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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tingham Castle Aug 26. 2022

에펠탑 앞에서 산 중국산 기념품

패션산업의 Offshoring 그리고 Country of Origin

파리 여행을 가서 에펠탑을 둘러본 뒤 앞에서 파는 기념품을 사 본 기억이 있다.

하나는 책상에 올려놓고  사무실 동료들에게도 선물로 주려고 에펠탑 모형을 10개 정도 가판대에서 사서 숙소에서 풀어 보니 바닥에 ‘MADE IN CHINA’ 스티커가 붙어 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초입의 지역 특산품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효자손을 비롯한 무수히 많은 목공예 상품도 사실 대다수 대륙에서 건너온 것이다.

여행의 백미는 현지 특산품인데, 중국산이라니…

지금 노트북 바닥을 보자 삼성전자 노트북도 원산지는 중국이다. 우리는 삶의 거의 전 영역에서 비용을 절감해서 최대의 이익을 내려는 판매자의 계략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오늘은 오프쇼어링(offshoring)에 대해 알아보자!

쇼어 (Shore)는 ‘해안가 또는 해안을 끼고 있는 나라’를 뜻하며 오프(off)는 ‘~에서 떨어져 있는’ 의미의 접두어다.

Off-shoring은 아웃소싱의 한 형태로 기업이 원가 절감 등을 위해 국외에서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해외 직접투자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우리나라 현대자동차가 미국 앨라배마 등에 해외공장을 짓고 운영하는 이유는 미국 입장에서 수입 자동차와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세금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보호무역과 관세장벽을 회피하며 각종 세제 혜택 등 가격 구조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지 단순히 제조/생산 단계에서 원가 절감을 하기 위함이 아니다.


럭셔리 패션에서 오프쇼어링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많은 브랜드가 원가 절감을 목적으로 자국 외 국가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이태리 브랜드 프라다(Prada)의 경우 컬렉션의 20%가 중국 생산이다. 프랑스 브랜드인 겐조(Kenzo)의 경우 역시 원가 절감의 목적으로 일부 공장을 프랑스에서 폴란드로 이전했다. (겐조는 LVMH 산하 브랜드로, 일본 디자이너 Kenzo Takada가 만들었지만 파리에서 시작되어 프랑스 브랜드로 분류된다)

그런가 하면 버버리(Burberry)는 트렌치코트를 제외한 다른 대부분의 상품은 중국과 멕시코에서 생산한다. 1)


버버리의 前 CEO인 안젤라 아렌츠의 말을 들어 보자.

<안젤라 아렌츠(Angela Ahrendts)>

지금은 리카르도 티씨 Riccardo Tisci와 前 CEO 마르코 고베티 Marco Gobbetti의 버버리에 많이 익숙하지만 미국 출신 전문 경영인 안젤라 아렌츠는 (Angela Ahrendts)는 버버리의 전설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토퍼 베일리 Christopher Bailey와 함께 버버리를 지금의 궤도에 올려놓은 초석을 닦은 마법사이다. 버버리 이후 애플로 이직한 것이 당시 화제였는데 현재까지도 애플 수석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안젤라 아렌츠는 버버리에서 ‘Made in UK’는 고객의 브랜드 선호도를 증진시키는 필수 요소는 아니며 컬렉션에서 패션의 완성도나 브리티시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버버리의 컬렉션에서 영국 특유의 감성을 선사하는 것이 원산지 이슈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많은 유럽의 패션 회사들이 생산 관리(quality control system)를 철저하게 하면 얼마든지 국외 생산에서도 뛰어난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치열하게 저가(低價) 경쟁을 하는 Zara, H&M 등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오프쇼어링을 선택하는 것은 이해할만하다. 그러나 높은 가격으로 마진을 확보할 있는 럭셔리 패션 브랜드가 기업의 이익 때문에 원가 절감을 목적으로 앞다투어 오프쇼어링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오늘날 많은 패션 기업들은 럭셔리 상품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유산과 원산지 (Country Of Origin)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하면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마케팅과 판매 전략에 보다 가중치를 두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염두에 둘 것은 럭셔리 소비자들은 원산지 문제를 꽤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의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소비자 중 86%가 럭셔리 상품을 구매할 때 원산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2)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그의 저서 「경쟁우위」에서 선진국은 그들이 잘할 수 있는 것(창조적 디자인과 마케팅 전략)을 특화하고 제조/생산 등의 기본적인 기능은 다른 국가로 이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3) 제조업에서는 맞는 말이다.

