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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지도자과정 집중수련: 석굴암에서 명상을 (1)

한동안 정체기였다.

마음을 너무 내려놓은 것일까. 명상하면서 느꼈던 "비어있고 고요한 상태"가 좋던 탓일까.

그래서였는지, 어느 순간 특별히 하고 싶은 일도 없고, 특별히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고, 가고 싶은 곳도, 먹고 싶은 것도 없어졌다.

고통과 번뇌도 사라졌지만, 동시에 기쁨도 설렘도 사라졌다. 목표도 욕구도 사라져 버린 상태. 그 상태로 몇 달의 시간이 지났다.


그러던 중에, 지난 3월부터 시작했던 10주 과정 한국 명상지도자협회 명상 아카데미 기초반 수업도 끝났다. 매주 수요일 오후 Zoom으로 10강 동안 18개 각기 다른 명상 프로그램 강의.


"아, 이렇게 수많은 다양한 명상 방법들이 있구나!"

이것이 나의 첫 소감.

하지만, 서로 다르지만 사실은 같은 내용들이기도 하다.

삶은 매 순간 고통을 인정하고,

그 가운데 진정한 나의 평화롭고 강인한 마음,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아가기.

그리고 그 행복과 자비로움, 연민을 타인과 함께 나누려는 것.

방법론으로는 그것이 호흡명상, 걷기 명상, 차명상,  자애명상, 염불명상, 사마타, 위빠사나, 간화선 그 무엇이든 말이다.


온라인 수업은 모두 마쳤고, 2박 3일 집중수련과 회원단체 중 한 곳에서 100시간 수행하는 것만이 남았다. 아직 어느 한 군데 마음 정하지 못한 채, 우선 필수코스인 2박 3일 집중수면에 참가하기로 했다. 몇 가지 옵션 중에 경주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제일 눈에 띄었다. "석굴암 부처님 상 앞에서 새벽 명상수련" 이 문구 때문이었다.



경주 황룡원. 지금은 불타 없어지고 유적터만 남은 신라시대 황룡사 9층목탑을 본떠 만든 건물. 불자이신 기업인께서 큰 뜻품고 지원 명상 수행 목적의 연수원이다. 건축학적으로도, 조경면에서도, 감탄이 절로 나는 곳이었다. 그리고 곳곳의 조각 하나하나 예사롭지 않은.

그 기운 때문에 더더욱 숙연한 마음으로 명상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다. 명상이 아무리 마음에 달린 것이라지만, 어디서 누구와 함께 하는지가 명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숙연함 절로 드는 고요하고 정적인 공간에, 명상하는 들과 함께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http://www.hwangnyongwon.com


수강생들의 투표로 가장 선호하는 강사님들이 선정되고, 2박 3일 동안, 세 분의 강의가 있었다.

 강의는 해인사 명법 스님

https://m.cafe.naver.com/metaphorandmind.cafe? 


차분한 음성, 곧은 자세가 인상적인, 명법스님은 맨 처음부터 "명상지도자"의 마음가짐에 대해 따감히 조언해 주셨다.


"원력을 키워 남에게 도움 주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본인 스스로 예민하게 스스로 점검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려면, 밑바닥까지 알아야 하고 책임감과 두려움을 가져야 합니다.

살아가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야 하고 내 칼날이 예리해져야 합니다.

내가 달라져야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행(行)으로서,  내 삶을 통해 보여줄 수 있을 때 남을 지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나의 내면이 층만해야 남을 지도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마음가짐 없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오히려 주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누구를 돕는 사람이 된다면 최고로 돕는 사람이 되어야지, 적당히 돕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목표는 끝까지 가는 것으로 잡아야 합니다.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말고. 

마음을 넓게 갖고 큰 목표를 가지세요."

 

* 원력: 불교인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갖는 내적인 결심과 그에 따르는 힘을 가리킨다. 


왠지 숙연해진다. 명상 수행을 체계적으로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서 지도자 과정을 신청했지만, 사실 나 스스로 진짜 명상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대단한 결심까지는 아니었다. 내가 너무 안일했건 것일까. 번쩍 정신 들게 하는 말씀이었다.


허리를 반듯이 세우고, 엉덩이 중간에 무게중심을 두고, 눈은 멍하게 살짝 눈뜬 상태. 눈은 떴지만 그 무엇도 보지 않고 호흡과 화두에 집중!


"내가 원하는 완벽한 명상 조건이라는 것은 만들 수 없습니다.

항상 소리도 들리고, 빛도 들고. 주위에 다 방해꾼만 있습니다.

그런 것과 상관없이 자신에게 집중하면 됩니다.

어디에서나 호흡을 챙기고, 마음을 알아차리고, 마음이 일어나지 않게 하면 됩니다."


그렇다, 하물며 명상하려고 온 이곳에서도 고요히 앉아 명상에 집중하려 하면 바깥에 차 소리, 아이들 뛰노는 소리들이 갑자기 들리기 시작한다. 인지하지 못했던 옆 사람의 냄새, 작은 미세한 움직임까지 모두 감지된다. 모두가 날 방해하는 것만 같다. 

내 마음에 집중하지 않고 있을 땐,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던 것들이 말이다. 



"스님, 명상을 하고 마음을 비우다 보면, 제 생각도 마음도 텅 비어 버리고 아무것도 중요한 것이 남아있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마음이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 지금 '빈 마음'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차, 그렇군. 나는 나의 텅 빈 마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구나.

정말, 나는 비어있었던가. 무엇인가 새롭게 충만하게 채울 그런 비운 상태였던가.


"나의 화두를 잡는 의식은  번뇌보다 빠르고 면밀해야 합니다.

의식이 전환될 때 사유도 빨라지게 됩니다.

그러면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벗어나게 되고, 상대방의 의도와 생각을 그냥 보게 됩니다.

무심이란 잡념이 없어져도 의식은 명료하고 빠르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을 한 두 단계 먼저 보게 됩니다.

잡념과 우유부단함도 끊어낼 수 있습니다."


나는 꽤 사람들에 대한 감도 좋고, 주위 상황에 대한 파악도 빠른 편이라고 생각했다. 

상대방이 말하는 것의 행간을 잘 읽고, 의도도 꿰뚫어본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20여년 일하는 동안, 외부의 일과 타인에 대해서만 집중하며 살았지, 나에 대해 깊이 집중하진 못했다. 상대방을 잘 파악한다고 생각했지만, 결정적일 때 내 편인 사람들과 적대적인 사람들을 구별해내지 못했다. 진심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했다. 


평소 한여름에도 손발이 찬 편인데, 오랜만에 정자세로 앉아 명상했다고 몇 분 안 되는 시간동안 손발이 금세 따뜻해진다. 손가락이 퉁퉁 붓기 시작하고, 손등이 핏줄이 볼록 솟아오른다.

그리고 배가 너무나 고프다. 평소에 먹지 않던 아침 식사까지 푸짐하게 했는데. 뭐 했다고 이렇게 허기지지. 아, 배고파. 그렇게 짧은 명상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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