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털은 잔인하게 얻는 것이 아니라는 잘못된 상식
겨울철 패션 아이템 소재로 가장 많이 쓰이는 울(모)은 양털을 가공해 만든 소재로, 패션뿐 아니라 리빙 용품에 흔하게 사용되는 소재입니다. 코트, 니트, 스웨터, 목도리, 장갑, 모자, 부츠 등의 소재로 주로 사용되고, 정장 역시도 양모 100% 이거나 양모 혼방 제품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양모를 사용한 이불과 카펫도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제품들입니다.
이렇게 흔하게 쓰이는 양털을 얻는 과정에서 양들이 학대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요?
오리나 거위처럼 털을 마구잡이로 뽑지도 않고, 밍크나 라쿤처럼 산채로 가죽을 벗기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양털을 밀어줌으로써 털갈이를 대신해주는 건 좋은 일 아니냐 라고 생각하진 않았나요?
하지만 양모는 양들에 대한 착취로 만들어집니다.
:: 패션에서 착취당하고 있는 동물들 이야기 02 ::
양모의 종류는 램스울(Lambswool, 어린양의 털), 메리노 울(Merino wool, 개량형으로 만들어져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양모), 캐시 울 등이 있습니다. 양에서 채취한 촉감이 부드럽고 솜털이 있는 원단을 플리스(Fleece)라고 하고, 시어링 원단(Shearing)은 양모를 짧게 자른 후 벗겨낸 가죽으로 가죽에 양털이 붙어있는 소재를 말합니다.
최근에는 폴라 플리스(Polar Fleece)라는 폴리에스터나 다른 합성 소재를 이용하여 양털처럼 가공한 원단도 많이 사용되고 있고, 이 소재는 비동물성 소재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둘 다 플리스라고 불리기 때문에, 구매 전에 반드시 케어 라벨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양털은 사람이 깎아줘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양털 채취는 동물 학대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본래 양털은 겨울의 추위와 여름의 더위로부터 신체를 보호할 정도만큼만 자라고, 때가 되면 양은 겨울에 자란 털을 스스로 털갈이를 합니다.
오늘날 농장에서 사육되는 양은 양모 생산을 목적으로 인간에 의한 선택 교배를 통해 태어납니다. 페타(PETA)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대략 8억 마리 정도의 양 중에서 전 세계 울의 25%가 호주에서 생산된다고 합니다.
호주에서 사육되는 가장 일반적인 양은 메리노 양으로, 더욱 많은 울을 채취하기 위해 부자연스럽게 가죽을 확장시켜 쭈글쭈글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메리노 양은 양모 산업에서 이용되기 위해 개량된 종으로, 자연에서 살아가는 양들과 달리 스스로 털갈이를 하지 못합니다.
그 때문에 털의 중량을 견디지 못하고 더운 계절은 병에 걸리기 쉽거나, 죽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피부 주름이 오줌이나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파리가 알을 낳거나 부화한 구더기가 생깁니다.
구더기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어린양의 피부와 살점을 마취도 없이 도려내는 뮬징(Mulesing)이라는 공정을 거칩니다. 이는 양모의 생산성과 질을 높이기 위해 자행되는 학대로, 어린양들은 생후 수 주간 이내에 마취도 없이 귀에 구멍을 뚫리고, 꼬리를 잘리며, 숫양은 거세됩니다.
(뮬징 과정을 담은 유튜브 링크 >> Sheep Abused Around the World for Wool <<)
양털은 봄, 즉 양들이 털갈이하기 직전에 깎습니다. 털갈이 이후에 털을 깎으면 양모 손실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양들은 털이 깎인 채로 추위를 견디게 됩니다. 추위를 견디지 못한 양들은 너무 이른 털깎기 때문에 목숨을 잃습니다.
털을 채취하는 과정에서도 노동자는 시간이 아니라 깎은 털의 양으로 임금을 받게 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양의 털을 얻기 위해 양들을 매우 거칠게 다루고, 양들은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등 상처를 입게 됩니다.
양모 생산이 감소하여 가치가 없어진 양들은 도살장에서 도축되어 양고기와 양가죽으로 팔려나갑니다. 특히 호주에서 양육되던 많은 양은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등지로 이송되어 도살되고, 그 과정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죽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폴라 플리스(Polar Fleece)나 기모가 들어있는 옷들이 울 못지않게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어 시중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원단은 보통 아크릴(Acryl), 폴리에스터(Polyester), 레이온(Rayon), 혹은 비동물성 합성 소재로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아직도 울 소재는 겨울철 아이템에 많이 사용되고 있어, 시중에서 비동물성 원단으로 만든 코트나 스웨터, 액세서리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최근엔 동물성 소재의 잔인성에 대해 많이 인지하고 있고 소비자 인식도 많이 바뀌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양의 착취 없이도 따뜻하고 고급스러운 비동물성 소재를 사용한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어 양들의 고통이 없어지길 바랍니다.
다음은 염소 편입니다.
[참고 자료]
Difference Between Sheepskin & Shearling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에서 디자이너와 생산 및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 만난 비건 지향의 두 친구가 만든 비건 패션 프로젝트 낫아워스(Not ours)는 현재 텀블벅에서 낫아워스 스웻셔츠: '동물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펀딩을 진행 중입니다.
낫아워스(Not ours)라는 이름에는 ‘우리의 것이 아닌 것들’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의 가죽이 아닌 동물의 가죽’, ‘우리의 털이 아닌 동물의 털’ 같은 의미뿐 아니라 ‘우리의 것이 아닌 미래 세대의 자원’에 대한 고민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낫아워스의 고민을 담은 우리의 슬로건이자 이름인 낫아워스의 로고를 프린트 한 스웻셔츠를 만들었습니다. 베이직하면서도 스타일리쉬한 실루엣을 만들기 위해서 좋은 소재와 핏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였습니다.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공감하며 만들어가요.
낫아워스의 두 번째 프로젝트의 더 자세한 이야기는 텀블벅 페이지에 담았습니다.
tumblbug.com/notourssweatshi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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