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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Me Mar 27. 2019

# 그 시간으로 돌아가는 가장 쉬운 방법

세계여행레시피. 모로코 



오늘 모로코 여행을 했던 동행들을 만났다. 



아직 칠레에서, 여행자와 현지인 그 중간의 삶을 살고 있는 푸름이를 제외한.

빈자리가 어쩐지 허전한 나머지 이들이 모였다. 



간만에 보는 얼굴임에도 낯 익은, 변하지 않은 모습들에 

카페 안 수 많은 사람들 속에서 금새 발견하곤 절로 웃음부터 새어나왔다.



이제는 익숙한 곳에서 다시 모였기에 익숙한건지, 

어쩌면 그때의 익숙함이 아직까지 남아있는건지 모를 편안함이 좋았다. 

처음 만났을 때로 돌아간 것만 같은 마냥 반갑고 좋았던 그 때 같았다. 








우리는 처음 탕헤르 공항에서 만났다. 


살짝 조미료를 치자면, 운명같은 만남이라고나 할까? 



늘 같은 풍경의 유럽에 권태기가 찾아옴에 모든 것에 흥미를 잃었던 나에게 

사하라 사막이라는 단어 하나 만으로 설레게 만들어준 곳이 모로코였다. 


그리고 더할 나위 없이 쌌던 약 한화 3만원 정도 수준의 비행기표는 

나를 그쪽으로 향할 수 밖에 없게 만들던 제일 큰 조건이기도 했다. 

대신 나갈 땐 개고생을 했지만.. 

(배를 타고 나가는데에 있어 꽤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렇게 아무런 대책 없이 여행자들이 많이 가는 도시를 몇 군데 지도에 찍어놓고는 모로코 행 비행기에 올랐다.




공항이라고 하기에 터미널 수준보다도 못미치는 공항에 내려 입국신고서를 작성하는데 펜이 없어 두리번 거리다 마주친 한국인들이 있었다. 




'아...네명이서 같이 왔나보네..부럽다' 


살~짜악 낯가림이 있는 나로서는 섣불리 다가가 말을 걸기가 어려웠기에 쭈뼛쭈뼛 그 주위를 멤돌다 펜을 핑계삼아 말을 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처음 목적지가 같았음을 알았기에 머릿속에 한참을 뭐라 말을 할까 고민하다 냅다 내질렀다.




"저..혹시 괜찮으시면 이동하시는데 같이 해도 될까요??"



행여나 거절당할까 걱정했던게 무색하리 만큼 웃으며 흔쾌히 괜찮다고 말해줬던 그 순간 덕분에 

지금도 기억에 남는 여행지로 꼽는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 까미노 길에서 만난 동현이와 푸름이가 만나고 

아일랜드에서 워홀 중이었던 지혜와 희원이가 만나 동현이가 올려놓은 글을 보게되고 

그리고 공항에서 마주친 나까지. 그렇게 우린 다섯이었고 때론 셋이었다가 둘이었다가 또 다시 다섯이 되곤 했다. 각자의 여행 방식을 존중해주던 다섯의 여행이었다. 









모두 모이지 못했지만, 푸름이의 이야기로 빈 자리를 메꿔나가면서 시간을 떠올린다. 


"그때 그랬었지?" 

"그렇게 하지 않았었나?"

"맞아, 그랬어!!!"

"아, 거기 이름이 뭐였지?"

"들으니 기억날 것도 한데.."



하나씩 꺼내드는 기억들에 잊혔던 감정들도 같이 새어나오고 주고 받는 말들 속에 모로코에서의 시간도 함께 흘렀다. 










기억은 그 곳에 멈춰 서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시간이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억과 서로의 '시'까지 맞춰지기 전까지의 '분'들을 나눌 수 있었음에 그저 좋았다.



거창한 표현도 필요없고, 행복했다고 쓰기엔 조금 오글거리지 않나 싶고 

그저 좋았다는 한 마디로 담백하게 담아내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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