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또 퇴사 꿈꾸기
‘회사를 안 다니는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 ‘감히 해보지 못했다’고 해야 할까요?
대학생 때까지는 뭘 하며 먹고살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자체가 없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성적에 맞춰서 전공을 골랐고, 그 전공은 흥미가 없었지만 딱히 다른 꿈이 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지금 돌이켜보면, 저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형태에 대해 아는 게 없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두 분 모두 성실하고 안정적인 직장인이었고, 할아버지가 사업에 크게 실패한 탓에 저희 집에서는 ‘사업’이라는 단어가 금기어나 다름없었죠.
그러니 회사 밖에서 내가 무얼 할 수 있는지, 그 자체를 상상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졸업하고 특별한 목표도 없었던 저는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졸업 후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회사를 다니면서 비로소 깨달았어요. 하루 8시간 이상을 누구와 어떤 일을 하며 보내는지가 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먹고사는 문제는, 그렇게 첫 직장을 다니면서야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모든 게 맞지 않았던 첫 직장을 떠나 ‘내가 즐겁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여러 번 산업과 직무를 바꿨고, 마침내 브랜드 매니저라는 일에 닿게 되었어요.
몇 년간의 방황 끝에 만난 브랜딩은 재밌었고, 보람 있었고, 질리지 않았어요.
모든 것에 쉽게 싫증 내던 제가 이 일은 정말 미치도록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앞으로의 커리어 패스를 정하고 책과 강의를 섭렵하며 끝없이 배우고 실행해 나갔어요.
그런데도 시간이 지날수록 알 수 없는 답답함이 커졌습니다. 마음 한편에는 자꾸만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내가 회사 안에서 더 잘되면,
또는 남들이 말하는 소위 '좋은 회사'를 다니기만 한다면,
그건 내가 원하는 삶일까?
저는 브랜드를 기획하고 만드는 게 좋았지만, 회사에서의 미래는 또 다른 문제였으니까요. 회사 안에서의 성공은 보통 더 높은 직급과 더 많은 연봉으로 귀결됐지만, 솔직히 그런 목표에 저는 가슴이 뛰지 않았습니다. 더 자유롭고 싶고, 더 마음껏 주체적이고 의욕적으로 일하고 싶었습니다. 더군다나 요즘엔 회사에 올인한다고 해도 회사가 제 미래를 책임져주는 시대는 아니니까요. 열심히 회사생활을 했지만 늘 불안했어요.
이쯤 되니 자연스럽게 회사 밖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눈길이 갔습니다. 디지털 노마드, 프리랜서, 1인 기업가. 유튜브나 책을 통해 자주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그 삶은 저와 동떨어져 보였습니다.
그런데 뷰티 업계에서 브랜드 기획과 상품 기획을 하다 보니, 실제로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자신의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꽤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들을 직접 알고 지내고 나니 그제야 ‘회사 밖 삶’이 가능한 현실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저도 모르게 회사의 것이 아닌 ‘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막연한 소망이었지만, 그 소망은 점점 구체적인 계획이 되었고, 꿈은 현실로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계속해서 자라났죠.
그러다 우연히 이직 없이 퇴사를 하게 됐고, 처음 경험한 출근 없는 생활은 기대 이상으로 행복했어요.
출근은 안 했지만 하루하루를 제 마음대로 구성하며, 더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걸 배웠습니다.
회사를 다닐 땐 평일과 주말로 나뉘어 있던 삶이, 이젠 7일이 모두 ‘살아있는 하루’가 되었고요. 그 흐름을 스스로 만들고, 루틴을 스스로 짜고, 무엇인가에 몰입할 수 있는 일상을 살아보니 그 자체로 너무나 매력적이었어요.
더욱 강하게 열망하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이런 삶을 일상으로 만들고 싶다고요.
이런 마음을 먹고 나니 오히려 얼른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싶어 졌어요. 아직 나는 월급만큼의 돈을 벌 줄은 모르고, 월급은 필요하니까. 빨리 아직 부족한 부분을 일하면서 습득하고, 내 역량을 키우고, 월급 없이도 돈 버는 능력을 만들고, 완전한 퇴사 후 내 일을 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요.
그래서 지금 저는 다시 회사에 지원하고 면접을 한 주에 2-3개씩 보는 중이지만, 한편으론 벌써 또다시 퇴사를 꿈꾸고 있습니다. '완전한 퇴사'요.
목표는 분명합니다. 5년 안에 온전히 나의 브랜드로 자립하기.
5년 뒤, 온전히 저의 일로만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지금부터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차근차근 시작하며 독립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저같이 막막한 사람들을 위해 이 처음의 시작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기로 마음먹었어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흔들리고, 망설이고, 두렵습니다. 하지만 뭐라도 하나씩 해 나가다 보면 결국 변화가 일어난다는 걸 저는 이제 압니다 :)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퇴사라는 단어는 막막하고 두렵기만 했는데 이제는 조금 더 편하게 입에 올리고, 앞으로 마음껏 나눠보려고요.
아직 부족하지만, 오늘도 저는 퇴사를 준비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