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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tingham Castle Aug 13. 2022

럭셔리는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4

럭셔리 거대 공룡 3 대장 이야기

역사가도 진행 중인 근현대사는 다루기를 꺼려한다. 아직 진행 중인 것은 섣불리 건드리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나? 드디어 이번 회에는 현존하는 럭셔리 대기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다른 글도 그렇지만 이번 주제의 피드백은 보다 널리 오픈되어 있으니 오류와 다른 견해에 대해서 자유롭게 의견을 주시기를 바란다. 특별히 럭셔리 3 대장에 근무하고 있는 많은 지인들의 날카로운 지적을 부탁하는 바이다. 자! 그럼 용감하게 시작해 보자!


20세기 이전 대부분 럭셔리 브랜드들은 작은 규모의 공방으로부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루이비통은 여행용 트렁크를 만드는 솜씨 좋은 ‘루이뷔통’이라는 장인에 의해 1854년에 설립되었는데 (도중에 주인은 바뀌었지만) 확장의 확장을 거듭하여 주류회사인 모엣 헤네시와 합병하고 1987년 LVMH(Moët Hennessy – Louis Vuitton SE)로 사명(社名)을 바꾸게 된다. 지금은 럭셔리 대기업 중 가장 큰 회사이다. 1)

루이비통의 예처럼 작은 공방이나 가족 기업으로 시작한 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설립 후 50년 남짓의 세월 동안 성장을 거듭하여 기업의 형태가 되거나 대기업의 식구가 되었다.


LVMH, Kering 그리고 Richemont로 대표되는 럭셔리 3 대장을 잠시 살펴보자. 우선,  LVMH 그룹은 루이뷔통, 크리스찬 디올, 셀린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패션 사업을 비롯하여 5개의 사업 영역에서 70개의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그중 패션 브랜드는 15개이다)

케링(Kering) 그룹은 구찌, 발렌시아가, YSL, 보테가 베네타 등을 포함하여 16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앞의 두 회사와 달리 리치몬트는 스위스 회사인데 시계와 주얼리 영역에 강점이 있으며 IWC, 까르띠에, 반클리프 & 아펠 그리고 세계 3대 주얼리인 부첼라티 등 20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운영 중이다.


이들 럭셔리 3 대장이 사실상 전 세계 럭셔리 산업을 지배하고는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 기업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최근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인 디젤(Diesel)을 중심으로 질샌더(Jil Sander),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마르니(Marni) 등이 OTB 그룹을 결성했다. 2)


그런가 하면 에르메스 Hermes, 랄프로렌 Ralph Lauren, 조르지오 아르마니 Giorgio Armani 그리고 돌체앤가바나 Dolce&Gabbana는 기업 공개를 하지 않고 여전히 독립 기업으로 남아 있다.

특히 에르메스는 LVMH가 자사의 럭셔리 포트폴리오 완성을 위해서 얼마 전까지 호시탐탐 노렸던 회사이고 랄프 로렌 인수합병 이야기도 2년째 계속되고 있다.

아르마니 그룹과 돌체앤가바나도 럭셔리 대기업의 인수합병 대상에 지속적으로 언급되었으나 아직까지는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중이다. 특히 아르마니 그룹은 창립자인 아르마니가 곧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인데 기업을 대기업에 매각하기보다는 별도의 파운데이션을 설립하여 은퇴 후 승계 구도를 이미 마련해 놓았다.


럭셔리 3 대장과 OTB 그룹 등 럭셔리 대기업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럭셔리 대기업의 멤버가 되어야만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들 럭셔리 대기업은 패션 산업의 현재와 미래의 지형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아래 도표에서도 설명하듯이 럭셔리 대기업은 소속 브랜드의 연합을 통해 운영, 재무, 마켓 파워 등 기업 경영 차원에서 여러 가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3)

Figure 2. 럭셔리 그룹의 시너지 형태

이러한 기능은 단순한 규모의 경제를 넘는 시너지 효과라고 할 수 있는데 시사점이 많아 하나하나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표적으로 운영 측면에서 효율 시너지(Efficiency Synergies)와 성장 시너지(Growth Synergies)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많은 브랜드가 한 회사의 포트폴리오에 있게 되면 제조, 소싱, 구매 그리고 R&D 등 생산 기능(productive function)과 물류, 창고, A/S, 인사, IT/ERP, 부동산 및 사무지원 등 지원 기능(Support function)에서 효율을 꾀할 수 있다.

