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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tingham Castle Aug 10. 2022

럭셔리는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3

파리 오트 쿠튀르의 시작과 발전

이번 회에는 프랑스 파리의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지난 글이 쓰기도 어려웠고 읽기도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번 글도 힘들긴 마찬가지이다. 우선 오트 쿠튀르가 어떻게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발전해 왔는지 그리고 그 독특한 운영 원칙들이 현재 럭셔리 비즈니스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오트 쿠튀르는 숙련된 장인이 전 과정을 손수 한 땀 한 땀 만드는 하이엔드(high-end) 패션을 일컫는다. 문자 그대로 오트(Haute)는 프랑스어로 최고(high)를,  쿠튀르(Couture)는 의복 제작(dressmaking)을 의미한다. 1) 그러므로 오트 쿠튀르는 '하이패션(high fashion)' 또는 '최고 수준의 의복제작'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초기에는 의복을 제작하는 드레스 메이커(dressmaker)들이 드레스 제작을 위해 귀족 부인의 집을 방문하곤 했다. 장면을 상상해 보면 드레스 메이커들이 고객과 약속을 잡고,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원단과 부자재를 들고, 가가호호 방문하여, 일일이 치수를 재고, 가봉하여 한 사람을 위한 드레스를 제작한 것이다.

럭셔리 패션 회사들이 오늘날 그토록 열망하는 ‘초개인화’의 원형(prototype)이라 할 수 있다. 필자가 늘 강조하는 것이지만 초개인화를 비롯하여 럭셔리 패션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개념은 새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럭셔리가 태동한 시절에 이미 본능적으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초기에는 귀족의 저택에 일일이 방문하여 안주인에게 드레스를 맞춰주던 비즈니스 모델은 발전하여 드레스 메이커들이 귀족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부티크를 열고 고객들이 방문하는 형태를 이루게 된다. 이것은 오늘날 청담사거리와 도산공원에 즐비해 있는 럭셔리 패션 부티크의 초기 형태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오트 쿠튀르 시스템은 발전을 거듭하여 오늘날 럭셔리 업계의 뼈대가 되는 브랜드(상표)에서부터 매장 운영 원칙까지 기본 개념들을 수립하게 된다.

일례로 이름난 솜씨 좋은 드레스 메이커들은 단순히 '드레스를 만드는 사람'을 넘어 비로소 패션 디자이너 또는 아티스트로 여겨지게 되는데, 그들 중 일부는 완성된 드레스에 고객의 이름 정도를 수놓아주었던 것에서 드디어 제작자인 자신 이름을 달기 시작한다. 2) 이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상표 또는 브랜드 레이블(Brand’s label)의 시초이다.


물론 상표를 확인하기 전에 먼발치에서 보아도  풍기는 디자인, 패턴, 실루엣 그리고 소재 등등 외관의 아우라가 진짜 럭셔리이지만 많은 경우 레이블을 떼어 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과연 이 가격이 맞을까' 하는 경우가 있어 관련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송구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19세기 중엽에 이르러 파리의 드레스 메이커(couturiers)들은 오트 쿠튀르 시스템을 보호하고 증진시키기 위해 협회를 결성하게 되는데, 발전을 거듭하여 오늘날 파리 오트 쿠튀르 의상 조합(Chambre Syndicale de la Haute Couture)에 이르게 된다. 이 단체는 오트 쿠튀르 디자인을 최고의 품질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중요한 4가지 원칙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해당 원칙은 원문 그대로도 가치가 있어서 영어 원문을 병기한다) 3)


1. 각 드레스 메이커 하우스는 고객 개개인을 위해 맞춤 제작 의류를 디자인해야 하며 최소한 1회 이상의 피팅(가봉)을 해야 한다.

Each couture house must design made-to-order garments for private clients. The process must require one or more fittings.

2.  각 드레스 메이커 하우스는 파리에 아뜰리에를 두어야 하며 적어도 15인 이상의 풀타임 직원을 두어야 한다.

A couture house must have an atelier in Paris and employ at least fifteen staff members full-time.

3. 각 드레스 메이커 하우스는 한 아뜰리에에 최소한 20명의 풀타임 기술자를 고용해야 한다.

Each house must employ a minimum of twenty full-time technical people, in at least one atelier location.

4. 마지막으로, 드레스 메이커 하우스는 매 시즌 최소 50개의 독창적인 디자인 컬렉션을 대중에 선보여야 하며  야회용과 주간용(evening and daytime) 드레스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Lastly, a haute couture house must present a couture collection of at least fifty original designs to the public every fashion season. The collection must include both evening and daytime garments.


백화점 유통 중심의 우리나라에서는 제한된 면적과 비용 때문에 많은 직원을 고용할 수는 없겠지만 진정한 럭셔리는 적어도 매장에 들어온 고객을 기다리게 하거나 다른 이유로 고객에게 제한된 서비스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정리하면, 오늘날 럭셔리 브랜드의 운영 원칙과 형태는 19세기 파리의 오트 쿠튀르 시스템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이 중 몇몇 성공한 오트 쿠튀르는 기업의 형태로 발전하게 되거나 럭셔리 대기업의 일원이 된다. 4)  


다음 회부터는 왜 이러한 브랜드들이 럭셔리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럭셔리  3 대장 (LVMH, Kering, Richemont)으로 대표되는 럭셔리 대기업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1), 3) BOF, 2019. Haute Couture | Fashion A-Z | BoF Education | The Business of Fashion | #BoFEducation. Available at: https://www.businessoffashion.com/education/fashion-az/haute-couture [Accessed March 6, 2019].

Kelly, L., 2017. What Does Couture Mean- Definition and French Translation. Available at: https://www.thedapifer.com/blog/2017/02/04/what- is-couture-mean-fashion/ [Accessed March 6, 2019].

2) Palmer, A., 2019. What Is Haute Couture?. Available at: https://fashion-history.lovetoknow.com/fashion-clothing-industry/what-is-haute-couture [Accessed March 6, 2019].

4) The Fashion Law, 2017a. The 24 Anti-Laws of Marketing - Part III. Available at: http://www.thefashionlaw.com/home/the-24-anti-laws-of-marketing-part-iii [Accessed March 26, 2019].


Photo10. https://www.tatlerasia.com/style/fashion/paris-couture-week-fall-winter-2021-day-2-highlights-chanel-armani-pr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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