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모임 발표 대본에서
우리팀에서는 기업용 애널리틱스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출시한지 이제5-6년 정도 된 어린 제품인데, 최근 1년 장사를 참 잘했다. 업계에서 유명해지고 내부적으로는 팀도 2-3배 커졌다. 그동안 개발하고 장사하느라 중단했던 사용자 모임 (User Group) 도 이번에 부활시켰다. 불과 6개월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Customer Success 기능이 생기면서 준비할 여력이 생기고 모멘텀을 갖춘 것이다.
사용자 모임이란 반년 혹은 분기에 한번, 보통 새버전 나오기 한 달쯤 전, 우리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고객들을 초청해서 Business Case 에 따라 툴을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대한 토론도 하고, 기술적인 Tips & Tricks 을 교환할 수 있는 이벤트이다. 그리고 우리로서는 다음 버전에 대한 Preview와 앞으로 개발 방향에 대해서 소개하고 제품에 대한 사용자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기회이다. 보통 오후 반나절 동안 공식 세션을 진행하고 이후에는 술을 마시며 네트워킹을 할 수 있게 한다.
Customer Success Director 가 내가 맡고 있는 Dashboard/ Chart 와 관련해서 뭐 세션을 하나 해달라기에 그러마했고, 시간을 10분 받았다. 그래서 다음 버전에 추가될 선택게임을 통해 Elo rating 방식으로 순위를 매겨주는 Leaderboard 기능을 소개하기로 했다. 왜 이런 툴을 만들게 됐는지 배경설명을 하고, 자리에 모인 사용자들에게 즉석에서 게임 링크를 보내면 투표(선택) 결과가 바로 화면에 공개되고, 결과에 대해 가벼운 토론을 하는 구성이었다. 내부 발표나 토론은 일상이지만, 이렇게 멍석깔고 회사와 제품을 대표해 외부인 앞에 나서서 하는건 처음이다. 겨우 15분이다. 슬라이드 4장, 결과 차트 1개. 한국어로 발표를 하거나 인터뷰 할때는 키워드만 준비해 적어가는 편이지만, 영어는 다르다. 전날 스크립트를 만들고 10번 이상 소리내어 연습하고, 출근하면서 스크립트를 눈으로 읽고 또 읽었다. 다행히 잘 진행했고 그들도 좋아했던 것 같다.
이번에 작성한 대본에서 돌려막기로 쓸 수 있는 표현을 소개한다.
이벤트 중간에 들어가서 정식으로 소개를 못해서 세션 시작 전에 간단히 이름과 하는 일을 소개했다. 개인적으로 job title을 대는 것 보다 'I'm in charge of ---', 'I work on --- with ---', 'I take care of ---', 'I own ---' 이런 식으로 responsibility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주는걸 좋아한다. 특히 영어 직함은 한국처럼 과장이니 부장이니 하는 직함을 안 쓰고 descriptive한 타이틀 (예를 들면 Senior project manager, Lead developer) 을 많이 쓰기 때문에 보통 job title을 대도 설명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 직함을 Manager (과장), Senior manager (부장) 등으로 번역해 사용하는 경우에는,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하는 일을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here at ---' 에서 'here'는 이벤트가 우리 회사에서 열렸기 때문에 붙인 것이다.
'---을 언급하는 것이 가치있다고 생각했어요.'라고 한국어로 직역하면 아주 어색한 표현이다. 왜냐하면 이건 어떤 내용이 안에 들어있는 표현이 아니라, 전체 문장의 분위기/뉘앙스를 만들어주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 얘기를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말합니다..' 정도의 느낌이다.
여기서 'I thought'은 빼고 말해도 의미가 통한다. 이렇게 큰 의미 없는 'I thought'을 자주 마주친다. 메일에서도 말할때도. 예를 들면,
I thought you would be interested to know this.
그리고 'thought(s)' 이란 단어도 생각보다 자주 사용되는데, 알고 있는대로 '생각'이란 명사로 쓰인다.
Let me know your thoughts.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려줘.
'worth' 뒤에는 무언가를 꼭 붙여야하며, 명사형이어야 한다.
It's worth it.
It's worth a try.
It's worth trying.
언젠가 한번 Slack에서 대화를 하다가 내가 'It's worth'라고 한걸 동료가 'It's worth it'이라고 고쳐줬다. 뭘 그렇게 지적받은 적이 처음이었던걸 비추어볼때 원어민이 보면 딱 보이는 실수인가 보다. 사실 'worth'는 발음도 어려울 뿐더러 간단해 보이지만 쓸려고 보면 상당히 헷갈리는 표현이다. 'It worths.', 'It's worth.' 둘다 틀리고 'It's worth it.'이 맞다.
이 표현은 워낙에 쉽지만 이런 말을 해도 되는 문화와 태도에 대해 언급하기 위해 포함했다. 발표 중에 부연설명을 위해 예를 들거나 복잡한 설명을 하다 막힐 때 주변에 동료가 있으면 이렇게 도움을 요청해도 된다. 분위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키노트가 아닌 이상, 앞에 나가서 말하다가 다른 사람들한테 잠시 넘겨도 된다.
발표하다가 막히면 당황을 한다거나, 마이크를 잠시 넘기는걸 창피하다고 생각하거나 준비를 완벽히 못한걸 지적받을까 걱정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 조금 더 편해도 된다. 오히려 나 혼자 내 지식만 말하는 것 보다 약간은 다른 사람의 머리를 빌리면 내 세션이 더 풍부해지고, 잠시 분위기 전환이 될 수도 있다.
'Any'는 참 유용한 단어이다. 이렇게 뭘 물어볼때 긴 문장을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된다.
Coffee anyone? 커피 마실 사람?
'Move on'도 다양한 상황에서 두루 쓰이는 표현이다. Stage를 바꾼다는 뉘앙스가 있어서 이직이나 전직한다는 표현으로도 쓸 수 있다.'
'I'm going to move on (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