아서 영상도 만들어준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내 목소리 들어갈 필요도 없다, 돈만 내면 성우 목소리도 쓸 수 있다 (무료버전도 있다). 유튜브에 영상 올리면서 배경음악 어떻게 하면 좋을까 찾아보니, 유튜브 자체 내에서 무료 음악도 쓸 수 있다. 하다 하다 보니, 무료 음악, 무료 사진 활용해서 "자기 도움 되는 수면음악" "명상음악" 이런 주제로 자신의 얼굴, 목소리 드러내지 않고도 되는 유튜브 채널 만들 있다고 한다. (세상은 넓고 돈 벌 방법은 많기도 하구나)


오, 역시나 AI 시대가 도래하고 있군. 싸이월드, 블로그를 쓰던 시대는 이제 정말 구닥다리가 되어버렸다. 아니, 이런 단어를 꺼내는 것 자체가 올드하다. 이젠 정말 영상의 시대!

나도 뭐, 마음만 먹는다면 1분짜리 릴스나 숏츠는 문제없다! ChatGPT가 도와주겠지.


그렇긴 해도, 사실 안다.

우선 카메라로 동영상 찍을 때부터 삐끗이다. 자연스러운 카메라 앵글, 안정적인 영상의 흐름, 이런 것부터 쉽지 않다.

자막은 어떤가. 아니,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재치 있는 입담 그대로 영상에 담아내는데, 난 왜 이리 재미가 없나. 뭔가 왜 이리 심심하지.

내 목소리 어색해서 녹음하기 싫다면 자막 깔고, 배경음악이라도 들어가야지. 아니, 세상에 무슨 음악이 이렇게나 많은 거야, 딱 맞는 것 고르기도 어렵다.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용노동부 HRD Net 국비지원 프로그램들을 둘러보다, 요즘엔 정말 유튜브 만드는 수업들까지 있구나, 새삼 놀랬다.

프리미어, 에펙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는 건 들어봤지만 내겐 마치 통계 프로그램이나 코딩 프로그램만큼이나 멀게 느껴지는 '신기술'. 이제 겨우 CapCup 앱 정도 써본 주제에, 과연 이런 프로그램들을 써볼 수 있을까?


이 정도까지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알지만, 그리고 사실 바로 당장 유튜브 채널 하나 만들어서 영상 올리겠다는 것도 아니지만. 한 번 수업 들어보고 싶었다.

정말 나와 무관한 분야에 있는 사람들의 '창의성' 같은 걸 볼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을까? 테크닉을 다루는 사람들이 보는 관점은 고리타분한 내 분야와 좀 다르지 않을까?


막상 배워보니 재미있기도 하다.

간단한 기초도 잘 따라가지 못해서, 매번 "선생님, 질문 있어요" 손들고 있긴 하지만. 그리고 뭐, 보아하니 나만 잘 못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니다. 나처럼 유튜브 혹시나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초짜들이 꽤 있다. 다행히 선생님도 큰 기대가 없으신 건지, 아니면 인내심이 좋은 건지, 친절하게 반복해서 알려주신다.

늦은 시간, 집에 가고싶은 마음 담긴 자막 연습


사진이나 영상이 뭔가 다르게 표현되는 원리를 아는 것은 쏠쏠히 재미있다. Adobe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모든 것을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다 담아두었구나! PDF 파일이나 좀 쓰던 나로서는 정말 놀랄 일이다!



솔직히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것을.

얼마 전 한 달에 몇 천만 원씩 벌고 있다는 전직 국회의원 이야기를 들었다. 이미 회사처럼 전문 영상팀이 다 구성되어 있고, 그런 유튜버들은 이런 프로그램 배울 필요조차 없다. 프로그램의 콘텐츠, 유튜버에 대한 인지도와 팬덤, 이런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주변에 유튜브 채널에 패널로 참여하시는 분들도 있다. 이들 입장에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전문성이 중요하지, 이런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테크닉을 알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래도 궁금하긴 하다. 내가 모르는 이런 세계.

누군가의 생각과 말을, 직관적인 영상과 자막으로 표현해 내는 기술. 누군가의 생각과 의견, 그들의 경험을 관심 기울여 보고 듣게 하는 기술 말이다.


엄마가 처음 한글 프로그램 쓰면서 당황했던 것처럼, 나도 매일 당황의 연속이다. 기술의 진보는 어디까지, 언제까지 어디까지 배워야 하는 건지 모르지만.

세상은 빨리 변하고 있고, 잠깐 그 속도를 경험해 보는 것은 꽤나 흥미진진하다.


단, 이런 수업들은 대학생들이 많이 들어선지 저녁 수업이 많다.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요즘 저녁약속을 잡기 힘들다. 80% 수업률 과연 채울 수 있을지도 걱정.

https://www.hrd.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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