또한 축적된 노하우를 통해 원가절감, 브랜드 확장, 해외 진출과 원자재와 신기술 확보 등을 보다 쉽게 하여 기업에 필요한 성장 시너지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대외적으로 높은 협상력을 가질 수 있고 든든한 세제와 법률 지원 서비스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수의 향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로레알(L'Oréal) 그룹은 향수 사업부문의 공동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럭셔리 워치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리치몬트는(Richemont)는 시계사업부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부품이나 시계 밴드에 사용되는 가죽 등을 공동으로 구매할 수 있다.  물류 기능의 공유는 물론이고 특정 지역 진출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시장 조사나 트렌드 분석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특정 기술의 노하우나 우수 사례(best practices) 등도 동일 기업 내에서 쉽게 공유되는데 루이비통과 구찌의 시계 제품을 예로 들어 보자.


앞서 설명했지만 루이비통은 여행용 가방으로 시작하고 구찌는 승마와 관련된 장신구와 용품에서 시작을 했다. 의류 사업까지는 확장을 할 수 있겠으나 ‘루이비통이 만드는 시계’의 전문성은 생각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루이비통은 태그 호이어(Tag Heuer)를 보유하고 있고, 구찌는 부쉐론(Boucheron)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들 워치 메이커의 노하우는 패션 하우스로 전수되고 루이비통과 구찌는 핸드백과 의류뿐 아니라 워치의 영역까지 빠르게 확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계 산업은 기술력과 제품의 신뢰가 상당히 중요한데 이들 패션 하우스는 적은 노력으로 이 모든 것을 얻게 됨 셈이다. 기능에 외관 디자인까지 갖추었으니 무엇이 더 부족하겠는가? 4)


확실히 하나의 브랜드가 럭셔리 대기업의 일원이 되면 많은 장점을 갖게 된다. 럭셔리 자이언트인 모기업은 창의적이며 뛰어난 디자인력을 가진 개별 브랜드에 풍부한 자금 지원과 체계적인 경영 관리까지 지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폭적인 지원은 개별 브랜드로 하여금 보다 빠르게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준다.

생각해 보면 패션 스쿨을 갓 졸업한 스텔라 맥카트니가 아무리 아버지가 비틀스 출신의 폴 맥카트니라고 하더라도 케링(Kering) 그룹의 도움 없이 언제 사업을 일으켜서 전 세계에 본인의 매장을 열겠는가?


그렇다고 럭셔리 대기업이 모든 영역에서 그리고 언제나 패션 독립회사에 비해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샤넬, 에르메스, 아르마니 등은 여전히 독립 기업으로 남아 있다. 5) 다음 시간에는 이들 독립 회사들이 럭셔리 자이언트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아직도 건재한지 알아보고자 한다.


1) The Fashion Law, 2017a. The 24 Anti-Laws of Marketing - Part III. Available at: http://www.thefashionlaw.com/home/the-24-anti-laws-of-marketing-part-iii [Accessed March 26, 2019].

2) 박혜영, 글로벌 패션 그룹 OTB, 한국 시장 직진출, 어패럴 뉴스, 2022.02. Available at: http://www.apparelnews.co.kr/news/news_view/?idx=195859 [Accessed August 11, 2022].

3), 4) Ijaouane, V. and Kapferer, J., 2012. Developing Luxury Brands Within Luxury Groups – Synergies Without Dilution? Marketing Review St.Gallen, 29 (1), 24-29.

Kapferer, J. and Bastien, V., 2012. The luxury strategy: break the rules of marketing to build luxury brands. 2nd ed. London: Kogan Page.

5) Kapferer, J., 2012b. Why luxury should not delocalize. European Business Review, , 58-62.


Figure 2. Typology of Synergies Within Luxury Groups

Ijaouane, V. and Kapferer, J., 2012. Developing Luxury Brands Within Luxury Groups – Synergies Without Dilution? Marketing Review St.Gallen, 29 (1), 24-29.


Photo11. https://galeriemagazine.com/inside-peter-marinos-new-art-inspired-louis-vuitton-flagship-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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