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nry Poole & Co.
이번에 만나 볼 두 번째 전설은 Henry Poole이다.
Henry Poole & Co. 는 1806년 James Poole이 설립했다. 최초에는 Brunswick 스퀘어에서 포목점을 운영했으며 워털루 전쟁 기간 중 장교들에게 군복을 납품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James Poole 이후에는 그의 아들 Henry가 사업을 물려받았다. 창립자인 James가 영국 왕실에 납품을 시작하였고 그의 아들 헨리는 귀족 사회에 대한 카리스마 넘치는 열정으로 영국 왕실은 물론 당대 귀족과 상류층 남성들에게 Henry Poole이 사랑받도록 만들었다.
Henry의 사망 이후 그의 사촌인 Samuel Cundey가 Henry Poole & Co.를 인수했으며 이후에 파리, 비엔나, 베를린 등지에 매장을 내는 등 해외 비즈니스를 시작하였다.
1900년대 초기 무렵 Henry Poole은 세계에서 가장 큰 테일러 컴퍼니로 부상하게 되는데 300명의 테일러와 14명의 재단사가 연간 12,000벌이 넘는 비스포크 수트를 만드는 수준이었다. 이때가 Henry Poole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다.
Henry Poole은 이 외에도 다양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Savile Row의 테일러 숍 중 영국 왕실로부터 가장 많은 Royal Warrants를 받았는가 하면 턱시도 재킷이라고 알려진 디너 재킷을 최초로 디자인 한 테일러 숍이 바로 이곳 Henry Poole이다.
여기서 잠깐 Tuxedo Jacket의 유래에 대해서 살펴보고 가자 (아래 글은 필자가 2019년 8월 개인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을 편집한 것이다)
미국의 영향으로 Tuxedo로 많이 알고 있지만 정식 명칭은 British dinner jacket이다. 1865년 영국 에드워드 7세가 왕세자일 때 약식 디너파티에 입고 갈 목적으로 런던 Savile Row의 전설적인 테일러 Henry Poole에 연미복의 뒷부분을 잘라달라고 의뢰해 처음으로 제작되었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1886년에 미국 금융가인 James Brown Porter가 에드워드 7세의 식사에 초대를 받고, 왕실 약식 행사의 드레스 코드를 그의 단골집인 Henry Poole에 물어봤더니, 이 디너 재킷을 추천했다.
그는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사교 클럽인 Tuxedo Park Club에 가서 이 브리티시 디너 재킷을 선 보인다. 훗날 미국 상류층을 중심으로 이 멋들어진 재킷은 널리 유행하고 Tuxedo Jacket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다. 이 재킷은 독일에서는 Smoking Jacket이라고도 불린다.
에드워드 7세의 격식을 간소화하면서도 새로운 격식을 창조해낸 패션 센스가 돋보이고, 패션의 시작은 영국이지만 그것이 상업적으로 성공한 것은 역시 미국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대목이다.
참고로 에드워드 7세는 시대를 뛰어넘는 영원한 패션의 아이콘 추앙받는 윈저공의 할아버지이다.
몇몇 문헌에서 윈저공의 아버지 조지 5세가 아들의 패션에 탐탁지 않게 여기는 대목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그는 아버지를 건너뛰고 할아버지한테 패션을 배웠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제임스의 bespoke 단골집이 에드워드 7세와 달랐다면 Tuxedo Jacket은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디너 재킷까지는 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전통적인 연미복을 토대로 현대적인 디너 재킷으로 만드는 것처럼 Henry Poole은 항상 전통적 가치를 보존하면서 가치 있는 변화를 수용했다.
일례로 2017년 아디다스 Adidas 그리고 2019년 캐나다 구스 Canada Goose와 진행한 협업을 들 수 있다. 두 현업 프로젝트 모두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Henry Poole의 잠재 고객인 젊은 층에 브랜드를 알리는 좋은 기회까지 얻게 되었다.
우리는 미래의 고객인 젊은 층에 어필해야 한다는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 첫 번째는 아디다스와 함께 트레이너 슈즈를 협업하는 것이었는데,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 그리고 작년 말, 캐나다 구스와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캐나다 구스의 기술과 Henry Poole의 테일러링 기법을 함께 사용하여 퀼팅 블레이저를 만들었습니다. [...]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 협업은 꽤 성공적이었어요. 그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매니징 디렉터, Henry Poole & Co)
앞서 언급했듯이 Henry Poole은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해 왔다. 정기적으로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일본 등에서 트렁크 쇼를 열고 있으며 1964년에는 Savile Row 테일러 숍 중 최초로 일본에 매장을 오픈했다. 최근에는 비스포크뿐만 아니라 MTM 서비스를 위해 중국 베이징과 항저우에 매장을 열었으며 신흥국을 타깃으로 기성복 영역에도 진출했다.
Henry Poole의 전 매니징 디렉터인 Angus Cundey의 말처럼 Henry Poole이 앞서 나가면 나머지는 따라온다.
Henry Poole & Co, 2019. The Story of Henry Poole Tailors at Savile Row. Available at: https://henrypoole.com/hp/history-of-henry-poole-tailor-of-savile-row/the-story/ [Accessed August 10, 2019].
Sherwood, J., 2010. Savile Row: the master tailors of British bespoke. London: Thames & Hudson.
Sherwood, J., 2007. The London cut: Savile Row bespoke tailoring. Milan: Northam: Marsilio; Roundhouse distributor.
Photo32. https://henrypoole.com/hp/news/
Photo33. https://henrypoole.com/heritage-savile-row/the-dinner-suit/
Photo34. https://henrypoole.com/heritage-savile-row/time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