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에서 협업 제안이 왔다

성과 없이 꾸준히 쓴 6개월, 답답해도 씨 뿌리길 잘했다

by NYNO


뉴스레터를 쓰고 있다.


언젠가 내 콘텐츠로 뭔가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이 있었는데, 퇴사 후 쉬는 동안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 싶어서 무작정 시작했다. (왜 뉴스레터였는지는 다음에 따로 풀어보려 한다)

2주에 1회씩 발행했는데, 9월부터 출근을 하면서 지속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사실 쓰기만 하고 홍보도 제대로 못 해서 '이게 진짜 의미가 있나?'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나는 지속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퇴사 후 큰맘 먹고 메인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였고, 이번에야말로 흐지부지 그만두지 않고 어쨌거나 끌고 가고 싶었다. 그래서 당장의 성과가 부족하더라도 주말마다 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내가며 지속했다.


그러다가 연말에 쓴 '회고' 콘텐츠를 보고 퍼블리 담당자분이 메일을 주셨다. 구독자 몇십 명밖에 안 되는 내 뉴스레터를 통해 제안이 왔다니. 놀라움과 당혹스러운 기쁨이 컸지만, 사실 이 모든 과정에서 더 크게 느낀 것들이 있다.



1. 꾸준히 하면 뭐라도 된다

원래 글 쓰고 싶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살았다.근데 어렸을 때 백일장 같은 거 한 번 된 적 없던 내가 감히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그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어서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처음 쓴 글은 회사 제품 SEO를 위한 블로그 글이었다. 어찌 보면 일이니까 해야 해서 한 건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읽어본 회사 분 여러 명이 글이 매끄럽고 잘 읽힌다고, 굉장히 잘 쓴다고 칭찬을 해주신 거다. (그땐 GPT도 없는 시절이었다.)


내 평생 그런 소리를 들을 줄이야.

그 뒤에 참여했던 독서모임에서도 내 독후감이 참 좋다고, 글을 잘 쓰시는 것 같다고 해주신 분이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고도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작년에 브런치 작가 신청해서 합격한 뒤엔, 어떻게든 꾸준히 쓰려고 애썼다. 긴 글을 처음 써보는 거라 열심히 시리즈를 기획하고, 글의 구성을 고민해서 짠 뒤에 썼다. 좋아하는 걸 쓰는 게 쉬울 것 같아 운동 주제로 꾸준히 글을 쓰고, 발리 여행 경험을 살려 다른 연재글도 썼다.


그렇게 브런치에서 2개의 브런치북도 연재하고, 작년에 뉴스레터까지 시작할 수 있었다.내가 하고 싶다는 마음을 외면하지 않고 뭐라도 계속 이어온 게 이런 결과로 이어진 거다.

이번 퍼블리와의 협업이 당장 돈이 되는 일도 아니고,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과 없이 답답한 시기에도 꾸준히 씨를 뿌렸을 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걸 직접 경험했다. 그래서 내겐 매우 값진 일이다.



2. 과정을 즐겼더니 결과가 따라왔다

솔직히 기쁜 만큼 압박감을 많이 느낄 수도 있었다. 내 글이 처음으로 사람 많은 유료 플랫폼에 게재된다는 건 어느 정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예전의 나라면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으며 글에 매달렸을 거다. 근데 이번엔 달랐다. 부담감과 스트레스 없이 과정 자체를 즐겼다.

돌이켜보면 뉴스레터를 쓰면서도 '몇 명이 읽을까', '이게 뭐가 되겠어'보다는 '이 내용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던 것 같다. 그 태도가 이번 협업에서도 이어졌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글 쓰는 과정이 재밌었고, 퀄리티도 더 좋아졌다.


결과 중심으로 살아왔던 내가 과정 중심으로 바뀌니까 역설적으로 결과도 따라오더라.



3. 원하는 것을 위해 일단 뛰어들기

사실 나는 퍼블리에서 보낸 협업 제안 메일을 한 달이나 늦게 발견했다.

퍼블리에서는 내가 이미 쓴 회고 뉴스레터 내용을 연말 콘텐츠로 발행하길 제안했었는데, 나는 그 발행 시점을 이미 넘긴 뒤에 메일을 확인한 거다.

놀라우면서도 아쉬움이 크게 느껴졌다. 메일을 빨리 보지 못해서 기회를 놓쳐버린 것 같아서.


예전의 나라면 거기서 고민만 하다가 그냥 멈췄을 것 같다. '이미 늦었는데 뭘 어쩌겠어'하면서. 그런데 지금의 내가 한 행동은 뒤늦게라도 직접 다른 새로운 콘텐츠를 제안하며 역제안 메일을 보낸 것이었다.


아이디어 수준에 그쳤던 대략적인 주제를, 이 메일을 위해 대략적인 콘텐츠 개요를 짰다. 연말에 회고 콘텐츠를 제안했던 것처럼 시의성에 맞게신년 콘텐츠를 제안하면 거절할 이유가 없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다.아쉬운 마음과 협업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내 콘텐츠의 객관적인 강점을 어필하며 정성스러운 메일을 보냈다.


결과는? 담당 매니저님이 좋아해 주시며 흔쾌히 기획안을 달라고 하셨고, 순조롭게 진행되어 저자 계약도 하고, 지금 완성글 발행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이렇게 걱정과 고민보다 기회를 향해 먼저 움직일 수 있었던 건, 수년간 다듬어온 적극성 덕분인 것 같다.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일단 하자고 스스로를 훈련시켜온 경험, 키워온 긍정성. 이 모든 것들의 결과 같아서 꽤 뿌듯하다.




이 경험을 통해 느낀 건 구독자 수가 중요하지 않다는 거다.

숫자에 집착하지 않고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진심으로 전달하고, 아카이빙하듯 쌓아두는 것. 그 자체가 의미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누구를 도울 수 있을지, 내가 가진 작은 경험을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지를 고민하며 계속해서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싶다.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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