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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tingham Castle Aug 22. 2022

악마는 왜 프라다를 입을까?

럭셔리 소비의 본성과 소비자의 구매 동기

이번 시간에는 럭셔리 산업에서 소비의 본성과 소비자의 구매 행동 동기에 관하여 이야기해보자. 럭셔리 상품의 구매에 있어서 소비자의 구매 동기는 크게 과시적 소비와 비(非) 과시적 소비로 나뉜다.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소스테인 베블런은 그의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과시적인 소비를 처음 소개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기 위해 럭셔리 상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1) 베블런은 럭셔리 소비자의 구매 동기 중에서 과시적인 측면만 강조했는데 뭔가 아쉬운 측면이 조금 있다.


다른 학자의 주장을 살펴보자. Hudders는 2012년 럭셔리의 구매 동기에 관한 내용으로 “왜 악마는 프라다를 입을까?”(Why the devil wears Prada?)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소비자의 구매 동기는 상징적 가치(Symbolic value)와 기능적 가치(functional value)로 이루어져 있다. 상징적 가치는 럭셔리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을 드러내고, 차별화하고, 표현하는 측면이 강한 반면 기능적 가치는 럭셔리 상품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품질에 대해 만족하고 탐닉하는 등 감상적 측면이 강하다. 2)

두 기능 중 어느 한쪽에만 치우 지면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쉽지 않다. 품질이 엉망인 럭셔리를 기대할 수 없듯이 럭셔리 소비자에게 상품의 품질과 장인정신 등 감각적인 만족감 등 기능적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 또한 우리가 무엇인가를 구매할 때 내면 깊숙이에는 해당 럭셔리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이 알아봐 줬으면 하는 상징적 가치도 매우 중요하다.


본질적으로 럭셔리를 구매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에 대한 정보를 다른 이에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마케팅 활동을 할 때 주 고객(target customers) 뿐 아니라 주 고객이 아닌 대상(non-target customers) 에도 무엇인가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럭셔리는 본질적으로 ‘자신을 위한 럭셔리’와 ‘타인을 위한 럭셔리’ 두 가지 측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두 가지 측면 모두를 유지하기 위해 주 고객이 아닌 대상도 구매 여력 유무를 떠나서 해당 럭셔리 상품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4)


영화 007 시리즈에 제임스 본드의 애마로 등장하는 애스톤 마틴 Aston Martin을 예로 들어 보자. 2020년에 개봉한 <007 노타임 투 다이>에는 애스턴 마틴 DBS 슈퍼레제라(DBS Superleggera) 모델이 등장했다. 차량 가격만 영국 현지 가격으로 2만 8천 파운드 정도 되니까 요즘 환율로 한화 4억 5천만 원 정도 되는 셈이다. 5) 애스턴 마틴의 다른 차량도 2억은 훌쩍 넘는다.

PPL(Product Placement) 치고는 영화를 보는 대다수 관객은 해당 차를 구매할 수 없는 가격대이다. 그런데 왜 이런 슈퍼 카를 PPL로 사용한 것일까?

애스톤 마틴의 이러한 마케팅 활동은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 세계에서 지나가다가 애스톤 마틴을 마주쳤을 때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돌아보며 차량의 소유자를 거의 우러러보게 하는 전략이 숨겨져 있다. 3) 친한 회사 동료의 말을 빌리자면 승차감과 더불어 하차감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애스턴 마틴 DBS 슈퍼레제라(DBS Superleggera)


럭셔리 상품에서 상징적 가치는 아래와 같이 독특함, 순응, 그리고 소통이라는 세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다.

독특함(uniqueness) : 럭셔리 상품을 구매할 때 소비자는 그들 스스로를 다른 계층과 구별할 수 있다.

순응(conformity)  : 사람들은 그들이 소속되거나 따르고 싶은 집단에 어울리기 위해 (같은 행동을 하기 위해) 럭셔리 상품을 구매한다.

소통(communicating) : 럭셔리 상품의 소유는 집단 내에서 소비자 스스로에 대해 의사소통하는 매개체로 사용된다. 7)


사실 이 3가지 개념을 학문적으로 정리해서 다소 딱딱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럭셔리와 친하니까! 하나씩 살펴보자!


독특함(uniqueness)

소비자는 남들이 쉽게 살 수 없는 럭셔리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스스로를 남들과는 다르게 포지셔닝할 수 있다. 럭셔리는 본질적으로 고가(高價)이며 희소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원자재의 수급과 제조/생산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실제적호 수량이 부족했지만, 이제는 럭셔리 브랜드에서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의도적으로 유통 수량을 통제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에르메스의 일부 상품은 다른 기본 상품들을 어느 정도 구매한 사람만이 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따라서 지나치게 대중적으로 풀리는 럭셔리라면 당분간은 손익에 긍정적일 수 있으나 곧 주요 고객들이 떠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순응(conformity)

사람들은 집단 내 다른 사람과 행동[생각]을 같이 하려는 경향이 있다. 경제적 수준이나 사회적 수준이 서로 비슷한 집단 내에서 사람들은 의복과 액세서리의 수준에서 다른 구성원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지방의 어느 한 도시에 럭셔리 매장을 오픈했을 때 기억이 떠오른다. 첫 달에 기록적인 매출이 나왔는데, 인근 아파트 단지의 어느 1개 동 거의 전체가 필자의 매장에 와서 구매한 것이다.

