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한 문화생활(2018.05.17)

영국 피지컬시어터컴퍼니 게코Gecko <결혼the wedding>

by 루아흐


무대에 내내 드리운 깊은 어둠처럼 작품을 지배하는 정조는 알 수 없는 슬픔이다. 숨이 막히고 숨이 가쁘다. 돌고 도는 걷잡을 수 없는 삶의 풍경, 열세 개의 언어, 부질없는 놀이, 삶은 축제고 제의이고 놀이이고 젊망이고 한숨이고 참혹한 슬픔이고 환희이고 기도. 에밀 쿠스트리차의 '언더그라운드', 집시의 삶, 베케트의 군상, 갈로타의 '마망'이 떠오른다. 그 모두이자 아무것도 아닌 것. 몸으로 토해내는 연민과 연대의 외침이자 절규. 피지컬 시어터 컴퍼니 게코Gecko의 '결혼'. 모다페MODAFE(국제현대무용제) 2018 개막작. 5월 17일 밤.


제목인 '결혼'은 온갖 관계와 결합의 은유다. 관계는 구속이자 약속이다. 일, 사랑, 가족, 동료 모두 삶의 끈이자 동시에 속박이다. 그게 삶이다. 관계를 끊고 유랑의 삶을 살 자유도 인간에겐 있다. 가방, 흰 웨딩드레스, 면사포, 곰인형 등의 오브제들이 세상에 내던져져 우연히 만나 관계맺고 살아가는 삶을 때론 위로하고 때론 조롱한다. 웃고 떠들고 즐거운 척하다가도 슬픔과 고독과 소외가 불헌듯 찾아든다. 그럼에도 삶은 축제고 투쟁이다. 면사포가 벗겨진 날것의 몸으로, 모든 출연진이 일렬로 배치된 의자에 앉아 함께 손뼉치고 발구르고 내지르는 마지막 외침은 자유의 비명이다. 이것은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몸의 드라마임을 온몸으로 역설한다. 언어도 숨소리도 몸의 발화다. 격정의 에너지가 무대를 휘감는다. 이것이 삶의 춤이 아니고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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