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lie Kaufman and Duke Johnson
감독 : Charlie Kaufman, Duke Johnson
제작 : Charlie Kaufman, Duke Johnson, Rosa Tran, Dino Stamatopoulos
각본 : Charlie Kaufman
원작 : Anomalisa by Charlie Kaufmam (당시 카우프만은 Francis Fregoli란 필명을 사용했다.)
배우 : Jennifer Jason Leigh (Lisa), David Thewlis(Michael), Tom Noonan
아노말리사(2015)는 Chalie Kaufman, Duke Johson이 제작/감독하고, 각본을 담당한 Chalie Kaufman이 2005년에 썼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이 영화는 모든 사람을 똑같은 사람(voiced by Tom Noonan)으로 인지하는, 자기개발서 작가(David Thewlis)가 신시내티의 한 호텔에서 특별한 한 여인(Jennifer Jason Leigh)을 만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아노말리사는 아카데미 최우수 애니메이션, 골든 글로브 최우수 애니메이션 수상 후보로 올라와있으며, 그 외의 5개의 애니메이션 영화제의 수상 후보로 올라와있다. 72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최초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였으며, 2015 9월 4일에는 텔루르 영화제에서 최고 영화상을 수상하였다.
오른쪽이 Duke Johnson, 왼쪽이 Charlie Kaufman
찰리 카우프만은 영화 작가, 제작자, 감독이며 작사가이다. 그가 쓴 각본으로는 <존 말코비치 되기><이터널 선샤인>등이 있다. 그는 <Synecdoche, New york(2008)>으로 감독으로서 데뷔했는데, 영화 평론가 Roger Ebert는 2009년 당시 이 영화를 '지난 10년 동안 최고의 영화'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이 평가는 아노말리사(2015)로 이어진다.
그는 21세기 최고의 영화 작가 중의 한 명으로 꼽힌다. 카우프만은 4번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상 후보로 올랐는데, 두 번은 <존 말코비치 되기><이터널 선샤인>에서 창작 시나리오 부분에서, <Adaption>에서 시나리오 각색 부분에서, 그리고 <아노말리사(2015>에서 최고 애니메이션 부분에서 수상 후보가 되었다. 또한 그는 BAFTA 창작 시나리오 부분에서 두 번, 각색 부분에서 한 번 수상하였다. 또한 그의 각본 중 세 작품은 미국 작가 협회가 선정한 '101개의 위대한 영화 각본'에 이름을 올렸다.
카우프만의 작업은 주로 형이상학적이거나 초심리학적인 틀에서 삶의 의미나 필연적인 죽음, 자아의 붕괴와 같은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다. 굳이 그의 작품을 분류하자면, 초현실주의적이라고 묘사할 수 있다. 그의 작품에서는 그가 실제 겪은 사건을 영화화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특히 <Adaptation>과 <Hope Leaves the Theater>가 이런 테마를 다루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의 잘못된 의사소통 또한 반복적으로 다루고 있다.
듀크 존슨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전문 감독이다. 최근에 Dino Stamtopoulos의 애니메이션 회사인 Starburns Industries에서 감독 및 일반 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New York University의 Tisch School of the Arts에서 영화 과정을 졸업하였고, 프라하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기 위해 한 학기를 보냈다. 졸업 이후에는 뉴욕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로 3년을 일하고, 2006년 American Film Institute Conservatory로부터 직접 미술 석사를 따기 위해 LA로 이사했다. AFI(American Film Institute)에서 학생 작품인 <Marrying God>을 연출하여, 단편 부분과 학생 부분에서 8개의 최고 상을 수상하였다.
존슨은 2011년과 2012년 <Mary Shelley's Frankhole>과 <Community>에서 스톱-모션으로 연출한 에피소드를 통해 Annie Awards에 수상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6년, 그는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Best Animated Feature에 수상 후보로 선정된 아노말리사(2015)를 연출하였다.
(스포 주의 : 밑의 내용은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아주,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모든 인간은 금지된 것을 욕망한다고 하죠.)
영화는 비행기를 타고 있는 한 남자에서부터 시작한다. 옆에 앉은 남자의 의미 없는 수다를 들어주다, 비행기는 신시내티 공향에 착륙하고, 비행기에서 내려 호텔로 향한다.
이렇게 묘사하면 얼핏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똑같은 얼굴과 똑같은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카우프만은 이러한 설정을 통해서, 별다를 것 없는 로맨스를 비틀어 놓는다.
