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레시피.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수영은 커녕, 발이 안 닿는 물의 깊이란 상상도 해본 적 없었던 내가
100달러라는 금액을 지불하고,
물에 들어갈 용기를 낸 것만으로도 여행의 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 않았을까?
갖은 멀미를 다 달고 사는 허약체들 중에서도 제일 허약체였던 나는
떨렸던 마음은 떨리는 배 탓에 이미 날아가버리고
몸뚱이를 반쯤 배에 걸쳐놓고는 바람에 빨래 휘날리듯,
흔들리는 배에 따라 휘청거리고 있었다.
30분 정도 가지 않을까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배는 쉼 없이 계속 달리기만을 반복했다.
이대로 내가 죽으면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100달러고 뭐고, 다시 육지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칠 때 즈음
배는 멈춰 섰다.
흔들리는 배 보단, 그래도 바닷속이 더 안정적일 것 같단 생각에
겁도 없이 무작정 바다에 뛰어들고는
멀미약 대신 바닷물을 한껏 들이키고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그 아픈 와중에도,
수족관에 들어와 있는 듯한 푸른빛 맑음은 내 상태를 망각시켰다.
어디선가 나타난 바다사자는 주변을 맴돌고,
신기한 듯 궁금한 듯 다가서다 이내 물러서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이어 나타난 거북이 크기에 놀라 스노클 빨대를 물고 웅얼웅얼 괴성을 질러댔다.
나 포함 모두 다.
저마다 고개를 밖으로 빼어 들고는 거북이 봤냐며 호들갑이었다.
발 밑의 자그마한 상어 떼들, 아쿠아리움에서 볼법한 열대어들로
난생처음 겪어보는 경험에 멀미를 잠시 잊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분명 이 곳에서만 가질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길거리를 걷다 무심코 옆을 보면 길거리 벤치를 침대 삼아 자는 바다사자와
한 번씩 머리를 빼꼼히 내밀다 눈이 마주치던 거북이들과
사람들이 무섭지 않은 바다이구아나.
그리고 파란 신발을 신고 한껏 존재감을 빛내던 푸른 발 부비새까지.
갈라파고스이기에 가능했다.
이곳에서의 나는 늘 여유로웠으며
이곳에서의 나는 늘 충만했다.
모든 것으로부터_
인터넷이 안 되는 시간들이었기에 가질 수 있었던 시간들이 더해져
밤나들이 삼아 이따금 BAR에 가기도 하고, 해안가를 걷기도 하며
벤치에 앉아 바다사자 코 고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이내 큰 소리 내어 웃기도 했던
오롯이 나만의 시간들이 많았다.
힘들었던, 어쩌면 시작부터 두려웠던, 모든 것이 낯설던 나의 여행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시간들이었다.
갈라파고스에선 모든 것이 좋았다.
무엇이 좋은지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그리고 생각했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 보일 때면
나는 그들과 함께 이 곳에 다시 와야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