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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지도자과정 집중수련: 석굴암에서 명상을 (2)

"바닥에 앉아도 되고, 의자에 앉아도 됩니다.

허리를 바르게 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자세이고, 그 외에는 편안하게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긴장하지 않게 그렇게 앉는 자세를 취합니다.

이렇게 앉은 다음에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앉아 있는 자세를 스캔하듯이 쭉 훑어내려가면서 자세를 점검을 합니다. 앉아 있는 자세 자체가 알아차림의 대상이 되는 겁니다.

자세에 대한 알아차림은 주위를 현재 순간으로 모으는 데 도움이 됩니다.

주의를 모으고 앉아 있는 자세를 알아차렸다면 이제부터 호흡 명상으로 명상을 시작합니다."


집중수련 두 번째 명상의 시간, 자애통찰명상원 김재성 이사님이 주관하는 시간.

명상의집자애-자애통찰명상원 | 밴드 (band.us)


네 가지 중요한 명상에 대해 알려주셨다. 첫 번째, 마음챙김 명상 그리고 자애명상. 자애명상은 지난번 온라인 수업 때도 마음에 꽤 와닿았던 내용이었다.


"자애 명상은 대상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지속적으로 일으키는 겁니다.

먼저, 자애 마음을 일으키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용서의 마음을 먼저 일으켜 봅니다. 따라해봅니다.


만일 내가 다른 사람에게 몸으로, 입으로 생각으로 잘못을 행했다면 내가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용서받기를 원합니다.

또한 누군가가 나에게 몸으로 입으로 생각으로 잘못을 행했다면 그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나는 용서합니다.

내가 남에게 한 잘못의 용서를 구합니다. 남들이 나에게 한 잘못을 용서합니다.


이 용서의 마음을 바탕으로 제일 먼저, 자신에 대한 자애 명상을 합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가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입니다. 그렇게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나 자신을 향해서  자애의 마음을 내가 나를 위해서 일으키는 겁니다. 이렇게 문구를 따라해봅니다.


나 자신이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안전하고 자유롭기를,

괴로움과 슬픔에서 벗어나기를,

나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안전하고 자유롭기를 바랍니다.

괴로움과 슬픔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자신에 대한 자애 명상을 마치고,  다음에는 살아있는 대상 중 내 인생에 정말 고마웠던 분,  존경하는 분,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준 분을 대상으로 한 자애명상을 합니다. 나에게 도움을 줬던 일, 고마웠던 일, 존경스러운 면을 깊이 생각해서 이렇게 고마운 분이 정말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이제 자애의 힘을 일으켜 갑니다.


그 다음에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자애 명상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대상을 한정시키지 않은 모든 살아있는 생명을 향한 자애 명상을 하게 됩니다.

온 우주에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 모든 인간들, 모든 동물들, 모든 곤충들, 모든 살아있는 생명들을 향해서 내가 나에게 소중하고 사랑스럽듯이 그 모든 생명들도 각자가 자신에게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들이다라고 생각하고,


모든 존재들이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안전하고 자유롭기를,

괴로움과 슬픔에서 벗어나기를,

괴로움과 슬픔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용서의 문구를 마음속으로 같이 따라 하는 동안, 순간 내가 용서하기 힘든 이들의 이름과, 얼굴과, 그들이 내게 한 행동들이 휙 스쳐 지나간다.

어떤 장면 장면들이 떠오르면, 다시 한번 내 마음에 날카로운 면도날로 베이는 듯 아프다. 이름과 얼굴을 떠올린 것만으로도 식은땀이 나고, 심장이 쿵쾅거린다.

 

과연 용서해야 할까? 굳이? 이렇게 나 혼자 용서한들 다 무슨 의미일까.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그렇게 의도적으로 상처 주거나, 잘못되게 해 끼치지 않았는데. 누군가 내게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이미 도와주고, 배려해 주고, 내 사람이라 생각했던 그들에게 최선을 다했는데. 정작 나는 그 어떤 도움도, 배려도 받지 못하고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왜 나만 용서해야 할까.


하지만 다시 또 생각해 본다. 나는 정말 어느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았나?

내가 그들을 도움을 주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 것조차, 그래서 그들이 요청하기도 전에 내가 먼저 그들에게 도움을 준 것조차 그들에게는 모욕적이었을까?

그들은 사실 아무런 배려도, 도움도 원치 않았는데, 내가 먼저 나서서 도와주려 한 그 자체가 오만이 아니었을까? 그것이 그들에게 상처가 되었다면? 그건 내가 용서를 구해야 할 일인가?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나? 아니, 과거에도 지금에도 나의 잘못은 반복되고 있다.

나는 달라지고 있는가? 아니, 여전히 어리석다. 여전히 나약하고 비굴하다.

그러니, 난 용서를 구해야 하는 것이 맞다.

울컥, 눈물이 난다. 난 아직, 용서가 하는 것도, 용서를 구하는 것도 어렵다.


용서와 자애.

자애의 마음은 차라리 쉽다.

