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tMe Sep 05. 2023

# J 답지 않았던 여행의 시작

설렘엔 두려움은 없다.


처음 해외 여행을 혼자 나와보는 거면서도 뭐 이리 겁을 상실했는지,
아침 일찌감치 일어나 조식을 뚝딱- 해치우고는 나가고 싶어서 난리가 났다.

키토의 교통편에 대해서 열심히 검색해보고 나서,
잃어 버리면 안되니 일정 금액만 가지고 집을 나섰다.





이곳이 어딘지. 무얼 하는 곳인지 조차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내가 어디에 내린지도 모르고 구시가지를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길을 나선 건데,
결국 호기롭게 나가더니 길을 잃었다.

이 당시엔 맵스미도 몰랐던 때고, 구글 지도를 쓰지도 않았을 때라서
나에겐 지도 한 장 없었기에, 그저 이 주변을 배회하면서 집에는 돌아갈 수 있게끔만
이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거리를 걸으면서 비로소 내가 여행을 떠나왔구나 하는 기분을 만끽한다.
두려움보다는 아직 설렘이 더 가득한 이때에 나는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고
뭐든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풋풋했다.


조금은 떫고 조금은 시고 그래도 파릇한 푸르름을 머금은 듯한 나였다.





이곳이 어떤 곳이든 나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내게 중요한 건, 그저 당신들이 사는 삶을 엿보는 것.
그거 하나면 충분했고, 그것이 내 여행의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관광에 대한 욕심을 완연하게 버릴 순 없기에, 

어디를 가볼까 하고 늘 기웃거리곤 한다.


처음 시작인 만큼 아쉽지 않을 만큼 잔뜩 알아가고 싶은데, 나의 정보는 한없이 얕았다.

물론 아직은 에콰도르는 한국인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니고,

딱히 갈 곳이 그리 많은 곳은 아니었기 때문도 있었다.



* 거리의 노점 하나하나도 너무 아름다워 보이는 시기.



어디를 갈지 알아보고 정리를 해보고는,
하나씩 해나가보려고 하는데 가슴이 쿵쾅 거린다.

늘 여행에 계획을 짜놓고는 움직이던 내가 계획 없이 무턱대고
이곳에 오고 나서야 그제야 계획을 생각하는 꼴이 우습고 설렌다.

아직은 생각이 없는 것이 두렵기 보다 즐길 수 있는 때이기에.
나아갈 길의 발자국들이 어떻게 남아있을지 벌써부터 자꾸 뒤를 돌아보고 싶어진다.






공원에 아이들이 있어서 구경하러 가니, 이 곳의 아이들도 별 다를바 없이
우리 나라 아이들과 노는건 똑같다.

서로 자전거를 나눠 타기도 하고,
순번을 나눠가며 서로 다투기도 하는 모습이 정겹다.





옆엔 공연이 한창이었는데,

전통 공연이라 보기에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무슨 공연이라고
말하기엔 뭔지 모르겠는 그런 공연이었다.


그래도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잔뜩 모여서
'전국노래자랑'을 방불케 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공연을 지나쳐 들어온 마트엔

처음 남미의 마트에 와보는거라 온통 신기한 것 투성이다.
마트에 와서 사진 찍는게 얘들이 보면 얼마나 웃길까?
우리 나라 마트에서도 외국애들이 사진 찍고 있으면

"귀엽네"
하고 지나칠 것 같지만,
이 나라에선 그저 내 꼴이 우스울 것 같긴 하다.




* 우유가 봉지에 들어있던건 문화충격. 그 자체였다.
* 식용유라고 하면 다들 안믿으려나? 진짠데.
* .125리터 짜리 콜라는 이 곳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3리터부터




여행을 나온 처음인 지금은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것이 흥미롭다.
거리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하루하루 마음이 충만하다.
시간이 지나가는게 아깝디 아까울 만큼 눈에 채우고 또 채워도 부족함을 느꼈다.







" 첫 시작의 설렘은 그랬다.
그 것은 마치 연애와도 같았다.

지금도, 후에도
나는 여전하다.


마치 첫 사랑 같았다. "

매거진의 이전글 # 해외 외노자로서의 1년이란 시간은 어땠냐면 말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