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의 계층(Stratification)과 정의#2
어원에 대한 정의를 개인적으로도 무척 지루해하지만, 꼭 필요한 내용이라 비스포크는 잠깐 살펴보고 넘어가자!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bespoke는 ‘주문하다, 준비하다’라는 뜻의 bespeak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남성 슈트를 예로 들면, 만들어진 옷을 고르는 기성복과 달리 원단과 단추를 고르고 구석구석 신체 사이즈를 측정하고(체촌), 원하는 디자인을 말해서 만드는 슈트를 비스포크 슈트라고 한다.
이와 유사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차이가 있는 MTM(Measure To Made)이 있다. 샘플 재킷을 여러 벌 입어 본 후, 그 디자인의 범위 안에서 체형에 따라 약간의 조정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라펠의 넓이나 포켓의 형태는 변경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RTW도 있다. Ready To Wear의 약자로 ‘입을 준비가 되어 있는’ 정도로 해석되는데 굳이 추가 설명은 하지 않겠다. 많은 수입 브랜드의 슈트가 RTW이고, 잘 알려진 삼성물산의 갤럭시나 로가디스도 기성복 즉 RTW이다. 이 경우도 기장 수선과 품 수선이 가능하지만, 비스포크에 비할 바는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비스포크에 가까울수록 몸에 옷을 맞추는 것이고, RTW (기성복)에 가까울수록 옷에 몸을 맞추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에서도 비스포크 가전 시리즈를 론칭했듯이 전자제품 영역에서 조차 최고봉은 비스포크이다.
럭셔리의 다양한 층위 중에서 필자는 주로 비스포크와 울트라 하이엔드(Ultra high-end) 또는 슈퍼 프리미엄 (Super perimium) 럭셔리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이러한 최상위 수준의 럭셔리 그룹에서 교훈을 찾아 다음 레벨인 루이뷔통, 구찌 프라다 등에 실용적으로 적용할 것을 찾고자 한다.
상류층에서 발현된 스타일 등이 그들의 성공한 라이프 스타일을 동경하는 다음 계층으로 확산되는 것을 패션의 트리클 다운 효과(trickle-down effect)라고 한다. 우리말로 낙수효과라고 하며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기사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용어이다. 1)
그러나 최근의 패션의 동향을 보면 트리클 다운보다는 버블 업(bubble-up)이나 트리클 어크로스(trickle-across)를 이야기하는 것이 더 적절한 것 같다. 버블 업을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스트리트 패션의 무드가 강한 캐주얼 브랜드의 영향을 상위 브랜드인 럭셔리가 받는 것을 의미한다. 버블이 보글보글 올라가서 상층부에 닿는 것처럼! 또한 트리클 어크로스는 상하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말한다. 2)
루이뷔통과 스케이트 보드 브랜드의 대명사인 Supreme의 컬래버레이션이나 버버리 같은 많은 럭셔리 브랜드가 드롭 시스템(drop system)을 차용한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바야흐로 이제 럭셔리 패션은 대중문화와 서브컬처 그룹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3)
이쯤에서 미안하지만 용어 정리를 다시 한번 하고 가자!
드롭 시스템은 소량의 신상품을 2주에 한번 또는 1개월에 한 번씩 생산해서 매장에 떨구는 (dropping) 출시 전략인데 주로 Supreme이나 Palace 같은 스트리트 패션에서 사용하는 유통 전략이다. 고객의 반응을 보며 다음 디자인을 준비할 수 있고, 매장을 늘 신선하게 하고, 해당 브랜드를 늘 뉴스에 올려놓고 고객을 매장 앞에 줄 서게 하는 등 운송 효율만 제외하면 여러모로 쓸만한 전략이다.
전통적인 패션 브랜드가 1년 중 S/S(Spring/Summer) 그리고 F/W(Fall/Winter)에 평균적으로 Pre collection과 Main collection을 각각 출시하는 것과 달리 Zara나 H&M은 약 2주에 한 번씩 24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고객들을 어느 정도 열광시킬 수 있는 브랜드라면 시즌마다 정규적으로 신상품 출시하는 스케줄과 더불어 격주 또는 월간 드롭 시스템을 구사하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3)
럭셔리 브랜드가 디자인 측면과 출시 전략 등 일부 참신한 아이디어를 스트리트 패션에서 차용해 오는 것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반대로 많은 하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내기 위해서 럭셔리 브랜드의 매장의 분위기나 브랜드 운영 방법 그리고 광고 이미지 연출 방법 등을 모방하곤 한다. 4)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럭셔리 브랜드가 일반 대중 브랜드로부터 차용해 올 것과 영향을 끼치는 것은 명확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것이 있다. 섣불리 대중 브랜드(Mass brand)의 마케팅 기법이나 운영 방법을 흉내 내다가는 럭셔리만이 가지고 있는 고고함이 하나둘씩 희석되거나 사라지는 것이다. 참고할 것은 참고하되, 지킬 것은 힘들더라도 지키자!
1) Svendsen, L., 2006. Fashion: a philosophy [eBook]. London:
2) Medvedev, K., 2010. Social class and clothing. In: V. STEELE, ed., The berg companion to fashion. Oxford; New York: Berg, pp. 645-647.
3) Elven, M.V., 2018. Burberry announces monthly product drops. Available at: https://fashionunited.uk/news/retail/burberry-announces-monthly-product-drops/2018101539455 [Accessed April 30, 2019].
Lebeau, J., 2017. Why Supreme And Louis Vuitton Made A Perfect Pair For Consumers. Available at: https://www.forbes.com/sites/jordanlebeau/2017/07/23/why-supreme-missed-its-best-chance-to-sell/ [Accessed April 30, 2019].
4) Carter, M., 2003. Fashion classics from Carlyle to Barthes. Oxford: Berg.
Photo6. https://www.bondsuits.com/a-guide-to-english-bespoke-suit-st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