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레시피
요즘 티비 프로그램중 '트래블러'라는 배낭여행 컨셉의 예능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본방을 사수해서 보지 않아도, 늘 틀어놓는 채널 그 안에서 생각치 못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그 음악을 따라 시선을 돌리면 '트래블러'의 방영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 음악들 사이로 나오는 배우 이제훈과 류준열의 목소리가 따라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보단 그들의 뒷 배경이 더 눈에 들어와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곳이다.
사실 여행에 있어 좋았던 곳으로 늘 꼽는 곳 중에 하나인 쿠바 이야기를 만나는 지인들에게 종종 하면서도, 나의 이야기를 풀어감에 있어 나는 쿠바의 이야기를 풀어낼 자신이 없었다.
기억은 하고 있지만, 기록이 사라진 쿠바의 이야기를 하려 할때면 먹먹함에 손이 머뭇거렸다.
쿠바 여행의 마지막 때였던 그 때에, 사진을 옮겨주다 몽땅 사진을 날려버린지도 모르고는
한참을 여행하다가 알아차리고 복원하려 시도해봤지만 두 개의 메모리 카드중에 어느 것이었는지 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기에 그저 발만 동동 구를 뿐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보내줬던 사진의 일부를 다시 받아 저장하고, 남아있는 사진을 뒤척거리며 나를 찾는다.
그 어디에도 없는 흔적을 찾으며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에 이내 폴더를 닫았다.
그리곤 한동안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 감정을 삭히는데에 있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에 내가 안쓰러웠다.
'트래블러' 속 그들을 보고 있자면 이상한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은 그립기도 하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한 복잡스러운 마음을 띄곤 했다.
그랬기에 한참을 참고 보기도 하다가 때로는 견디지 못할 것 같은 막막함에 티비를 꺼버리곤 했다.
여행에 있어 사진이란 곧.
'내가 여기에 있었다'
라는 기억과 기록과도 같았다.
그렇기에 내가 그 곳에 있었다는게 마치 환상같아서, 꼭 신기루라도 본 것마냥
허무함이 밀려들어옴에 서글펐다.
내가 기억하고 있고 누군가 나를 기억해주고, 그저 기억으로만 남아있는 형상들이 있기에
그것이 종종 위로를 건내어 주기도 하면서 이따금 두려움이 들기도 했다.
기억은 또 다른 기억으로 덮히고, 기록이 없는 기억들은 차츰 조금씩 뒤로 밀리고 이내 저 밑 어느 구석에
박히다 어느 순간 잊고 살게 되는 그렇게 나의 여행이 잊혀질까 겁이 났다.
그 곳에 나를 두고 온 것만 같은 기분을 누군가는 이해할 수 있을까.
조금씩 단념과 체념을 반복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다시 찾으러 가면 돼. 그러니까 너무 우울해 할 필요 없어'
언제 다시 가게 될지 모르는 그 곳을, 또 한번 찾게 될 날을 기리며 쿠바를 기억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