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피라미드와 럭셔리
최근 한 기관에서 발행된 보고서에 의하면 MZ세대가 럭셔리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무게 중심이 전통의 럭셔리(흔히 말하는 에루샤: 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에서 아미(AMI), 르메르(Lemaire), 메종 마르지엘라(Masion Margiela) 등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한다. 1)
레거시 럭셔리와 비교하면 10-30년 된 짧은 역사를 가진 이러한 브랜드를 흔히들 컨템퍼러리 패션 브랜드라고 하고 혹자들은 과장을 섞어 신(新) 럭셔리라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보고서의 주장대로 수 백 년 된 기존의 럭셔리 브랜드는 점차 빛을 잃고 새로운 트렌드가 부상할 것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나의 지갑만 유한할 뿐 럭셔리는 영원할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경제 침제기에는 고전하는 브랜드도 있고, 이러한 사이클이 장기화되면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나타나겠지만 럭셔리를 향한 인류의 관심과 사랑은 어제오늘 형성된 것이 아니기에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수회에 걸쳐서 럭셔리는 언제부터 시작되어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비즈니스로 발전해 왔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멀리는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중세 시대의 사치 규제법, 파리의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의 등장과 발전부터 가깝게는 오늘날의 럭셔리 대기업의 등장까지 역사의 굵직굵직 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이집트 피라미드와 럭셔리
럭셔리는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럭셔리 전략(The Luxury Strategy)을 저술한 카펄러와 베스테인은 럭셔리가 인류의 탄생과 동시에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럭셔리를 향한 인류의 열망은 인간 본성과 매우 가깝다는 견해이다. 2) 그렇기에 우리는 럭셔리의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 한참 전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럭셔리 연대기 중에 딱 잘라서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부터 시작을 해 보자.
왜 이집트 피라미드인가?
사실 필자는 럭셔리는 인류의 탄생과 함께 했으리라는 믿음이 강하지만 석기시대나 그 이전 시대는 문헌으로 증명할 길이 없어서 구체적인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고대 이집트에는 연구를 뒷받침할 수많은 상형문자와 로제타 스톤 같은 문헌 자료들이 있다. 더불어 이집트는 기후의 특수성과 놀라운 기술력 덕분에 주요 문헌 자료들과 피라미드, 미라 등이 잘 보존되어 있기도 하다.
이집트 피라미드와 미라가 강력한 종교 또는 정치권력의 산물임에 분명하지만 그와 동시에 럭셔리의 한 영역으로 볼 수도 있다.
잘 알려진 대로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후(死後) 세계에 대한 깊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주검을 소멸되지 않고 영원히 보존되는 ‘미라’로 만드는 독특한 장례문화를 고안하기에 이르렀다. 3)
이러한 시신의 보존 작업은 고도의 전문가의 섬세한 기술력을 필요로 했으며 비용 또한 상당했다. 따라서 초기에는 경제적인 이유로 왕과 왕비 그리고 종교 지도자 같은 소수의 상류층에게만 이러한 ‘미라 서비스’가 가능한 것이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고서야 이런 럭셔리한 장례 의식이 점차 일반 사람들에게까지 전파된 것이다. 실제로 사람뿐 아니라 반려견으로 추정되는 강아지 미라도 있다. 그러고 보니 반려견, 반려묘 비즈니스는 역사의 사이클을 크게 돌아 지금 우리 앞에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지난 회에도 언급했지만 결국 상류층의 삶은 그것을 동경하는 일반인들에게까지 확대되게 마련인데 고대 이집트의 특별한 장례의식은 럭셔리 트리클 다운 효과(Trickle-down effect of luxury)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도 마찬가지이다. 조금만 역사에 관심이 있으면 알겠지만 피라미드는 노예가 뙤약볕에서 채찍을 맞으며 건설한 것이 아니라 신분적으로 자유인에 속한 전문 엔지니어와 숙련된 장인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 당시에 이미 경제적으로 계층화된 사회가 있었고, 피라미드와 미라와 관련된 장례 의식은 고대사회의 럭셔리한 상류층 삶의 일부분이었다. 물론 고대 사회에서도 상류층의 특별한 장례 문화를 함께 누리는 보통 사람도 있었겠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이러한 럭셔리 소비는 한 동안 여전히 소수의 엘리트 그룹만 향유할 수 있었다.
다음 장에 나누겠지만 비로소 산업혁명에 이르러 부(富)의 이동이 가능해졌고 이러한 동력으로 럭셔리 산업은 보다 더 발전을 하게 된다.
1) 삼정 KMPG, 『럭셔리 시장을 이끄는 뉴럭셔리 비즈니스 트렌드』 (Issue Monitor 제147호), 2022.5.
2) Kapferer, J. and Bastien, V., 2012. The luxury strategy: break the rules of marketing to build luxury brands. 2nd ed.. ed. London: Kogan Page.
3) Hanwerk, B., 2017. Pyramids at Giza. Available at: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archaeology-and-history/archaeology/giza-pyramids/[Accessed April 11, 2019].
History.com Editors, 2018. Egyptian Pyramids. Available at: https://www.history.com/topics/ancient-history/the-egyptian-pyramids [Accessed April 11, 2019].
Photo7. https://www.pinterest.co.kr/pin/218776494391210456/
Photo8. https://www.pinterest.co.kr/pin/494199759122824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