일례로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로 유명한 다이슨(dyson)은 디자인과 설계는 영국에서 진행하지만 생산은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등지에서 진행한다. 그러나 럭셔리 패션에서 원산지는 단순한 생산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국가의 독특한 문화와 특징을 반영한다.


원가절감을 위해 무분별하게 오프쇼어링을 하는 여타의 패션 회사들과 달리 럭셔리 업계의 모범생인 루이뷔통, 에르메스 그리고 샤넬은 품질뿐 아니라 브랜드의 헤리티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심지어 악어 핸드백을 위해 악어 농장을 직접 운영하기도 하는데 악어들이 서로 생활하다가 친구의 등짝에 손톱자국을 남기는 사고를 예방하려고 각별한 노력도 한다.)


본질적으로 원산지는 럭셔리 상품의 고향이며, 섬세한 장인정신 본산(本山)이며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이 시작되는 곳이다. 럭셔리 회사는 일반적인 패션 회사의 기업 운영 전략을 함부로 차용하게 되면 결국에는 핵심 경쟁력과 브랜드의 영혼을 잃게 될 수도 있다. 4)


그러나 유일하게 필자가 ‘원산지  고수’ 전략을 양보하는 영역이 있다. 럭셔리의 본사가 위치한 국가가 해당 상품을 생산하는데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샤넬과 루이뷔통은 워치(watch) 상품의 경우 스위스에서 생산한다. 이는 스위스 메이드(Swiss-made)가 기술의 원천이며 장인정신과 헤리티지와 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태리 시계, 프랑스 시계 어색하지 않은가? 시계 하면 스위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대로 편의나 원가절감의 목적이 아니었기에 공정을 아웃소싱을 하거나 라이선스 생산하지 않고 스위스에 직접 자체 공방을 운영하며 엄격하게 브랜드 관리와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 또한 일부 핵심 부속은 범용 부품을 사용하지 않고 각 브랜드를 위해 별도로 주문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


정리하면 럭셔리는 해당 국가 또는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의 엠버서더이다. 럭셔리 상품은 태동한 나라에 뿌리를 두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가 럭셔리 상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단순히 핸드백이나 의류를 사는 차원을 넘어서 그 브랜드가 시작된 신성한 장소의 모든 것을 향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6)

물가가 오르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상품 가격을 올리면서 소비자에게 상당한 비용 상승분을 전가시키는 럭셔리 브랜드는 가격의 횡포보다는 온전한 가치의 전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글을 시작하면서 오프쇼어링(offshoring)에 대해서 설명했다. 반대로 리쇼어링(reshoring) 전략도 있는데 국외 생산 기지를 다시 본국으로 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라고 하더라도 럭셔리는 장인의 지도하에 도제식으로 이루어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리쇼어링을 통해 문화적 가치와 정신도 회복하고 지속적으로 럭셔리 제조 기술을 자국 내에서 계승 발전시키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다.


1), 2), 5) Kapferer, J., 2012b. Why luxury should not delocalize. European Business Review, , 58-62.

2), 4) Adams, T., 2015. The Brand Power of ‘Made in’. Available at: https://www.businessoffashion.com/community/voices/discussions/does-made-in-matter/harnessing-the-power-of-made-in-labelling [Accessed March 24, 2019].

3) Porter, M.E., 2004. Competitive strategy. New ed. ed. New York; London: Free Press.

6) Kapferer, J. and Bastien, V., 2012. The luxury strategy: break the rules of marketing to build luxury brands. 2nd ed. London: Kogan Page.

The Fashion Law, 2017a. The 24 Anti-Laws of Marketing - Part III. Available at: http://www.thefashionlaw.com/home/the-24-anti-laws-of-marketing-part-iii [Accessed March 26, 2019].


Photo17. https://www.dailymail.co.uk/news/article-6500211/Luxury-fashion-brands-like-Prada-Fendi-use-exploited-factory-workers-make-product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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