그의 세상에는 단 두 종류의 사람만이 존재한다. 똑같은 얼굴과 표정, 목소리를 가진 타인과 그들과 다른 자신. 가장 큰 문제는 그렇게 느끼는 것은 주인공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이 문제로 10여 년간 고민했지만, 어디에도 말하지 못한다. 사귀던 여자친구부터 서서히 사람들은 비슷해져 갔고, 특별하다고 여기던 자신의 와이프 또한 다른 사람들과 비슷해졌다. 그의 세상이 천천히 똑같은 타인들로 가득 찼고, 그는 혼자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쩌면 세상이 똑같은 타인들로 가득 차는 것이 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정 지어 이야기하긴 어렵겠지만, 강신주 작가의 <감정수업>과 같은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을 보고 있으면, 현대인은 스스로의 감정을 정의하고 구분하는데 익숙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것은, 현대가 끊임없이 자기-개발, 자기-성찰을 유도하는 것에 비해 개개인은 자신이 어떤 존재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에 대해서 둔감(혹은 무지)하다는 것이다.
또는 주인공과 똑같은 타인들이 가지고 있는 관계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거 같기도 하다.
'구조적 문제를 개개인의 문제로 바꾸려는 시스템과 시스템이 강요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나약한 개인'으로.
특히 주인공이 자기-개발서의 작가란 점이 이런 테마를 돋보이게 만든다.
이런 세상에 살고 있는 주인공이기에, 끊임없이 특별한 목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연락해보기도 하고, 우연히 듣게 된 특별한 목소리를 찾아 각 실을 찾아다닌다. 어쩌면 특별한 목소리를 찾는 것은 그의 '실존'과 관련되어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의 행동이 '비범-평범'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그가 가진 특수한 상황과 더불어,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특별한 사람을 원한다는 일반적인 사실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가 평범한 타인들과 다른 것은, 그에게 특별한 목소리가, 조금 더 절박하다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아노말리사'는 일본어로 천국의 여신을 의미한다.
주인공은 특별한 목소리를 가진 리사(Lisa)를, Anomaly(변칙, 이례적인)라는 말을 붙여 Anomalisa라고 부른다.
개인적으로는 'A-normal-Lisa'라는 평범한 한 여성으로서 리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리사와 하룻밤을 보낸 주인공은, 특별했던 리사의 목소리가 다른 사람과 똑같아져 가는 것을 느끼며 절망한다. 강연 도중에 자신에게 특별한 누군가가 허락되지 않음에 대해 절망하며, 헛소리를 내뱉는다. 주인공은 강연이 끝나자마자 그 절망스러운 자리에서, 리사에게서 도망친다.
그리고 주인공은 절망스러운 평범한 집으로 돌아간다.
리사는 주인공과의 특별한 하룻밤으로 인해 빛난다. 천국의 여신처럼.
이 두 남녀의 현재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왜일까? 아직도 만족할만한 답을 찾진 못했지만, 개인적인 생각에는 결국엔 '평범함'과 '특별함'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주인공은 '특별함'에 영역에 있는 순간과 감정을 '평범함'의 영역으로 가져오려 했다. 그 순간 특별한 목소리는 특별함을 잃어가며, 평범한 목소리로 변해간다.
하지만 리사의 특별한 순간은, 주인공이 리사에게서 도망침으로써 특별한 하루로 완성되었다. 리사가 주인공에 비해서 특별했던 점은, '특별함'을 억지로 '평범함'의 영역으로 끌어들이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이것이 평범해 보이는 한 여성으로서 리사가 가진 비범성의 지점일 것이다. 그리고 그 지점은 비범한 주인공이 가진 평범성의 지점일 것이고.
'황금 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처럼, 우리는 종종 '특별함'을 스스로가 컨트롤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건 아마도 비범한 사람일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우화 속 거위의 주인이, 거위의 배를 갈라 얻은 것이 무엇인지 모두 알듯이. 그러한 시도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기대를 빗나가기 마련이다.
아노말리사(2015)를 평가하는 댓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자기기만적인 수컷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영화'라는 댓글이었다.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굳이 이 영화의 메시지를 '수컷'에 한정시킬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그래서 이 리뷰는 '기만적 수컷'의 변명과
영화의 메시지를 '인간'으로 확대하려고 노력하였다.
물론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