집단에서 그까짓 드레스 한 벌로, 핸드백 하나로 소외될 수는 없는 법이다. 한 때 3초마다 보인다고 해서 ‘3초 백’이라는 별명을 얻은 루이뷔통의 스피디 백은 이제 흔한 예이고, 핫 플레이스에 가면 디올 핸드백이 넘쳐 난다.


소통(communicating)

과시적 소비와 궤를 같이 하는 내용인데, 집단 내 경제적 수준의 차이가 있을 때 사람들은 럭셔리를 소비함으로써 자신의 차이를 드러낸다. 이는 경제적 차이와 취향의 차이 모두를 나타낸다. 경제적 차이 표시는 차라리 쉽지만 하루아침에 완성될 수 없는 취향의 차이를 보일 때는 럭셔리 소비의 화룡정점을 찍게 되는 것이다.

또한 미국 사회에서 럭셔리 소비는 일종의 군대 계급장으로 여겨진다. 사회적으로 성공할 때마다, 경제적으로 한 계급씩 올라갈 때마다 그것에 걸맞은 계급장을 럭셔리한 재화로 스스로 수여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럭셔리 비즈니스를 설명하는데 꽤 설득력 있는 설명이다.

요즘 직장생활에 고생한 스스로에게 격려하는 의미로, 듬뿍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로 샤넬 핸드백을 들고 있지 않은가?


위에서 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루이뷔통, 디올, 샤넬


이 3가지 개념은 인구통계적 특성에 따라 그리고 개개인의 부(富)의 수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유럽 등 서구권에서 사람들은 그들의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개개인 별로 같은 럭셔리라고 하더라도 독특한 스타일을 고수하는 반면 일본의 여성들은 같은 사무실 안에 동일한 모델의 루이뷔통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왜냐하면 일본인들에게 이는 곧 그들이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오랫동안 사회적 지위와 부(富)를 축적해온 전통적 부자들은 타인에게 그들의 부(富)를 굳이 드러내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6)

그렇기 때문에 브릭스(BRICS: Brazil, Russia, India and China)와 같이 최근에 들어 경제적 부(富)를 이루고 있는 신흥 국가의 소비자들은 그들의 달라진 사회적 지위와 부(富)를 드러내기 위해 로고가 크거나 브랜드가 쉽게 인식되는 디자인을 선호하는 측면이 있는 반면 럭셔리 소비가 어느 정도 성숙한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과시적인 소비보다는 다른 브랜드가 줄 수 없는 럭셔리 상품의 품질과 고유한 특성을 탐닉하는데 무게 중심을 두는 경향이 있다.


이리한 현상은 경제적인 부(富)와 사회적 지위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축적했는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꼭 동서양의 문제라기보다는 같은 국가 안에서도 개개인의 성향과 수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이번 시간에는 럭셔리 상품이 가지고 있는 ‘보이는’ 상징적 가치와 ‘보이지 않는’ 기능적 가치에 대해서 알아보았고, 각각의 가치에 따라 부여되는 소비자의 구매 행동 동기에 대해 나누었다.

다음 시간에는 계속해서 사람들은 왜 럭셔리를 구매하는지 그리고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헤리티지의 중요성과 그것이 럭셔리가 태동한 나라의 문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아보자.


1) Veblen, T., 1970.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an economic study of institutions. [1st ed. reprinted] / with an introduction by C. Wright Mills. ed. London: Allen and Unwin.

2), 4), 6) Hudders, L., 2012. Why the devil wears Prada: Consumers’ purchase motives for luxuries. Journal of Brand Management, 19 (7), 609-622.

3), 7) Kapferer, J. and Bastien, V., 2012. The luxury strategy: break the rules of marketing to build luxury brands. 2nd ed.. ed. London: Kogan Page.

5) HYPEBEAST(2020.08), '007 노타임 투 다이' 테마 밴티지 & DBS 슈퍼레제라 공개, Available at: https://hypebeast.kr/2020/8/aston-martin-vantage-dbs-superleggera-007-james-bond-no-time-to-die-british-supercars  [Accessed August 19, 2022].


Photo14. https://www.harpersbazaar.co.kr/article/38752

Photo15. https://hypebeast.kr/2020/8/aston-martin-vantage-dbs-superleggera-007-james-bond-no-time-to-die-british-supercars

Photo16.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27520817&memberNo=42198376&vType=VERTICAL

https://www.dior.com/en_us/fashion/products/M0446CBAA_M41G-saddle-bag-gray-grained-calfskin

https://www.chanel.com/sg/fashion/handbags/c/1x1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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