나 자신에 대한 자애, 나에게 고마운 귀한 인연들에 대한 자애, 내가 사랑하는 소중한 이에 대한 자애, 나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무한의 살아있는 존재에 대한 자애. 부정의 마음보다는 긍정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자애는 한결 편하다.


자애의 마음은 나 자신에 대한 위로와 타인에 대한 감사에서 비롯된다. 

감사의 마음을 느끼니 아, 나는 행복하다 싶다. 나를 귀하게 대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나를 위해 발 벗고 도와주는 이들도 있고, 혹여 잘못될까 노심초사 챙겨주는 이들도 있다. 됐다,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세상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 자애의 마음도 여전히 연습이 필요하다. 매일 아침이든, 밤이든 꼭 반복해볼 일이다. 



이사님은 다음 부정관 명상과 죽음 명상을 이어가셨다.


"세 번째로는 부정관 명상해 보겠습니다.

내 몸이 그다지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이 몸에 대한 집착, 애착, 욕망을 다스리기 위한 명상입니다.

우리 몸에는 32가지 해부학적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피부와 살과 뼈를 순서대로 관찰하면서 부정관 명상을 해봅니다.


머리, 피부, 목, 어깨, 오른팔 오른손 왼팔 왼손, 가슴, 복부 등 허리, 오른쪽 엉덩이, 오른쪽 다리, 오른팔 왼쪽 엉덩이 왼쪽 다리 왼발 왼발 살 왼쪽 다리 왼쪽 엉덩이 오른발 오른쪽 다리 오른쪽 엉덩이, 허리 등 복부, 가슴 왼손 왼팔 오른손 오른팔 어깨, 목, 머리, 머리, 뼈, 목, 어깨, 오른팔 오른손 왼팔 왼손 몸통, 오른쪽 엉덩이, 오른쪽 다리, 오른발 왼쪽 엉덩이, 왼쪽 다리 왼팔...  


피부, 살, 뼈로 이루어진 이 몸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이 몸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자, 집착을 내려놓자.


이렇게 부정한 명상을 통해 몸에 대한 애착과 집착, 욕망을 가라앉히는 명상을 해봅니다.


마지막으로 죽음 명상을 하겠습니다.

모든 생명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언제라도 맞이할 수 있는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피할 수 없는 이 죽음이 바로 찾아올 수도 있고, 10년, 20년, 30년 후에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죽음의 가능성은 매 순간 우리 앞에 있다는 것.

 죽음 명상의 문구와 호흡을 함께 해봅니다.


나의 죽음은 확실하고 나의 삶은 불확실하다. 나는 반드시 죽는다.

나의 삶은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이 호흡이 마지막 호흡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 호흡은 아닐지라도 마지막 호흡에 한 번 더 가까이 가는 호흡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들숨, 날숨과 함께 죽음을 내려놓음을 마음으로 관찰해 봅니다.

죽음 내려놓음, 죽음 내려놓음, 죽음 내려놓음 이렇게 호흡과 함께 해봅니다."


이사님을 이 네 가지 보호 명상을 합쳐 사마타 명상이라고 하셨다. 사마타 명상을 마치고, 위빠사나 명상으로 이어졌다.


"호흡을 일부러 조절하지는 마세요.

숨을 들이마시면 복부가 불러오고 숨을 내쉬면 복부가 꺼지는 움직임을 알게 됩니다.

복부의 움직임을 1차 대상으로 한 위빠사나 명상, 마음챙김 명상, 알아차림 명상해 봅니다.


그러다가 몸에서 어떤 감각적 반응들이 일어나거나 마음에서 어떤 느낌이 일어나면, 또 마음에서 욕심이나 분노나 또는 의심 같은 것이 일어나면, 또 졸리거나 다른 생각들이 일어나면 그때그때 명칭을 붙여 알아차리면 됩니다.

생각이 떠오르면 생각 생각 생각, 다리가 저리면 저림 저림 저림, 가려우면 가려 가려움 그 대상을 있는 그대로 우리의 일상 언어의 명칭을 쓰면서 마음 챙겨 알아차리고 관찰해 가면 됩니다."


위빠사나 명상은, 철저하게 나의 몸과 마음을 말 그대로 알아차리고 꿰뚫어보는 것이다. 

한참 있다보면, "나로서의 나"가 무엇인지 얼핏 알 것 같기도 하다. 



좌선하며 명상하기도 하고, 걸으며 명상하기도 하고.

확실히 이렇게 무언가 어떤 문구를 함께 되뇌다 보니, 마음이 한결 차분해진다.

감사하는 마음, 자애로운 마음도 충만했다가, 이 몸으로 사는 시간이 우주에 비하면 너무 초라할 정도로 찰나라 슬프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다.


온몸에 기운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가, 다시 밀물처럼 채워지는 기분이다.

첫 시간보다 훨씬 더 앉는 것도 편해졌다. 하지만 머리가 어질 할 정도로, 또 허기지다.

분노도, 감사도, 슬픔도, 허무도 다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이 투명하게, 텅 빈 것 같기만 하다. 허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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