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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tingham Castle Oct 12. 2022

킹스맨 거리의 전설들#1

Anderson & Sheppard

이번 시간부터는 킹스맨 거리 즉, Savile Row의 전설들에 대해 조금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도록 하자.

먼저 Anderson & Sheppard부터 소개한다.


Anderson & Sheppard는 1906년 Frederick Scholte와 Peter Gustav Anderson에 의해 설립되었다.

Anderson & Sheppard는 Savile Row의 창립 멤버로 분류되고 현재도 Savile Row 비스포크 연합의 회원이지만, 초기에는 ‘Savile Row의 반항아’로 여겨졌다.

이유인 즉, Savile Row의 많은 테일러 숍은 영국식 수트 특징에 따라 다소 구조적이고 군복의 영향을 받은 느낌이 강한 반면 Anderson & Sheppard의 수트는 편안하고 여유 있으며 전반적으로 물 흐르듯이 유려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이해를 돕기 위해 이쯤에서 수트의 형태에 대해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자.


수트는 장교의 군복에서 비롯되었다. 과거보다 많이 간소화되었지만 오늘도 비즈니스맨들은 군복을 입고 포탄이 날아드는 전쟁터보다 더 살벌한 삶의 전쟁터로 매일 같이 출전하고 있다.

군복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유려하게 흐르기(Unconstructed) 보다는 다소 딱딱하게 잡혀 있는 것(Constructed)이 수트의 일반적인 특징이었다.


수트는 시절마다 유행이 바뀌고 라펠(Lapel)과 여밈에 따라서도 달라지지만 전반적인 수트의 인상은 어깨가 많이 좌우한다. 그림과 함께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THE STRUCTURED / ENGLISH SHOULDER

위 수트가 아래 소개할 두 개 수트보다 조금 더 구조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어깨에 마치 밧줄(Rope)을 넣은 것 같이 조금 솟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Roped shoulder라고도 한다. 영국식 수트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

THE NATURAL SHOULDER

English shoulder와 달리 어깨 라인이 체형에 따라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브룩스 브라더스 Brooks Brothers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형태이며 American shoulder라고도 부른다.

THE UNSTRUCTURED / ITALIAN SHOULDER

영국식 수트와 달리 자연스러운 어깨가 특징이다. 이태리어로 Manica Camacia라고 부르는데  마니카 Manica는 어깨,  카마치아 Camacia는 셔츠를 뜻한다. 셔츠의 어깨처럼 자연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Anderson & Sheppard가 다른 테일러 숍과 차별되는 스타일을 갖게 된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1, 2차 세계대전 동안 영국 정부로부터 군수품 지원 시설로 징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인지 군복과 같이 딱딱한 느낌이 별로 없다.


우리는 운이 매우 좋았어요. 나머지 Savile Row와는 달리 우리는 언제나 군인이 아니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옷을 만들어 왔거든요 (수석 재단사,  Anderson & Sheppard)


굳이 광고를 하지 않더라도 Anderson & Sheppard는 특유의 독창적인 스타일 덕분에 많은 영화배우와 정치인 등 영향력 있는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아 왔다.

몇몇만 언급하면, Charlie Chaplin, Rudolph Valentino, Gary Cooper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있고, 남성 복식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국의 전 국왕 윈저공(Prince of Wales)도 Anderson & Sheppard의 열렬한 팬이었다.


70~80년대에 들어 변화와 격동의 시기에 현실과 어느 정도 타협한 Savile Row의 일부 테일러들이 기성복과 MTM을 취급한 반면 Anderson & Sheppard는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비스포크의 전통을 지키면서 자신만의 스타일과 전통을 유지해 오고 있다.


한 공간에 여러 스펙트럼의 상품을 취급하는 것은 고객들에게 자칫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한 사람을 위한 비스포크 수트의 장점을 설명하는 공간 바로 옆에 버젓이 불특정 다수를 위해 미리 준비한 기성복을 함께 팔면 무슨 설득력이 있겠는가?


Anderson & Sheppard는 한 공간에 철학이 다른 상품을 같이 취급하는 대신에 본 매장 근처에 (매장에서 나와 조금만 내려가서 왼쪽 모퉁이를 돌면 바로 있다) haberdashery shop을 열었다.

“haberdashery”는 우리에게는 무척 생소한 단어인데 남성용 장신구나 벨트, 서스펜더, 양말 등 소품 등을 일컫는 단어이다. 1)

Anderson & Sheppard haberdashery shop


우리는 비스포크 테일러 매장 코너에 해버데셔리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포멀웨어를 입지 않는 고객들과 만나는 접점입니다. 본 매장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사파리 재킷, 니트웨어, 단품 팬츠류 그리고 스카프 등 액세서리 등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수석 재단사,  Anderson & Sheppard)


Anderson & Sheppard haberdashery shop은 일종의 스마트 클래식이나 캐주얼 의류들을 판매하고 있다. 수석 재단사가 설명했듯이 젊은 고객이나 일상생활에서 포멀웨어를 입지 않은 고객들에게 대안을 제시할뿐더러 패션 브랜드가 어떻게 하면 본질과 콘셉트를 훼손하지 않고 상호 보완적인 제안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1)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90084&cid=50345&categoryId=50345

<그 외>

Anderson & Sheppard, 2019. History - Anderson & Sheppard Savile Row tailors. Available at: http://www.anderson-sheppard.co.uk/about-us/our-history/, https://www.anderson-sheppard.co.uk/about-us/our-history/[Accessed Aug 10, 2019].

Sherwood, J., 2010. Savile Row: the master tailors of British bespoke. London: Thames & Hudson.

Photo29. https://shop.anderson-sheppard.co.uk/

Photo30. https://www.michaelandrews.com/journal/shoulder-styles-guide 

Photo31. https://www.anderson-sheppard.co.uk/thenotebook/more-photos-of-clifford-str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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