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다짐이 진짜가 되기까지, 반년간의 기록
1. 금기어
저희 집에서 '사업'은 금기어였습니다.할아버지가 사업에 크게 실패하셨고, 그 여파로 부모님은 평생 안정적인 직장인으로 사셨어요. 그래서 저도 당연히 그렇게 살 줄 알았습니다. 회사 밖에서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그 자체를 상상하기 어려웠어요.
2. 브랜드매니저, 꿈이 생기다
그런데 뷰티 업계에서 브랜드매니저로 일하면서 브랜드라는 세계에 푹 빠졌어요. 기획하고, 만들고, 세상에 내놓는 일. 이 일은 정말 미치도록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회사의 브랜드가 아니라 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자라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막연한 소망이었지만, 그 소망은 점점 구체적인 꿈이 되었습니다.
3. 반년 전의 다짐, 그리고 그 사이의 시간
반년 전 이 매거진에 '5년 안에 내 브랜드로 자립하겠다'고 썼어요. 솔직히 그땐 의지만 있었지, 구체적인 그림은 없었습니다.
그 사이 다시 취직을 했어요.사실 이미 성장한 회사에서 제품을 많이 찍어내는 경험을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결국 또 신규 브랜드를 만드는 일을 택했습니다. 불확실한 선택이었어요.그런데 지금 와서 보면, 0에서 1을 만드는 이 경험이 내 브랜드를 시작할 때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감각을 흡수하고, 팔리는 제품을 기획하는 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퇴근 후엔 인플루언서 모델로 브랜드를 시작해볼까 싶어서 릴스도 찍어보고, 콘텐츠 모임도 나가봤어요. 아무 기반없이 브랜드를 만들어 판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콘텐츠로 시작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습니다.
4. 불현듯 떠오른 아이디어
그러다 아는 BM 분과 대화하다가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사실 처음부터 '뷰티 브랜드'로 시작하려던 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회사에서 브랜드 기획, 상품 기획을 하면서 트렌드를 흡수하다 보니 보이는 틈새가 있더라고요.
발리에서 좋았던 경험과 불편했던 것들을 녹여서, 내 가치도 담기고 동시에 시장에서 팔릴 수 있을 것 같은 제품과 브랜드. 이거다 싶었습니다.
5. 다 연결돼 있었다
돌이켜보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한 건 여러 사람과 순간들이었습니다.
업계에서 만난 1인 대표님들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을지도?"란 생각이 자랐고, 특히 자기 화장품 브랜드를 준비하던 MD 친구가 저를 진짜 움직이게 해줬어요. 직장 다니면서 착실히 실행하는 걸 옆에서 봤거든요.
그 친구를, 저는 매일 울면서 다녔던 전 직장에서 만났습니다.그리고 지금 사업 아이디어는, 그 직장을 퇴사하고 충동적으로 떠난 발리에서 얻었고요.
울면서 다닌 회사, 거기서 만난 친구, 충동적으로 간 여행. 다 연결돼 있었어요. 기회는 어디서 올지 모르는 거더라고요.
6.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까지
사실 저는 사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라는 잠재의식이 늘 깔려 있었죠.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저는 조금씩 변해왔어요.
자기계발 책을 읽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습관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매일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려 애썼어요. 나를 더 알기 위해, 내 방향성을 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그 시간들이 쌓이면서 깨달았어요. 믿고 싶은 대로 믿으면 된다는 걸. 성인이 된 후의 삶은 환경 탓이 아니라 오롯이 내 선택이라는 걸요.
7. 오프더프레임, 사업자를 내다
사업자를 내면서 이름을 고민했어요. 생각보다 고민되더라고요.
그러다 '오프더프레임'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정해진 틀 밖으로 걸어나온다는 의미예요.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라는 생각 등 브랜드를 구상하면서 제일 먼저 떠올렸던, 그 프레임들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대로 만들어가는 삶이라는 가치를 담았습니다.
이름을 짓고, 그동안 흩어져 있던 브랜드 구상들이 하나로 정리되는 느낌이었어요. 뉴스레터 '라이프스파클링', 퍼스널 브랜드 'NYNO', 그리고 앞으로 만들 뷰티 브랜드까지. 이 모든 게 '오프더프레임'이라는 하나의 세계관 아래 연결됐습니다.
사업자등록증을 받아들고 나니까 두근거렸어요. 더 빨리 시작하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8. 이제 시작
아직 갈 길이 멀어요. 회사 다니면서 준비하고, 콘텐츠도 병행하고, 내년엔 지원사업도 도전해보려고요.
뷰티는 지금 정부에서도 밀어주고, K-뷰티가 글로벌에서 주목받는 시기예요. 어쩌면 지금 이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는 게 큰 행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브랜드로 오래 몰입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좋은 가치를 나누고 싶습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회사에 구속되지 않는 삶도 좋지만 이런 방식이 저를 가장 충만하게 하고, 가장 재밌고 멋있게 인생을 살 수 있는 '저만의 달란트'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오래 걸렸지만요.
이제 진짜 시작입니다.
앞으로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다양한 고민과 정보들을 브런치에서 더 나눠보고 싶어요 :) 나만의 브랜드를 꿈꾸는 분이 있다면 함께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